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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초이 May 26. 2023

폭행 유형

아들이 맞았는데 이유를 몰라요

  민주는 액셀을 힘껏 밟았다. 액셀의 신호를 감지한 그랜저가 부앙 소리를 내며 몸을 떤다. 마치 암말이 앞발을 들며 히이잉소리를 내며 달리는 것처럼.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급출발을 해보지만 교차로를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브레이크를 밟고 만다. 출근시간대 시내 도로는 늘 그렇듯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사거리 맨 앞에 서있다, 녹색불에 달려가 보지만 앞차의 꽁무니에 붙을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중학생인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에게 맞았다는 담임선생님의 연락을 받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 아들이 학교폭력의 피해자라고. 가슴 한편이 내려앉아버린 것 같았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은 공부보다 놀기를 좋아한다. 일반고보다 특성화고로 진학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아이다. 착실히 마음 좀 잡고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자식이 어디 마음대로 움직이나. 그래도 누구와 다투거나 싸움이라니. 그런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더군다나 교칙에 어긋나는 일탈행위로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었다는 연락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동안은. 얼굴 표정만 봐도 심술을 부리는 것인지 화가 난 것인지 알 수 있는 애다. 표정을 숨겨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곤란한 일이 생겼다면 내가 모를 리 없다. 집에서 봐온 아들은 늘 웃으며 나를 반겼었는데 그날은 너무 놀라고 걱정스러웠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열리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민주는 상념에 빠진 채 앞차의 꽁무니에 켜진 붉은빛이 꺼지기를 기다렸다.


 연락을 받자마자 학교를 찾아가 아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얼굴이 부어올라있고, 입술 오른쪽은 찢어졌는지 피가 묻어있다. 이게 웬일이냐. 이제껏, 싸움이라곤 해본 적이 없었는데. 도대체,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복받쳐 올라오는 설움에 눈물 콧물이 잘도 나왔다. 선생님은, 아들은 맞기만 했고 친구들이 달려들어 말려서 크게 다친 데는 없어 보였고, 양호실에서 응급치료를 마쳤다며 울고 있는 내 옆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울고 있는 엄마 앞에서 공감력 있게 상황을 전달하면 좋겠는데 너무 차분하게 말하는 통에 살짝 서운했다.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떻게 된 일인가 자초지종을 따져 물을까 하다 그만두었다. 일단은, 아들을 데리고 나와 병원부터 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선생님에게 자세한 건 나중에 들을게요하고 말았다. 민주는 천천히 앞차의 꽁무니를 따라갔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지만 아들은 얼굴이 부어오른 상태 외 다른 골절은 보이지 않고 입술은 살짝 찢어졌지만 꿰맬 정도는 아니라고 가정의학의원의 의사는 표정 없이 진찰 내용을 말했다. 민주는 하얀 가운을 입은 40대로 추정할 수 있는 여의사의 입술을 보다가 눈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의사는 자신의 진찰 결과를 잘 알아듣는 것이라고 판단한 듯 입꼬리를 살짝 늘렸다. 작은 입술이 상하좌우로 움직일 뿐인데도 나오는 말소리는 가늘고 맑았다. 부어오른 얼굴로 며칠만 지내면 잘생긴 얼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았다. 민주는 학교로 가는 마지막 사거리 신호등이 빨갛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집에 오자마자 아들에게 물었다. 대체, 네가 왜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맞은 거냐고, 층간 소음 신고로 경찰이 찾아올 수도 있을 목소리로 다그쳤다. 아들은 무덤덤하게 그냥 뭐, 단 두 마디만 실토한다. 아들의 담담한 태도에 이게 내 아들인가. 난 놀라 자빠지겠는 걸 억지로 참으며 학교를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뭐라니. 그냥 뭐 때문에 맞았단 말인가. 자세히 말 못 하는 아들을 쳐다만 보았다. 맞은 아들을 엄마인 내가 때릴 수도 없고, 어떻게 된 일인지 어떻게 물어 답을 얻을 수 있을까 멍해졌다.

  아들을 방에 들여보내고 담임께 전화를 걸었다. 담임선생님은 무엇 때문에 싸우게 됐는지 알겠지. 학교 내, 그것도 교실 복도에서 싸웠다면 처음부터 지켜본 애가 있었겠지. 그럴 거야. 우리 애가 맞기만 했다니 무슨 잘못을 했길래. 아니, 잘못이 아니라 말실수를 했나, 아들이 먼저 욕을 했을까, 아니면 먼저 주먹을 날렸는데 그 애가 피하면서 때린 건가. 생각의 꼬리들이 떠다니더니 담임의 여보세요 하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핸드폰에 어떻게 된까지만 말할 수 있었다. 언제 방에서 나왔는지 아들이 핸드폰을 낚아채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파악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다, 소파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민주는 차량 네비 시계를 보며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계산해 보았다.


  그날 이후 아들은 왜 맞았는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담임도 두 애가 왜 싸웠는지 말을 안 해 알 수가 없었다고 문자로 알려왔다. 아들은 문자를 보고 안심했던지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핸드폰을 돌려받고 문자를 보고 알았다. 담임도 알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 아들이 맞은 이유를 알기 위해선 때린 아이의 입을 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다. 이번 주에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는데 그전에 때린 학생이 사과를 드리겠다고 한다며 학교로 나오실 수 있는지 담임이 연락해 왔다. 어찌해야 하나 답답할 뿐이었는데 때린 학생이 사과를 하겠다니 때린 이유를 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민주는 다시 액셀을 밟았다. 사거리 하나만 지나면 아들의 학교다. 이제 6개월만 더 다니면 졸업이다. 아들은 학교를 빛낸 아이로 기억되지 못하고 교실 복도에서 친구에게 두들겨 맞은 아이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학교에 가면 아들을 때린 누군가의 아들을 보게 될 것이고 폭력성향을 가진 아이로 키운 엄마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맞은 아이의 엄마를 찾았으니 때린 아이의 엄마도 불렀을 것이다. 학교는 그런 곳이니까. 모성애, 같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사건을 고려하도록 배분하는 것이다. 때린 아이의 아버지가 온다면 또 다른 악다구니 싸움을 선생들이 구경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미연에 방지하려는 지도 모른다.


 민주는 학교 정문을 통해 차를 몰았다. 정문을 통과하려는데 경비실에서 남자가 나오더니 멈추라고 손짓을 한다. 외부차량은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없으니 다른 곳에 주차하고 오란다. 피해자의 엄마는 학교 안에 설치된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없구나. 선생들은 차를 가지고 출근하면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피해 학생의 엄마의 차량 한 대 주차할 공간이 없단 말인가. 순간 짜증이 올라왔다. 저번처럼 택시를 타고 올까 하다가 남편이 저녁에 술 약속이 있다며 차를 두고 가서 몰고 왔는데, 속상한 마음이지만 후진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는 학교 옆에 있는 아파트 단지로 차를 몰았다. 다행히도 차단기가 없어 단지 안에 주차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룸미러로 얼굴을 살폈다. 세심히 화장을 하려다가, 피해 학생의 어머니의 얼굴로, 가볍게 스킨로션만 바르고 입술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나온 터였다.


민주는 학교회의실로 들어섰다. 직사각형 테이블에 깔린 유리가 깨끗하다. 철제 쿠션 접이식 의자가 사람이 앉기를 기다리고 있다. 저 의자에 오래 앉아있으면 살 없는 엉덩이가 배겨 나지 않을 것 같다. 담임선생님은 접이식 의자를 빼면서 앉으라고 권한다. 가해학생을 상대로 폭력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잘못한 행동에 대한 반성문을 작성했음을 일일이 설명했다. 가해학생이 사과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교직원으로서의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음을 은근히 내비치는 어투로 들렸다. 민주는 "알겠어요." 담담하게 대답했다. 말을 많이 하면 떨리는 가슴을 들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민주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오른쪽 대각선 방향의 문이 열린다. 키가 아들하고 비슷한가 더 큰가 교복 입은 학생이 앞에 담임선생님이 뒤에 들어온다. 학생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불쾌한 감정상태인 것을 누구도 감지할 수 있는 얼굴로 민주 앞에 앉는다. 아들을 때린 애구나. 버릇없이 생긴 애가 착한 우리 아들을 때렸구나. 아들이 맞는 모습을 여학생들도 볼 수 있는 복도에서. 민주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너니, 너구나. 우리 아들 때린 애가 너로구나. 넌 엄마아빠가 없니. 학교에 가서 친구 때리라고 너네 부모님이 가르치더냐. 집에서 배운 것이 사람 때리는 것이냐. 네가 그리도 잘랐더냐. 왜 때렸니 착한 우리 아들 대체 왜 때린 것이냐." 민주는 테이블에 양손을 딛고 일어서며 소리쳤다. 그 바람에 의자가 뒤로 나자빠졌다.

"어머님, 진정하세요.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담임선생님이 얼른 의자를 바로 세우며 양손을 부채모양으로 펼치며 테이블 위에서 휘젓는다.

  민주는 앉을 수밖에 없었다. 일어서보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테이블을 짚은 열개의 손가락도 떨려와 아랫배 쪽으로 모았다. 그런 찰나의 순간이었다.

"씨발 좃또. 당신이 뭔데 우리 엄마 아빠를 들먹여"학생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뭐, 씨발 좃또라고. 네가, 엄마 같은 나에게 욕을 한 거냐 지금." "어머니, 무슨 욕을 했다고 그러세요." "아니, 선생님은 못 들으셨어요. 옆에 있으면서 저만 들은 건가요. 저 못 참아요. 신고할래요."민주는 학생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이 욕설을 못 들었다는 말에 화가 났다. 마주 앉은 내가 들었는데 옆에서 듣지 못했다고, 아들을 때린 가해자를 두둔하다니 참을 수 없었다. 민주는 핸드폰을 들고 112를 눌렀다. 민주가 신고하는 사이에 선생님은 가해학생을 일으켜 같이 들어왔던 문을 열고 나갔다. 가해학생의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세명의 경찰이 민주가 들어온, 회의실문을 열고 들아 왔다.

세명중 한 명의 경찰관이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상황설명을 요구했다. 민주는 방금 있었던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떠올리기 싫어 가해학생이 들어오고 나간 문을 가리키며 "물어보세요. 저리로 갔거든요." 경찰의 얼굴은 보지 않고 말했다. 눈물이 나려는 것을 참느라 눈의 흰자위가 빨갛게 변했을지도 모르는 눈을 들키고 싶지 않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선생님이 그 학생을 다시 데리고 들어왔다. 민주앞자리에 앉는다. 민주는 서러운 마음을 참으며 설명했다."애가 우리 아들을 때렸어요. 그런데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사과한다며 오라는 거예요. 그래서 왔더니 욕을 하네요." 가해학생은 민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답한다"아줌마가 뭔데 우리 엄마를 욕해요." 소속과 성명을 밝힌 경찰관이 서로 마주 보고 있으면, 다툴 수 있으니 분리하여 상황을 듣겠습니다며 가해학생을 데리고 학생이 들어왔던 문으로 나갔다.


  민주는 앞에 있는 두 명의 경찰 중에서 나이가 많아 보이는 경찰에게 하소연을 토했다. "우리 애가 교실복도에서 맞았어요. 여학생들도 있었을 텐데요. 왜 맞았는지 이유를 몰라요. 아들이 얘길 안 해요. 선생님도 애들이 얘길 안 한다고 모르신대요. 오늘 때린 애가 사과를 한다기에 무슨 일로 우리 애를 때렸는지 알 수 있을까 해서 왔고요. 그런데 태도가 영 아니네요. 너무 불쾌하고 무섭네요."

  민주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경찰이 설명을 듣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폭행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 같군요. 가해자는 어떤 상황이었기에 폭력을 행사했는가. 피해자의 말, 행동, 태도 중에서 어떤 것이 분노를 일으켰고 폭행했는가. 그런 정도로, 그런 작은 이유로 폭행했다는 것인지 또는 그런 거냐 내가 듣기에도 화가 날 수 있지만, 때릴 것까지는 없지 않니. 둘 중 하나일 경우이겠네요. 아무런 이유 없이 때리진 않았겠죠. 그 이유부터 아는 게 먼저겠지요."


 민주는 한동안 경찰의 설명을 듣고서 법률적인 조언을 구해 법적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대답하고 회의실을 나섰다. 차가 있는 아파트로 걸어가면서 경찰의 얘기를 곱씹었다.


 "가해학생이 아드님을 폭행한 것은 모든 면에서 이긴 것이 아니고 진 것이죠. 누구나 사소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이유로 폭행을 했다면 앞으로도 그런 정도의 이유로 폭행을 반복할 것이고 남은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겠죠. 그리고 아드님의 듣기 곤란한 말에 상처를 입어 분노했고 폭행했다 해도 마찬가지겠지요. 왜냐하면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욕설을 들을 때마다 폭력으로 제압하려 든다면 남은 인생 마찬가지로 고달프겠죠."

 민주가 그랜저 가까이 다가서자 백미러가 스윙소리와 동시에 벌어지며 반긴다. 자동차열쇠의 시그널을 인식해 주인을 알아보는구나. 이런 자동화시스템을 사람들 관계에 접속할 수 없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 수 있다면 다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내 마음상태가 어떤지 상대가 인지할 수 있다면 가까이할지 멀리할지 결정하기 쉬워지니까.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차문을 열고 앉았다. 시동키를 누르자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가늘게 우는 소리를 낸다.


 "신고자분은 폭행이 있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판단해야 할 것 같아요. 가해학생의 가정교육, 환경, 성향까지 끌어다 퍼부으라고 선생님이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아들인데 어머님이 용서를 받는다는 것이 가능한지요. 아들이 사과를 받지 않았는데 어머님이 용서하면 되는가요? 아들은 용서했다면 어머님은 아들이 어떤 마음상황에서 용서했는지 들어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아들의 얘기를 듣고 수긍한다면 따로 어머님께 사과하는 자리는 필요 없지 않을까요. 용서를 하게 된 상황이 또 다른 문제소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아들에게 설명해야죠. 넌 용서할 수 있지만 엄마는 용서가 안된다. 그만한 일로 널 때리다니 용서할 수 없다. 또는 설사 그렇더라도 널 때렸다는 것은 쉽게 용납할 수 없단다 하고요." 민주는 차분한 어조로 자기 생각을 털어놓는 경찰의 설명을 다시 생각했다.


 "피해자는 맞기만 하고 대응하지 않았다면 그릇이 큰 거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유튜브에서 소개한 책내용을 예로 들어봅니다. 소금 한주먹을 물이 담긴 맥주컵에 넣어봐요. 얼마나 짜겠어요. 한주먹 소금을 호수에 뿌리고 물을 마셔봐요. 짠맛이 느껴지지 않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릇크기가 달라서 그런 거죠. 폭력에 대항하지 않은 이유도 중요합니다. 어떤 마음상태였기에 대항하지 않았는가. 상대가 두려워서인지, 다치는 것이 걱정돼서인지, 싸우면 부모님이 걱정하는 것이 싫어서인지, 소심한 성격 탓인지, 그냥 힘이 없어서인지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민주는 경찰이 말한 내용을 떠올리며, 아들이 어떤 마음그릇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마음상황이 가장 중요하지요. 잊을 수 있는 사건이 될지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작용할 것인지 따져봐야죠. 가해학생의 말과 행동, 태도에 용서가 될 수 있는지부터 살펴야 하지 않겠어요.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면 용서를 하면 안 되지요. 법으로 처벌해야죠. 엄벌에 처해 다시는 또 다른  폭행이 발생치 않도록 강력히 제재를 가해야지요. 법으로, 교칙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을 다해서 처벌해야죠. 그렇지 않나요."민주는 다른 관점에서 설명한 경찰의 말을 생각하며 차를 몰았다. 집으로 가서 다시 한번 상황을 되짚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해자는 감사해야죠. 어떠한 경우에도 폭행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사과를 한다고 해서 자리에 나왔다면. 일말의 용서도 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인데. 정말이지 보기만 해도 때려주고 싶지만 같이 학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작은 성의로 나온 것인데. 더 낮은 자세로 더 겸손한 어투로 사과를 했어야겠지요." 민주는 자신이 생각했던 부분을 이야기하던 경찰을 떠올렸다. 제삼자의 입장이니 이성적으로 객관화할 수 있겠지. 경찰의 자녀가 그런 폭행피해자라도 그렇게 차분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라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집으로 가는 도로는 한산했다.


 민주는 말에 상처를 덜 입기 위해서는 마음의 성을 잘 쌓아야 한다. 말로 공격받았으면 말로 반격할 수 있어야 한다. 말싸움에서 이기려면 상대보다 지적 우위에 있어야 한다. 지식을 쌓고 지혜로운 사고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아들에게 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친구에게 맞은 날부터 요양을 핑계로 집에서 쉬고 있는 아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어디서부터 보다 객관적인 견지에서 오늘 있었던 상황을 꺼내야 하나. 자기를 때린 친구가 엄마에게 욕을 했다고 하면 또 다른 폭행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스러웠다. 대체 어떤 이유로 맞았는지 알아내지 못한 것이 생각났다. 이유부터 물었어야 했는데, 가정교육이 엉망이라는 말부터 쏟아버리는 통에 듣지 못하고 말았다. 너희들은 왜 싸웠니, 아들은 왜 맞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거니. 말을 안 하면 안 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니. 학교를 갈 때보다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민주는 액셀을 힘껏 밟았다. 멀리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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