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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드김 Jun 27. 2019

Black, White, Brown, Yellow.

당신도 인종차별주의자 인가요? 어쩌면 당신도 racist.

며칠 전, 평소 나를 많이 응원해주시는 어른과 전화를 했었다.


근황토크를 한동안 하다가,

내 나이가 소위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를 살짝 넘을랑 말랑한 아슬아슬한 나이이기에 역시나 결혼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얼른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야 하지 않겠냐고, 너의 부모님의 연세를 생각하면 네가 이렇게 느긋하게 있어서는 안된다고.




그래서 또다시 나의 구구절절한 레퍼토리를 말씀드렸다.


여기는 만날 사람이 없다고.

내 나이또래는 이미 다 결혼해서 애가 하나~ 둘~은 있다고. (이건 사실이다. 정말 충격적이게도 여기 동네가 약간 보수적인 동네여서 그런지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에 결혼해서 이미 30대 초에는 아이가 하나 둘은 있었다.)


하..

너무 많이 반복해서 이제는 지겨워진 레퍼토리.


그렇게 내 변명 아닌 변명을 한참 하다가 그 어른이 한마디 툭 꺼내셨다.





"그렇다고 흑인 데려올 생각은 말고~"


'????'





누가 내 뒷통수를 해머로 가격했을 때 이런 느낌일까?

내 머릿속에서 전깃줄이 하나가 딱 끊기는 느낌이었다.



충격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반응이 처음은 아니었다.



몇달 전, 어머니와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날도 역시나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토크가 끝날 무렵이었다.


" 아무리 그래도 아무나 만나지는 말고~ 인도애들이나 흑인은 만나지 말고~ 백인은 괜찮다~"


'  ....?  '



내 귀를 의심했었다.

아.. 이어폰을 그렇게 오래 사용했더니 드디어 이명이 생겼구나.

요즘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이제 환청이 들리는구나.



우리 어머니는 신여성인줄 알았는데.

위에서 먼저 언급한 어른도 요즘 어른들 같지 않은 굉장히 열린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우리 부모님 세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피부색이 하얗지 않은 사람들이 단체로 대한민국을 침공했었나?

피부색이 하얗지 않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무슨 나쁜짓이라도 했나?

...

피부색이 하얗지 않은 사람들과 피부색이 하얀 사람들은 다른 종인가?





나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도 있는 3년이라는 시간을 미국에서 보냈다.


피부색이 하얀 친구도 있고, 피부색이 황갈색인 친구도 있고, 피부색이 까만 친구도 있고, 나랑 비슷한 피부색을 갖고 있는 친구도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나는 백인 친구, 흑인 친구, 인도 친구, 사우디아라비아 친구, 파키스탄 친구, 스리랑카 친구, 이집트 친구, 이란 친구, 중국인 친구들이 있다.



(From NPR)




내 경험에 따르면, 아니, 당연한 거겠지만


피부색과 사람의 인격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피부색과 측정가능한 다른 것들, 예컨대 지능 같은 것들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아! 아닐수도 있겠다. 미국에서 만난 나와 같은 '외국인'신분인 친구들 중, 우리가 소위 '못산다는'나라에서 온 친구들은 정~말 똑똑하다. 미국 본토애들보다 훨씬 똑똑하다. 정말 열심히 살고, 심지어 성격도 좋다.)




내 친구들과 나는 피부색이 비슷하기도, 때로는 많이 다르기도 하지만

함께 이야기 하면서 웃기도 하고, 가끔은 말도 안되는 주제로 투닥거리기도 하고, 교수 뒷담화를 하기도 하고, 운동이 말도 안되게 힘들다며 불평아닌 불평을 터뜨리기도 하는, 다 같은 사람이다.




도대체 언제쯤 피부색을 갖고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없어질까?


우리가 미국에서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인종차별을, 

우리나라 사람들도 출처를 알 수 없는 우월감으로 피부색이 우리보다 짙은 외국인들을 인종차별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모두는 인종에 상관없이, 그저 이 빡빡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동지들이라고 생각한다.


피부색에 상관없이,


어느 누구는 어떻게든 박사학위를 따려고, 안되는 실험을 붙잡고 월화수목금금금 피 토하며, 우울증 약 먹어가면서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고,

어느 누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회사에서, 공장에서 온갖 멸시와 구박을 참아가며 일하고 있을 것이다.

 


제발.

제발 이제는 그만하자.


인종차별, 이제는 제발 그만하자.



나 자신의 가치와 인격을 내가 깎아 내리는 아둔한 행동중에서도 가장 아둔한 행동이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그만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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