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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드김 Jul 16. 2019

머리카락을 체외에서 만들어낼 수 있을까?

3D Printing을 이용한 머리카락 농장(?!) 탄생의 가능성!

예전과 다르게 뜨거운 물에서 갓 탈출한 시래기마냥 힘없이 축 쳐지고 얇아진 머리카락. 


화장실 바닥에 무수히 떨어진 머리카락들.


거울을 볼 때마다 왠지모르게 계속 뒤로 가는듯한 이마라인.




당신이 아~주 빽빽하게 가득찬 모발을 갖고 있지 않다면, 남 일 같지 않을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탈모인구가 천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 5명 중 한명이 탈모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이다.


American Hair Loss Association에 따르면 35세 이상 미국 남성들 중 2/3가 탈모를 겪고 있으며, 50세가 되면 거의 85%가 머리카락이 유의미하게 가늘어지는 것을 경험한다고 한다. (미국 남성 탈모인 중 25%는 21세에 이미 탈모가 시작된다고 한다.) 남성 뿐 아니라 여성들 역시 40세정도에 40%가 탈모를 겪는다고 한다.



정말 엄청난 수가 아닐 수 없다.



탈모로 인해 심각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는 모발이식수술을 받기도 한다고 한다.


보통 이런 수술은 머리 뒷편에서 2,000개 정도의 모낭을 떼어내서 머리의 앞, 위쪽에 이식한다고 한다.


간단해 보이는 수술이지만, 수술 후 고통이 심하다고 한다. (물론 비용도 가볍지 않고.)

또한 자신의 모낭을 체취해서 이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식할 수 있는 모낭의 수도 한정적이다.



워낙 탈모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그동안 탈모 치료제를 포함, 탈모 해결책을 찾기 위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체외에서 모낭을 만들어서, 머리가 빠진 부분에 직접 이식하는 것일 것이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mouse, 즉 쥐에서는, 체외에서 만든 쥐의 모낭을 이식해서 모발을 자라게 하는데 성공했지만, 사람의 경우 쥐와는 모발 싸이클 (hair cycle), 줄기세포 특징 (stem cell characteristics), 호르몬 의존도(hormonal dependencies)가 확연하게 다르고, 자가응집하지 않는 dermal papilla cells (DPC)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었다고 한다.

#DPC는 모낭의 형성과 싸이클에 매우 중요한 세포이다.

 


하지만 2018년 Columbia University Irving Medical Center 에서, 3D 프린팅을 이용해서 체외에서 모발을 자라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내가 이 뉴스를 접한건 올해 6월 말이다. 논문을 찾아 보기 전에는 이제 막 나온 연구인줄 알았는데, 막상 논문을 찾아보니 2018년에 발표된 것이었다;)



처음에 기사 타이틀만 보고서는, '아~ 이제 3D 프린터로 머리카락을 뽑아내기도(?) 하는구나!' 하고 

감탄했다가, 기사 본문을 읽고 머리카락을 직접적으로 뽑아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연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3D 프린팅을 이용해서, 모낭이 잘 생성될 수 있도록 도와줄 '틀, 또는 거푸집(mold)'을 만들고 

--> 진피 섬유아세포(dermal fibroblasts; FB)가 포함된 콜라겐 젤에 이 틀을 이용해서 홈을 만들어주고 

--> 위에서 얘기한 dermal papilla cells (DPCs)를 이 홈에 이식해주고 

--> 모낭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여러 다른 세포를 비롯,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 과정이 복잡해서 여기에 설명을 하지는 않겠다. 궁금하다면 논문을 읽어보시길...;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18-07579-y)


위의 과정을 보여주는 간단한 그림이다.



별로 복잡해 보이지 않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왜 3D 프린팅이 꼭 필요할까? 


다른 기술들로는 이 '틀(mold)'를 각각의 모낭이 생성되고, 모발이 자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세밀하게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게 바로 3D 프린팅으로 만든 '틀' 이라고 한다.



실제 이렇게 체외에서 만든 모낭을 면역기능이 없는 쥐에 이식했고, 4-6주 후 모발이 자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a는 이식 바로 후를 보여주고, b는 4-6주 후 모발이 자란 것을 보여준다.



물론 지금 바로 이 기술을 이용해서 모발이식수술에 사용할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더 많은 후속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매우 유의미한 이유는, 이제 체외에서 모발을 생성할 수 있기에, 모발이식수술 뿐 아니라, 직접적인 탈모치료제 개발을 위한 '자유로운 실험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서 미국은 또 하나의 '미래먹거리'를 얻게 되었다.

(전 세계의 탈모인들의 수를 생각해 볼 때, 이건 비아그라 만큼이나 떼돈을 벌어다 줄 원천이 될 것이라 쉽게 예할 수 있다.)


시간이 어느정도 걸릴 지 모르지만, 이 기술을 이용해서 언젠가는 이식에 가능할 정도로 모발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고, 이 기술을 이용해서 '직접적인' 탈모치료제를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


또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이 기술을 이용해서 모발과 관련된 어떤 약을 개발한다든지를 하려면, 분명 엄청난 금액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미 특허 신청은 해놓았을 것이니..)




우리나라도 이런 바이오 관련 기술이 있나? 흠..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부정적인 것들만 떠오른다.

(바이오에 관련해서는 요즘 안좋은 일들만 일어나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왜 우리는 이런 기술이 없을까..



궁극적으로는 이런 기술에 투자할 자본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분명히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본 면에서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 할 것이니..)




또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이런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에 대한 처우가 안좋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종류의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의 임금이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아~주 현저히 낮은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닐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이 대부분이고, 가장 먼저 잘리는 직장 (일자리 자리도 별로 없다). 이런걸 뻔히 아는데, 지금 어떤 학생들이 '과학자가 되기 위해' 생물학과에 진학하고 싶어할까?



... 휴.......




언제쯤 우리나라에도 바이오 관련된 이런 미래 먹거리 소스가 생길까?


언제쯤 우리도 외국에 바이오 관련 원천 기술을 수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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