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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드김 Oct 31. 2019

물어본다

이승환 8집, Karma

10월의 마지막 날.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이미 겨울입니다.

기온은 영하.

겨울자켓을 꺼내입은지 이미 3주는 되었고요,

가을에 입어야지~ 생각했던 가죽쟈켓은 결국 한번도 못입었요.


날씨가 추워서 일까요?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서 외로이 혼자서 살아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새로 시작한 일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서 일까요?


요 며칠내내 참으로 우울했습니다.

사랑하던 밥조차 살기위해, 감기약을 먹기위해 먹을 정도로 말이죠.


괜히 사람들에게 짜증내는 일도 잦아지고,

매사에 불만으로 가득차고,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힘들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정말 너무 하기 싫었던 것인데,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인지 가장 소중히 대해야 할 가족에게 투정을 마구마구 부렸습니다.)


입밖으로 내면 후회할 것이라는것을 알면서도

왜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는 못된 말을 뱉어낸 것인지.


혼자서 타지생활을 한지 너무 오래되어서

사람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다 잊어버린것일까요?


이런 생활에 회의감이 들고,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런 대책없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차고.


음악이라도 들으면 기분전환이 될까 해서

Spotify에서 앨범을 검색해보다가

오! 한국 가수들 앨범이 은근히 많이 올라와 있음에 반가워서

요래조래 마구마구 스크롤을 업&다운 했습니다.


연관 검색으로 앨범들을 하나하나 듣다가

이 곡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는 분들은 다 아는 곡.

가사가 자꾸 내 명치를 때리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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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8집, Karma




물어본다. -이승환



많이 닮아있는 건 같으니 어렸을 적 그리던 네 모습과 

순수한 열정을 소망해오던 푸른 가슴의 그 꼬마 아이와 

어른이 되어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 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워워어 않도록 


푸른 가슴의 그 꼬마아이는 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니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더 늦지 않도록  


부조리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 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워워어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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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절 한소절이 저에게 하는 같아서 

슬프면서도 다시금 정신을 차리게 만드네요.




미래가 정말 힘들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정말 취업 잘되고 돈을 잘 벌 수 있는 전공을 포기하고

지금 이 전공을 10년째 공부하고 있는 이유.


제가 이 세상을 떠나기전에 뇌신경계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결과물을 하나는 내고 싶다는 소망으로 이 길을 선택했었는데


자꾸만 현실을 마주하면서

친구들과는 달리 너무나 뒤쳐지고 있는 듯한 내 모습을 보면서

처음의 그 마음가짐, 목표, 열정이 사라지고

그저 하루하루 겨우 살아내고만 있는 지금.


찬물로 세수하며 정신차리고,

처음의 마음가짐을 다시금 되새기며

오늘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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