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문
지난번에 제주 에일 맥주를 소개해 드리면서, 살짝 비슷한 맛으로 얘기해 드렸던 ‘블루 문 Blue Moon’ 기억나세요? 오늘은 이 사연 많은 맥주, ‘블루 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블루 문은 이제 여기저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대중적인 맥주가 된 것 같아요. 오렌지 맛이 감도는 휘트 에일 Wheat Ale이 잘 팔린다는 것은, 확실히 우리나라 맥주 소비층의 입맛이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예전의 ‘밍밍 깔끔’ 류의 라거가 아닌, 조금 더 강하고 여러 가지 개성을 담은 맥주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요. 그리고, 확실히 여성적인(?) 취향의 맥주들이 잘 팔리고 있어요. 두둥! 이제는 ‘아빠 맥주’의 시대가 가고 ‘언니 맥주’들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대표적인 ‘언니 맥주’ 라면, 역시 ‘블루 문’입니다. 맛을 표현하자면, 까끌한 휘트 브레드로 만든 식빵에 오렌지 잼을 발라서 먹는 기분이랄까. 밀 맥주의 깔깔한 맛과 오렌지 껍질의 맛을 가미한 상큼함을 담아냈어요.
하지만, 이 인기 많은 ‘블루 문’ 언니에게는 숨겨진 사연이 좀 있어요. 이제부터 그 비밀을 살짝 알려 드릴게요.
사실, 이 언니는 자연 미인이 아니랍니다. (미인이 아니란 말은 아니고..) 얼핏 벨기에 어딘가의 크래프트 비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계적인 맥주 회사인 밀러 쿠어스 출신이에요. 그래서 약간 성형빨(?)이 좀 있는 대중화된 맥주입니다. 어찌 보면, 그게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겠죠. 안정적인 유통과 일관된 맛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물량이 확보되니까요.
한편, ‘Belgian White’ 라고 크게 써놔서 정통 벨기에 맥주처럼 보이지만 벨기에랑은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고향은 미국 덴버라고 알려져 있답니다. 그래서 ‘왜 벨기에 맥주처럼 구라를 치는 거냐?’는 욕도 많이 들었다네요. 눈을 크게 뜨고 블루 문의 라벨을 보시면 알겠지만, ‘벨기에 스타일 휘트 에일’이라고 살짝 빠져나갈 구석을 만들어 두었지요.
무엇보다도, 이 맥주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 이름 때문인 것 같아요. ‘오랜만에’ 혹은 ‘아주 가끔의’ 란 뜻을 담은 ‘once in a blue moon’의 ‘Blue Moon 블루 문’. 아, 이렇게 좋은 맛은 정말 ‘오랜만이지?’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뉴욕에는 가본 적 없는 ‘뉴욕 스타일’의 쌍수 살짝 한 이쁜 언니지만, 그 이름까지 엄청 예쁘잖아요. ‘이런 예쁨은 정말 오랜만이지?’라며, 씩- 웃어주는 것처럼요. 이러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1 달빛 속에 한 모금
블루 문에게는 이런 별명도 어울 릴 것 같아요. 달빛의 이름을 따라 지은 술 한잔은, 뭔가 다른 힘이 있기를 바래요. 달빛은 아주 오랫동안, 보드랍고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수많은 꿈들과 이야기들이 달빛 아래서 태어났고, 울고 웃었으니까요.
우리의 마음도 달빛처럼, 항상 변하지요.
아무리 좋은 사이라도 이유 없이 살짝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기도 하고. 서로 ‘아닌가’ 싶다가도, 다시 무엇보다 소중해지기도 하고. 마치 계속 부풀어 오르다가, 잠깐 사라지기도 하는 달의 모습처럼요.
그래도 괜찮아요. 늘 거기 있지만, 어둠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일 뿐. 내 마음이 잠시 그늘져서, 그를 밝게 비춰주지 못한 것 뿐. 늘 나의 곁에 있었겠지요.
마음이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2 달빛 아래 입맞춤
입맞춤을 하기 전에, 한 모금 하기 좋은 술. 이렇게 또 다른 이름을 붙여줘도 좋을 것 같아요.
상큼한 오렌지의 향이 서로의 입술을 스칠테지요. 깔싸름한 에일의 내음이, 달큰하게 서로의 혀 끝에 맴돌아 올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좋은 입맞춤은, once in a blue moon 처럼, 인생에서 흔한 일이 아니지요.
서로의 눈을 맞추고, 발그레해져 눈을 감고, 가빠진 숨으로 밤의 공기를 들이켜고, 마침내 천천히 보드란 입술을 나누는,
푸른 달빛 아래 입맞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