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데나GC에 대한 제 포스팅에, 평소 존경하던 골프 지도자 프로골퍼 페친 님께서 귀한 의견을 주셨는데, 제가 달아드린 답글을 여기 올립니다. 페친 님께서는 “남자 시합 코스가 왜 더 어려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주셨습니다. 깊이와 형식을 갖추지 못한 댓글입니다만, 저는 대략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질문에 답해드릴 만한 깜냥은 제게 없습니다만······
토너먼트 코스 셋업 난도는 1. 대회의 성격과 목적, 2. 대회 주관 단체의 세계관, 3. 골프코스의 정체성, 4. 그 사회 골프 문화의 레벨 등에 영향받는다고 생각합니다.
- 첫째, 대회의 성격(목적)을 보자면, 메이저 대회는 일반 대회보다 더 어렵게 셋업하며, 특히 각 나라의 내셔널 타이틀(한국오픈, US오픈 등)은 그 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골프 시험을 치르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당연히 어렵게 설정된다고 압니다. 메이저 대회 가운데서도 프로골프협회 선수권 대회(PGA챔피언십, KPGA챔피언십······) 들은 선수들의 기량이 화려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데도 중점을 두기에, 가혹하게 설정하기보다는 기량이 잘 발휘되도록 셋업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일반 대회는 주최하는 측마다 지향성이 다를 것입니다.
- 둘째, 주관 단체의 세계관을 보면, 과거에 KLPGA투어 대회는 남자대회의 번외경기 식으로 치러지기도 했고, 불과 십여 년 전까지도 평범한 코스에서 평이한 난도로 설정된 코스에서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LPGA투어 토너먼트에 견주어 결코 쉽지 않게 대회 코스를 셋업하는 걸로 압니다. 세계관이 확장, 고양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KPGA투어 대회 코스 난도를 세계 정상의(PGA투어) 대회 코스 셋업 수준에 견주어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나라 프로골프의 세계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PGA투어를 오래 경험한 최경주 선수가 코리안투어도 PGA투어에 견줄만한 어려운 셋업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 골프가 세계 정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관점의 발로일 것입니다. 세계와의 경쟁보다 국내 생태계가 우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그런 가운데 "우리가 지금 어떻게 PGA투어처럼 셋업하느냐"고 여기거나, 심지어 여자 골프를 경쟁의 대상으로까지 보는 분의 관점도 있는 듯합니다········· 어떤 세계관을 갖느냐에 따라 (현재는 물론) 미래가 달라지겠지요.
- 셋째, 골프코스의 정체성으로 보면 대회장 중에 변별력 높은 골프코스가 있는가 하면 평이한 코스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남녀 프로골프대회가 열리는 골프장들을 견주어보면, 코스 자체의 변별력 평균은 서로 비슷해 보입니다. 골프장 측에서 선수들에게 코스가 정복되는 느낌을 싫어해서, 되도록 ‘적당한 고난도’로 설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남녀 대회에서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압니다. (남녀 대회를 다 치르는 골프장 가운데는 골프코스 자체의 구조적 요인 때문에 남녀대회 셋업이 거의 비슷한 곳도 있습니다.)
- 넷째, 우리 사회 골프 문화의 레벨로 보자면, 우리 골퍼들, 골프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기대의 수준이 중요하달 것입니다. 국내 팬들이 세계 정상급 선수 또는 정상급 투어를 원할 수도 있고, 국내 선수들 간에 우열을 가리는 데 흥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ㅡ 우리 골프 팬들의 눈높이는 어느 레벨에 도달해 있을까요. 스스로의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가늠하고 미래 가치의 시금석으로 삼을 것인가...... 골프뿐 아니라 우리 사회 문화의 좌표와 수준을 가늠하는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 그냥 혼자 해보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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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 KPGA투어 선수들 중에, 세계 일류 수준에 이른 분들이 적지 않다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