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3년이 흘렀다.
당시 대기업들은 지방에 멤버십이란 시스템을 구축해 지방 대학생들을 모집했고, 졸업할 때 면접 볼 수 있는 파격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그 시스템이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나는 거기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면서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것도 점차 선명히 알게 되었다.
전역하고 23~24살,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한창 방황할 시기 아닌가.
거기서 계속 버텼다면 대기업 입사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때려치웠다.
그냥 평범한 개발은 재미가 없었다.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좀 더 흥미를 느꼈는데 아마도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또한 입사해서 사무실 책상에 앉아 꾸역꾸역 지시받은 것만 개발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나왔고, 동네방네 아들이 대기업에 입사한다고 자랑했던 아버지의 마음도 무너졌지만, 아직도 후회하지 않는다. 내 인생을 위해 나 스스로가 내린 첫 번째 중대한 결정이었으니까.
만약 그때 다시 돌아가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정해진 길을 걸었다면,
그게 좋던 나쁘던 간에 분명 후회하며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렇게 다시 학교로 돌아와 이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재밌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모바일 게임'이란 것에 눈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