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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양 Nov 14. 2024

[독후감] 인생은 순간이다

야구와 인생에 대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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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봄부터 여름까지 나는 최강야구에 완전히 빠져있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3대 등잔'이라는 영상 제목이 눈에 띄었다. '도대체 뭐길래...' 무심코 누른 영상 속에는 할아버지 한분이 야구장으로 깜짝 등장을 하는데, 중년의 야구선수들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담겨있다. 저 할아버지가 누구길래 은퇴한 프로선수들이 존경과 두려움의 눈빛으로 맞이하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때부터 최강야구를 쭉 뒤져서 찾아보면서, 김성근 감독님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김성근 감독님이 부임하고 나서부터 변화하는 야구단의 모습에 흠뻑 빠져버렸다. 최강야구의 많은 팬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김성근 감독에 끌려 뒤늦게 최강야구 팬이 되었다.


   최강야구의 팬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김성근 감독님의 팬이다. 평생 동안 야구만 바라보신 감독님께서 하시는 말에는 '깊은 울림을 주는 진정성'이 있다. 그리고 그 진정성이 만들지기까지 걸어오신 삶과 야구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무척 귀하다. 감독님에 대한 책은 그 모든 것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겨내기 위한 의식


   '의식'이란 단어는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든 항상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연습을 하더라도 그냥 훈련이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 훈련의 필요성과 이 훈련을 통한 실력 향상을 생각해야 한다. 즉 항상 깨어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의식 갖고 노력할 때만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성장은 승리를 위한 토대가 된다.


   야구를 잘하려면 잘 보아야 한다고 한다. 본다의 의미를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셨는데, 견(見) - 관(觀) - 진(診)으로 이뤄져 있다.

   견(見)의 단계는 '그저 본다'는 의미가 된다. 어떤 것을 보아도 그냥 아무 생각이 없이 쓱 지나가버리는 것이다. 관(觀)의 단계는 '의문이 떠오른다'의 의미다. 저거는 왜 저렇지라는 의문이 들면서 생각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마지막 진(診)의 단계는 '보고 탐구하며 고민한다'는 의미다. 이제는 무엇인가를 보면 그 안에 담긴 의미가 깨달아지는 것이다.


   야구뿐만이 아니라 어느 분야든 잘 보고, 잘 생각하고, 잘 깨달아야만 그 분야에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차이를 깨닫고 그 의미를 실행하는 사람이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것이 그 사람의 실력을 넘어 내공이 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김성근 감독님의 말처럼 진(診)의 자세를 갖고 임해야 한다.



#한 순간의 의미

"... 별것 아닌 순간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렇게 한 순간 한 순간이 쌓여서 인생이 된다. 그 '순간'이라는 것의 가치는 말하자면 끝이 없다. 인생이란 매 순간을 붙잡으려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인데, 그런 의식이 아직 부족하구나 싶었다." p.155
"모든 일은 조그마한 것에서부터 시작되기에 정말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그 순간을 잡는 사람, 순간을 잡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풀어가는 사람이 결국엔 이기는 법이다." p.161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의식' 보다는 '순간'인 것 같다. 그만큼 '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화들이 많다. 야구 한 게임, 한 게임. 그리고 한 타석, 한 타석. 상대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가 매 순간이다. 그 순간, 그 찰나를 붙잡기 위해 의식을 가져야 하며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순간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만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순간의 중요성은 간절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매 순간을 붙잡기란 어려운 일이다. 유튜브를 보면서 무심히 흘려보냈던 10분, 1시간, 오늘 하루. 만약 내가 시한부 인생을 산다고 하면 오늘 하루를, 또 10분을 그렇게 무심히 흘려보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1분 1초를 아껴서 의미 있게 쓰려고 애를 쓸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다시 한번 느낀다. 매 순간을 더 잘 쌓아야겠다고 말이다.



#야구에 대한 사랑


   김성근 감독님을 보면 야구를 정말 '사랑한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프로구단에서도 감독을 하시고, 독립구단에서도 감독을 하시고, 지금은 최강야구에서 감독하시는 것을 보면은 '야구' 그 자체를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다. 사회적인 부와 명예, 인기 등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고 오로지 야구 자체만을 생각하며 한 길만 걸어오신 삶이 대단히 존경스럽다. 여든이 넘으신 나이에도 야구감독을 하실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예전에 내 친구 하나가 자기는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아서 가수가 하고 싶다고 했다. 노래가 좋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대략 직감할 수 있었다. 노래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TV 속에 나오는 성공한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을. 성공한 가수를 꿈꾸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화려함을 좆는 꿈으로는 험난한 길을 걷기가 쉽지 않다. 가수가 되어 TV에 데뷔하기도 어렵거니와 혹여 가수가 되어도 성공하지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성공은 했어도 아는 사람만 아는 성공에 머물 수도 있다. 꿈이란 높이 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을 멀리 이끌어 줄 수 있는 지표인지를 아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김성근 감독님에게 야구는 성공의 수단보다는 인생의 나침반인 것 같다. 항상 야구를 향해 있다. 야구를 안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건 자신이 죽은 후일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니깐.


   퇴사를 하고 다른 목표를 준비하고 있는 시기에,스스로 묻게 된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아마 내가 야구를 하지 않는 순간은 오직 죽은 후뿐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죽어야 나의 야구도 사라진다." p.307

https://youtu.be/DMXVgmYBZZ8?si=YTOHUg3OMd42tmt2&t=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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