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이유
내가 과연 스타트업으로 옮길 수 있을까?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현재의 회사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기는 게 맞을까 고민 중일 거예요. 아직 확신이 들지 않으실 테고, '내가 과연 지금 몸 담고 있는 곳과 전혀 다른 스타트업 씬에 입성할 수 있을까' 걱정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 분들을 위해 본격적인 장에 들어가기 앞서, 여러분이 얼마나 좋은 출발선에 서 계신 건지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저는 대기업에 5년 넘게 있으면서 시간을 낭비한 건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 시간을 거쳐 스타트업을 와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이유를 알려드릴게요.
스타트업을 강추하면서 일반 회사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있다고 하니 모순되게 느껴지실 수 있어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제가 경험해보니 일반 회사 출신의 장점이 확실히 있었거든요.
※ 이 글에서 '일반 회사'는 스타트업이 아닌 회사를 총칭하는 단어로 사용했습니다. 대기업, 외국계, 중견기업 등 스타트업이 아닌 회사는 모두 포함됩니다.
첫째, 일의 체계를 안다는 것입니다. '체계'라는 것은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전 과정에 거쳐 각 단계를 촘촘히 조직하고 설계하는 것이에요. 일반 회사는 체계를 매우 중시하는 조직입니다. 작은 일 하나를 하더라도 업무의 목적과 목표가 무엇이고, 보고 대상이나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마감 기한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고 진행하는 습관을 기릅니다.
예를 들어 소모품 하나를 사기 위해서도 회사 경비 사용 규정이란 게 있어요. 이를 확인하고 승인을 얻기 위한 품의서를 올립니다. 또한 비용 처리를 위해 적합한 증빙을 챙기고 회계팀과 의사소통합니다. 매우 귀찮은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주니어 시절에 이런 작은 일들이 쌓여 일을 대한 개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저는 5년간 이런 습관이 잘 들어서인지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큰 도움이 되었어요. 보통 스타트업은 체계, 구조, 절차, 규칙 같은 것이 부족하기 마련이거든요. 게다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일 경우, 일의 체계를 잡아야겠다는 내부의 니즈가 큽니다. 일반 회사 출신들은 이런 부분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어요.
둘째, 업계의 전문가인 사람들로부터 배운다는 겁니다. 일반 회사에 입사하면 보통 사수라는 사람이 붙게 되죠. 신입사원이 잘 적응하고 업무를 해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멘토예요. 사수뿐만 아니라 팀장도 있어요. 처음엔 그들이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회사를 나와보면 알게 됩니다. 그들이 적어도 5년, 많게는 20년 넘게 해당 분야만 판 전문가라는 사실을요. 연차가 쌓일수록 경력에서 나오는 경험과 인사이트는 무시 못 한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됩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사람들이 으레 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보고 배울 사람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죠. 그도 그러할 것이 스타트업에는 10년 이상의 경력자가 매우 귀합니다. 누군가를 가르쳐줘야겠다는 책임감도 없죠. 그렇기 때문에 일반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가장 습득력이 좋은 시기에 해당 업계와 직무의 전문가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일반 회사에서 시작해야 초봉이 높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대학 졸업생이나 경력이 적은 사람에게는 낮은 연봉을 제시합니다.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 초창기 스타트업일수록 더욱 그래요. 반면 일반 회사는 입사 관문이 높아서 그렇지, 입사만 하면 비교적 높은 초봉에서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친구가 있다고 할게요. A는 일반 회사에 입사해 연봉 5천을 받았어요. 다음 해 10% 인상되어 5천5백만원, 이듬해 10% 인상되어 약 6천만으로 2년 사이 20% 인상되었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B는 초봉 3천을 받았어요. 동일한 연봉 인상률일지라도, 2년 후 3천6백만원입니다. B가 A의 초봉을 따라잡으려면 최소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그 사이 A의 연봉은 더 높아지기 때문에 점점 따라잡기 어려울 거예요.
혹자는 스타트업에서 열심히 성과를 내서 연봉을 더 빠르게 높이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어요.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하지만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업계 사람들을 보니, 이러한 케이스는 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확률적으로 일반 회사에서 시작해 높은 초봉을 받는 것이,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연봉을 올리는 것보다 유리한 방법이죠.
스타트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진 흔한 편견 중 하나가, 스타트업은 나이 어린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사업을 만들어 나가는 곳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스타트업도 엄연한 회사입니다. 회사는 시기와 단계별로 모습이 달라집니다. 스타트업 역시 시작할 땐 창업자 위주로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을지라도, 매출이 발생하고 인원이 많아질수록 점점 일반 회사과 가까운 모습으로 변모해가죠.
그 과정에서 원하는 인재상도 달라져요.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는 초창기에는 열정은 많은 사람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요.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회사의 모습을 갖추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돈보다는 속도가 더 중요해지는 시기입니다. 일의 프로세스나 시스템을 갖추고 싶어 합니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더 빠른 시간 안에 퀄리티 높은 결과를 만드는 검증된 사람을 뽑고 싶어 해요.
이 시기에 일 잘하는 일반 회사 출신의 잘 훈련된 경력직에 대한 니즈가 생깁니다. 일을 잘해서뿐만 아니라 조직에 긍정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큰 조직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전달해 줄 수 있거든요.
좋은 것도 비교해봐야 좋은 것을 더 잘 느껴지는 법이죠. 옷을 살 때 한 가지 아이템만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이것저것 비교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사야 만족도가 높죠.
스타트업 역시 마찬가지예요. 저 역시 졸업하고 바로 스타트업에서 일했다면 지금처럼 스타트업의 장점을 온전히 느끼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스타트업의 장점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합리적인 조직문화, 직급이나 연차가 아닌 성과에 따른 인정과 인센티브, 주도적인 업무 환경 등이 있죠.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너무 자유로워 혼란스러울 수 있고, 혼자서 모든 걸 다하다가 지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반 회사에서 일하고 스타트업으로 옮긴다면,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스타트업의 장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거예요.
"다수가 선택하는 길을 걸어본 후에,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경험한 뒤에 선택해야, 늦더라도 자신의 삶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당신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이유 4가지
1. 일반 회사에서 업계 전문가로부터 일의 체계를 배웠기 때문에
2. 비교적 높은 연봉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3. 일반 회사 경력직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4. 일반 회사의 장단점을 이미 겪어봤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