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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r 22. 2022

인생 동료는 보아라

그리고 너, 앞으로도 내 동료가 되어라


 나 오늘 7교시 문학 시간에 쌤 설명 안 듣고 책 읽었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란 책이었지.

사는 게 매일 똑같으니까 지겨워 죽겠어서 읽은 거 맞다. 공감할걸.

어쨌든 그러다가 십 대 소녀 감성을 자극하는 ''우정''에 대한 챕터를 읽게 됐어.


 거기에 나오는 이 말은 생택쥐페리 아저씨께서 하신 말이야.


“좋은 벗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통된 그 많은 추억, 함께 겪은 그 많은 괴로운 시간, 그 많은 어긋남, 화해, 마음의 격동……. 우정은 이런 것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내가 읽던 책의 글쓴이가 덧붙이길,

‘오래된 친구가 더욱 좋은 이유..


 사실 우리 친구로서 함께 한 기간이 썩 길지 않긴 해. 우리가 뭐 10년 지기인 건 아니잖아ㅎ 하지만 지금 우리의 관계에는 아주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 학창 시절이잖아? 학창 시절. 언젠간 대판 싸우고, 화해도 해보고, 그러면서 더 끈끈해지고, 서로를 오랜 친구라 부를 수 있는 그런 때가 오겠지.. 우린 그런 가능성이 있는 관계지ㅋㅋ. 렇게 생각하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어.


 나는 그냥 참 신기하더라. 책 한 페이지에서 기껏 해봐야 세 줄 정도 차지하는 이 문장들이 떻게 갑자기 날 '친구'라는 우주 속에 데려다 놓았을까.. 그냥 갑자기 네가 막 떠랐어. 그리고 내가 너를 언제 어느 시기에 만나게 됐는지, 어쩌다 친해졌는지, 앞으로는 서로 어떻게 지내게 될지 같은 생각을 연쇄작용 일으키막 하게 되더라니까.


 어쩌다 친해졌을까 하는 생각을 제일 오래 했어. 어쩌다 친해졌냐고? 나도 모르겠어. 기억이 안 나.

다만 지금의 우린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이지.

나는 진지한 주제로 대화하는 걸 좋아해. 실없는 소리로 웃고 떠드는 것도 즐겁지만 나는 네가 진지하게 하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생각해보고, 그러면서 서로의 의견이나 감정을 나눌 때의 연결된 느낌이 너무 맘에 들어. 괜히 복잡하게 사는 것처럼 보일 것 같긴 한데 원래 내가 좀 진지충..ㅋㅋㅋ


 뭔지 알겠지? 같이 웃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은 많지만 내가 언제라도 연락해서 진지충 같은 이야기를 해도 잘 들어주겠구나 싶은 친구는 인생에 몇 없다는 거. 그래.. 갑자기 나한테도 그런 몇 없는 친구가 있다는 게 너무 감격스럽게 껴지더라.


 질풍노도의 우리네 이야기가 다 그렇듯 나도 너한테 할 말 못 할 말 다 했다는 걸 기억한다. 하지만 나의 치부를 다 드러내는 이야기를 너한테 꺼내보였다고 해서 후회럽진 않아. 그런 내 이야기를 들어준 너로 인하여 내가 친구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친밀감이나 동지애, 안정감, 용기, 불안을 떨쳐내는 순간의 호기로운 즐거움 같은 온갖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거든.


 그리고 지금 역시도 너라는 존재 자체가 모든 것이 불확실할 내 미래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존재가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 물론 사람 일 한 치 앞 모르는 거긴 한데.. 지금 이 문장을 여기에 추가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ㅋㅋㅋㅋㅋ. 갈등하다가 솔직히 네가 이쯤 되면 좀 오글거려할 것 같아서 분위기나 식힐 겸 넣어본다. 짜게 식었다고? (어쩔티비~)


 두서없는 편지글 급하게 마무리를 지어볼게. 마무리라고 해봤자 내가 형광펜 그어놓은 1 문단의 책에서 따온 몇 문장이 전부야.


 자, 우리 언젠가 만나 'nn 년을 뛰어넘어 회상에 잠기기도 하고, 현재의 어려움들을 토로하기도 하며, 미래를 계획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하'는 그런 멋진 친구가 되자.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어. 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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