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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장꾸 Nov 19. 2022

노래가 된 당신에게

우린 노래가 될까 - 너드커넥션

@likeafilm_kr


노래가 된 당신에게


내게 당신은 셀 수 없이 많다


우리의 시간은 짧았거나 길었고

우리의 시간은 얕았거나 깊었다


당신과 나는 언제나 웃었고 울었다

당신은 내 눈을 보고 진심으로 물었고

나는 당신의 눈을 보고 진심으로 답했다


당신과 걸었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까마득한 거리를 걷는 동안

당신과 나는 서로의 영혼을 나눴다


당신은 나를 소중히 대했다가 소홀하게 대했다

나는 가끔 상처 받았지만 가끔 상처를 줬다


당신은 대체로 궁금해했고 가끔 내게 무신경했다

나는 대체로 무신경했고 가끔 당신이 궁금했다


당신과 나는 많은 말을 나눴다

당신은 감정을 가득 담아 내게 말했고

어쩌면 아무런 감정 없이 내게 말했다


당신과 나는 술잔을 자주 기울였다

대부분 의미없는 시간이었지만

때로는 강렬한 의미가 됐다


당신은 다시는 안 볼 것처럼 화를 내거나

더없이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당신과 나는 손을 잡고 걸었다


당신은 노을을 더없이 사랑했고

나는 당신의 그런 모습을 사랑했다

거짓 없는 순간


잊혀진 기억은 헤아릴 수 없고

당신은 켜켜이 쌓여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무수한 시간들

그리고 무수한 당신







우린 노래가 될까 - 너드 커넥션


나는 나를 먹먹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사랑한다. 김창완의 <시간>,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리도어의 <영원은 그렇듯>, 제인팝의 <우희> 등 특히 음악은 더없이 그렇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먹먹한 감정이 확 올라왔다. 멜로디, 가사, 보컬의 목소리까지 모두 그랬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다. 내게 잊혀진 순간들은 얼마나 많을까? 잊혀진 순간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삶을 살다가 내 방어기제를 들여다본 날을 기점으로 그런 순간들을 종종 생각한다. 내게 <우린 노래가 될까>는 이미 잊혀져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노래다.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비로소 내가 됐다. 무수한 사람들과 나눈 무수한 대화, 무수한 시간들이 쌓여 나는 비로소 내가 됐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누구에게 편지를 쓸까 고민하다 내가 잊은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특정하기보다는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다.


<우린 노래가 될까>의 가사를 곱씹으면서 듣다 보면 눈물이 난다.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지만, 최대한 많은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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