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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텍스트셀러 밍뮤즈 Feb 20. 2023

개복치형 인간은 어떻게 살아남나

 스트레스에 취약한 개복치라는 물고기가 있다고 한다. 항상 그 물고기를 보면서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스트레스는 누구나 받는 법이고 오히려 적당히 받는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유난히 예민한 성격에서 봤을때 대부분의 스트레스 작고 크고에 상관없이 모두 쥐약이다.


 그런 내가 10년 동안 살았던 동네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전체 인생에서 보면 거의 평생을 살았던 서울을 떠났다.) 물론 이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경 쓸 것 참 많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슬슬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새집으로 가니 좋겠다고 했지만 마냥 즐거울 수 없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새집이고 뭐고 힘들어 죽겠다고 징징거리고, 밖으로 잘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신도시긴 한데 주변 인프라가 빈약해 뭐 하나 하려면 멀리 나가야 했다. 운전이 필수인 상황이지만 주차가 무서운 심약한 운전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슬슬 정리될 기미가 보이긴 한다. 하지만 그래봤자 단기적인 큰 이슈들만 정리되는 것일 뿐, 이 집에서 살아가려면 많은 준비(=새로운 일, 스트레스)가 필요하다. 워낙 잘 질리는 스타일이라 새로운 것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살아남아야지. 약해빠진 엄마덕에 집에만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그나마 개학과 입학이라도 하게 되면 죄책감이 덜해지려나.


 아직 이런 스트레스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찾지 못했다. 오히려 스트레스 푼다고 갔던 파티에서 찐한 현타와 지독한 숙취만 얻어와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수없이 되뇌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건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해소하려면 내가 뭘 했을때 진짜 행복한건지 그것부터 알아놔야 할 것 같다. 가짜로 재밌고 행복한거 말고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진짜 행복한 게 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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