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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Mar 18. 2024

애엄마는 후회한다

요즘 많이 우울하다. 화도 많다. 속에 천불이 항상 나 있다. 집에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젖힌다. 집에 온도가 16도다. 그래도 춥지가 않다. 몸도 마음도 답답하다. 이 감옥같은 지긋지긋한 집구석에서 나가고 싶지만 갈곳도 없다. 돈없는 애엄마를 반기는 곳도 없다. 애를 낳으면 낳을수록 더 가난해진다. 빨래, 주방일, 애들 돌보기, 청소는 아무리 종종거려도 끝이 없다. 집안일 하다가 하루가 다 간다.


한국출산율이 0.7이라는건 여자 3명중에 1명만 애엄마라는 것이고 서울출산율이 0.5라는건 여자 4명 중에 1명만 애엄마라는 뜻이다. 애없는 여자가 애엄마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고, 애엄마는 소수자라는 얘기다. 통계처럼 실제로도 내 친구들 중에도 애없는 친구들이 훨씬 많다.


지난 10년간 애로 얽혀 만난 주변 애엄마들은 대부분 지방 출신이고, 저학력자가 많았다. 요즘에도 대학 안가는 사람이 있나 놀랐는데 애엄마로 만난 세상에서는 고졸이 정말 많았고 전문대 졸업이 일부 있었다. 보통 2명쯤 낳는다. 가끔 가다 만난 대학 졸업한 엄마들은 하나만 낳고 다시 직장 생활한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외롭다. 공부 잘했고, 공부 많이 했고, 그것도 모자라 외국까지 나가서 공부했다. 일도 잘했고, 직장에서 인정 받았고, 돈도 남편 못지 않게 벌었다. 그런데 바보같이 애를 셋이나 낳았다. 우리 할머니가 나보고 요즘 세상에 무식하게 애 셋 낳았다고 헛똑똑이라고 혀를 끌끌 차셨다. 우리 엄마는 내가 셋째 가졌다 했을 때 나한테 너무 실망해서 이틀동안 잠도 못자고 드러누우셨다. 애 넷 낳으면 엄마랑 인연 끊을 줄 알라며 정신 차리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나는 애 있어도 할 수 있어! 화이팅!하며 일과 가정 양립하는 멋진 모습 보여준다며 애를 무진장 썼지만, 지난 10년간 안되는 건 안되는 거라는 차갑고 혹독한 현실만을 마주했다. 일 가정 양립은 나 혼자 용써서 되는게 아니었다. 직장에서도 그런 직원은 원치 않는다. 직장은 가정이 아예 없는 직원, 아니면 가정이 있더라도 가정은 포기하고 일만 죽도록 해줄 직원을 원한다.


결국에 애엄마가 집에 들어앉지 않으면 할머니든, 외할머니든 들어앉아야 하는데 그들도 원치 않는다. 그들도 늙었고 몸도 아프고 돈 벌러가야 하고 애보기도 싫고 이런저런 이유로 원치 않는다. (외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본인일이라고 아예 생각을 안하기 때문에 선택지에도 없다.) 다들 소가 필요하다며 아우성치지만 아무도 소를 키우고 싶어하지 않는다.


애 어릴때는 어쩔 수 없어.  애들은 원래 자주 아파. 시간이 지나야 해결돼. 초등학교는 입학해야 좀 나아져.


10년 애엄마로 살면서 몸소 겪어 알게된 사실이다. 아직 5년 남았다. 나는 그때되면 42살이다. 애 키우며 15년, 집구석에서 갇혀 돈이 없어 절절 매며 애만 보다가 20대, 30대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이 지나가는구나.


여자들도 원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어린시절 학교에서 사회에서 배운 가장 허황된 얘기였다. 임신을 안한다는 가정하에는 맞는 말이다. 그래서 한국여자들 다 임신 안하고 있다. 나는 바보같이 본능에 넘어가서 계속 애를 낳았다. 무지했다.


돈 걱정 좀 덜 하고 애들 병간호에서 좀 벗어나고 끝도 없는 집안일도 좀 줄고 저녁에 자전거라도 타고 바람 쐬러 나갈 여유가 생기는 그런 좋은 날이 올까. 지금 내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죽지못해 산다. 하루하루 버티고 견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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