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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keryoung Mar 20. 2023

앤틀러에서 있었던 일

열정 있는 창업가들의 co-founding 활주로. 

앤틀러?

글로벌 스타트업 제너레이팅 프로그램.

“글로벌”이라 그런가 해외대학, 해외경력을 가지신 분이 많이 보임.

한국 배경을 가진 내가 오히려 조금 특별한 느낌이 들 정도로.

10주간의 phase 1 동안 코파운더를 찾고, 이후 투자 결정을 받은 팀들만 phase 2 10주 프로그램을 더 진행한다. 지금은 2주가 지났고 다음 주부터 3주차가 시작된다. 


자기소개

보통 자기소개에 쓸게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 사람들은 자기소개에 쓸 말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내가 해보지 않은 분야의 경력이 있으신 분들이 많았고,

재밌었고, 좋은 자극이 되었다.



네트워킹, 커피챗, “어떤 코파운더 찾으세요?”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목적은 사업을 함께할 코파운더를 찾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프리시드 투자까지.

그래서 하루종일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화장실 가면서도 이야기하고, 화장실에서도 이야기하고, 점심시간, 쉬는 시간, 쉬지 않고 이야기한다. 같은 방향 가시는 분 이야기하면서 가자고 찾기도 하고 저녁시간도 약속을 잡고 이야기를 한다. ( 점심시간도 거의 2시간 3시간? 줬던 것 같다. 이야기하라고.. )

초반 프로그램도 이런 네트워킹이 많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 슬렉 도넛 랜덤 챗, 스피드 네트워킹, 오픈마이크 같이 ‘모두와 한 번은 이야기하도록’, ‘내 이야기를 조금 더 잘 전달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들로 이루어져 있다.

( 스피드 네트워킹… 어색한 표정.. )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첫날 자기소개에서 ”저는 1조 회사를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100조 회사를 만들 겁니다”라고 이야기하시던 분이 인상 깊었는데,

그분과 스피드 네트워킹을 하다가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는 돌아갈 것 같은데, 그분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이유는 “너무 치열하게 살아서, 너무 힘들었어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

지금 볼 때도 워커홀릭에, 엄청 에너지를 쏟아서 일하는 분인데, 과거가 그 정도로 힘들었다는 것이 조금 충격이자, 내 안의 작은 편견이 부서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잘-못해요-pay-it-forward 채널

채널의 자기소개를 보면 모두가 잘하는 것 만을 이야기했다.

나는 그런 소개를 봤을 때, 조금은 다가가기 힘든 느낌을 받았다.

앤틀러 2기도 하나의 커뮤니티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고 끈끈 해졌을 때, 더욱 코파운더를 찾기 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로가 취약성을 공유하는 ‘잘-못해요’ 채널을 만들었다.

못하는 걸 이야기하고, 그걸 잘하는 사람이 도와주고, 나중에 갚을 수 있는 그런 채널이길 바랐다.

코파운더를 찾는 것도 좋지만 2주 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냥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도 생긴다.

그들도 나를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혹시 코파운더를 못 찾더라도 창업이라는 조금은 외로울 수 있는 길을

함께 응원하는 동지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같이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pay-it-forward 채널이 재미있다며 샤라웃 해주신 분들도 있었다.



Off Site - 피의 동맹

2주 차 수요일, “체육대회” 가 열렸다. 오징어 게임을 모티브로 스타트업 개념을 섞은 아주 재밌는 게임이었다. ( 다른 분들은 레크리에이션 처음에는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는데, 나는 처음부터 너무 재밌겠다 하면서 갔다 ) 예를 들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경우, 그냥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으면서 달려가야 한다. 나중에 그 돈으로 상품을 경매로 살 수 있다. 첫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너무 열심히 하다가 무릎이 까졌다. 조금 부끄러웠는데,

“팀원 중 한 명이 무릎에 피가 나도록 열심히 참여했다.” 이것이 우리 팀 능력자들의 모티베이션을 자극했다. 압도적인 1등을 차지했다. 게임이지만 너무 재밌었다 ㅎㅎ

( 좋아하는 바진데 아까웠다.. 꿰매서 입을까..)


( 즐거웠는데, 표정은 그냥 그러네 ㅎㅎ )



아이디어 스프린트, 부트캠프

서로 일하는 방식을 확인하고 핏을 맞춰보기 위해 아이디어 스프린트, 부트캠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가장 에너지소모가 많고 힘들기도 하지만, 가장 유익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다시 체크해 볼 수 있는 기회이이도 했다.


그래서 코파운더는..?

퍼플클립이라는 서비스를 만들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맞는데 누군가 티키타카 할 사람이 있으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앤틀러를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아직 코파운더를 찾을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리는 미래가 같은 사람”이다. 내가 그리는 미래는 구성의 오류가 없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정말 힘든 일이지만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힘든 만큼 가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혹여나 코파운더를 못 찾더라도, 앤틀러는 나한테 정말 많은 자극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지금 3기 신청을 받고 있던데, 관심 있는 분들은 신청하면 좋겠다.



번외..

앤틀러에서는 스케일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요즘 읽고 있는 Masters of Scale이라는 책에서,

폴 그레이엄은 Do things that don’t scale 이라고 이야기했다. 샘 알트만은 Bits to Atoms라고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영역에도 관심을 쏟는 스타트업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물질적인 것은 scale up 하기 힘들다.

요지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scale up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scale up 하기 힘든 일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Airbnb 가 초기단계에서 창업자들이 호스트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섭외하고, 사진을 찍었던 것처럼.

그런 일에는 열정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사업은 힘들다는 태도, 사람 간의 관계와 관련된 일은 힘들다는 태도를 가져서는 함께하기 힘들다. 초기단계의 그런 3D스러운 일을 함께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는 미래가 같은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할 듯하다.

요즘 YCombinator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공감이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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