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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현 May 07. 2019

행복이 별건가요

 내겐 10개월 된 아들이 있다. 저녁 8시면 대(大)자로 뻗고 깊은 잠을 자는 착한(?) 아이다. 새벽 4시쯤 ‘부스럭’하는 소리가 귓가를 가볍게 찌른다. 이 시간이면 어김없다. 컨디션이 한껏 오른 아들은 온 집안을 헤집는다. 실룩샐룩 엉덩이를 흔들며 엉금엉금 잘도 기어 다닌다. ‘무릎 아프겠다’, ‘힘 좋네’라는 별 의미 없는 말을 내뱉고는 반쯤 열린 눈을 다시 감는다.


 그러나 아내는 다르다. 새벽녘 아들 소리가 들리면 어벤져스의 토르가 된다. 행동이 저렇게 빠른 여자였나 싶다. 혹여나 세상 물정 모르는 아들이 전기 콘센트를 입에 넣지 않을지, 아니면 무언가를 잘못 건드려 다치지 않을지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엄마와 자식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돼 있다는데, 그런 것 같다. 열 달 배 아파 낳은 것에 대한 필연적인 관계 형성이랄까. 그럼 아빠는 뭐지. 아내가 아들에게 채워주지 못하는 무언가가 (언젠가는) 내게 있으리라 자위한다. 지금 아들에겐 엄마가 세상의 전부다. 아내 또한 마찬가지고.


 칠흑 같은 어두운 방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아들을 낚아챈 아내는 나를 보며 한 마디 거든다. “그만 좀 일어나지?” 짧은 한 마디에 협박·회유 등 모든 게 담겨있다. 아들은 뭘 아는 것처럼 해맑게 웃는다. 새벽 4시.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그렇게 거의 매일 강제 기상이다. 행복이 별거 있나. 이런 게 행복인가 싶다. 할렐루야.

10개월 된 아들이다. 내 아들은 팔자가 좋다. 그 좋은 팔자, 내가 눈 감는 그날까지 지켜줄 것이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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