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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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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ngmoon Dec 11. 2019

감정 저장소

글을 쓰며 피어났던 재생의 시간들


글을 쓰며 피어났던 재생의 시간들


하고 싶은 말들을 적다 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글을 쓰는 깊은 밤에 빛나 주던 달빛은 유일하게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깊은 밤을 훌쩍 넘긴 시간에는 조용한 새벽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당신에게 말할 수 없었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용기가 생겨났다.

가끔씩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키보드에 손만 올린 채 멍하니 있던 적도 있었다.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 지나갔다.

닿을 수 없었지만 후련했다. 

아무 생각 없는 것이 좋았다.

'치유되었다'라고 단정할 순 없었지만 괜찮았다.


글을 쓰는 시간들은 그렇게 나를 재생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언제부터인가 친한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말을 안 하게 된 건 아니고, 감정의 충실함을 조금씩 스스로 덜어내려 했던 노력들이 말을 아끼는 것이 돼버렸고, 시간이 지나 그대로 흘러가버린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못다 한 말들을,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감정의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하고 싶은 말을 써 내려갔다. 직설적으로 할 수 없는 말들을,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일기장에 그대로 적어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문득 나를 이해하는 말들은, 나를 위로하는 말들은 타인이 적어 놓은 하나의 멋진 문장보다 솔직한 내 진심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말. 나의 진심. 


나를 잘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고, 나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마음의 소리를 잘 듣고 덜어내야 하는 것들을 어떻게든 바깥으로 꺼내야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감정의 찌꺼기들을 꺼내, 썩은 감정에 물들어가지 않도록 우리는 어딘가에 감정 저장소를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글을 쓴다.

덜어 내고 재생하기 위해서.

적어도 어떤 순간만큼은 정말 솔직하기만 하고 싶었던 순간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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