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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잇부부 세계일주 Mar 05. 2020

세계여행 중 아프리카에서 700만 원을 모았어요.

나의 아프리카 이야기. 후원활동. 작은 날갯짓이 큰 기적을 만들다.

사랑을 주러 갔다가 받고 온 첫날

아프리카 고아원 아이들을 만났던 첫날.

아직도 제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습니다.

사실 처음,

저의 마음은 이러했어요.

주어진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놀아줘야지..
그리고 빨리 유럽으로 넘어가자


참 이기적인 마음이죠.

네. 저는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을 처음 만난 날,

놀아줘야지!라고 생각하고 만난 아이들의 눈동자와 마주했습니다.


순수했습니다.

아이들의 눈망울이요.

제 얼굴을 빤히 바라봅니다.

그리곤 씩 웃어주네요.

저도 활짝 웃어줍니다.


특히 저의 머리카락이 신기한가 봅니다.

저도 그들의 머리카락을 바라봅니다.

머리카락이 살로 파고드는 악성 곱슬모.

아프리카 사람들의 머리카락은 성별을 떠나 살기 위해 밀어야만 합니다.

그들에게 제 긴 생머리는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제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줍니다.

저도 그들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보듬어 줍니다.


옷 색깔로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알아봅니다.

그리곤 이름을 물어봅니다.


- 이름이 뭐예요?

- 나는 사만다(샘)이야. - 나는 자말이야.

우리는 두잇 부부야

아이들끼리 숙덕 숙덕입니다.

그러더니 배를 잡고 웃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웃겼나? ‘

따라 웃었습니다.

그리곤 아이들의 바디랭귀지를 따라 하며

어떤 뜻인지 파악해 봤더니

글쎄,

‘부부’라는 말이 ‘바보’라는 뜻이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이 배를 잡고 웃었나 봅니다.


그 이후, 우리의 이름은 ‘두잇 바보’가 되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이름 덕분에 우리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의 이름을 단번에 외워 기억하려는 아이들.

무릎에 앉으려는 아이. 안아주는 아이. 머리를 쓰다듬는 아이.

우린

그렇게

 ‘친구’가 되었습니다.


언어는 비록 통하지 않지만

그들의 눈동자는 계속 갈구합니다.

우리의 사랑을요.

사랑받고 싶어요
사랑해주세요
저를 안아주세요

어느새 아이들과 연애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집에 왔는데도 아이들 얼굴이 생각나고,

목소리가 듣고 싶고,

오늘 함께 찍었던 사진을 다시 보며,

아이들 이름을 외웁니다.

“엘리쟈, 수쟌, 낸시, 니콜라스, 모하마드.....”

아이들 이름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부부는 수다의 꽃을 피웁니다.


“니콜라스 무지 장난꾸러기더라.

오늘 엘리쟈 춤추는 거 봤어? 스웩 역시 장난 아니더라! 타고난 끼가 있는 것 같아!”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니 제 품에서 잠들었던 낸시가 문득 생각나 풉 웃어 버립니다.


“여보, 내일은 어떤 재밌는 추억을 쌓아볼까?”

“아 아이들이랑 이거 하면 재밌겠다! “


어느새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더 즐겁게 해 주기 위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합니다.

사랑을 주러 갔던 첫날. 되려 그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받은 사랑을 나눌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가슴 쓰리게 아픈 현실과 마주하다

수입산 공책이 당장 먹을 식량보다 비싸 바닥에 적는 아이들.

매년 장마철이 되면 장화가 꼭 필요한 아이들.

먹을 것이 없어 남은 옥수수알로 죽을 끓여 나눠 먹는 아이들.


위생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계속 변을 쌓아뒀던 더러운 화장실.

잠깐씩 스쳐 지나가는 봉사자들로 인해 그냥 시간 때우고 돌아가라는 고아원장님.


하루하루 연명해 나가는 열악한 고아원.

그저 오늘내일 우리가 있는 기간 동안 아이들에게 알파벳을 가르친다고 한들,

즐거운 레크리에이션을 해준다고 한들,

근본적인 의. 식. 주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과연 이들이 진정 웃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가슴 아픈 실상을 주위 지인들에게 공유하고 싶어 졌습니다.


공책이라도 사 줄 수 있다면
아이들의 미래가 좀 더 밝아지지 않을까?


세계일주 중 모금활동을 시작하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금액이 얼마가 모이던 상관없이,

우리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공감을 해주는 한 명의 지인이 생긴다면

세상은 좀 더 밝아질 수 있을 테니까요.


자발적 모금활동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글귀를 만들고 포스터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리고, 일주일간 모은 모금액으로 아이들에게 펼쳐질 미래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보기로 했습니다.

얘들아, 너희가 살아갈 이 세상은 아직 밝아.
더 큰 꿈을 품고 세상을 향해 발돋움했으면 해!
일주일 동안 모은 후원금액 : 총 700만 원

결과는 그저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SNS 친구로 지내고 있던 (우리의 지인이 아닌) 분께서 100만 원을 후원해주는 모습.

아이들에게 이 세상은 아직 따뜻한 사람이 많다고 알려주고 싶으셨던

많은 분들의 선행이 우리의 가슴을 더욱 뛰게 만들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뭐라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폭이 공책뿐만이 아니게 됐습니다.

기적을 만들 수 있는 금액이 생겼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모이니 없던 일도 생길 것 같았습니다.


이게 바로,

“기적” 이란 단어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살면서 이런 기적을 기대하며 살아본 적이 있었나?

나는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처럼 선행을 실천해 본 적 있었나?

자신에게 계속해서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이기적이었고

계산적이고

지극히 나만 잘살면 되지. 생각했던 개인주의자라

이런 선행을 실천해 본 적도. 기대해본 적도. 없었더라고요.


그래서 쉽지 않은 걸 알고 있었기에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후원자 100명. 후원금액 700만 원.
감사합니다

이제 기적을 행할 일만 남았네요!

우리가 그 기적을 대신 이뤄 드릴게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 피. 땀. 눈물 신혼 봉사 통해 게재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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