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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잇부부 세계일주 Dec 02. 2019

세계일주 중, 아프리카에서 살기로 했다.

따뜻한 온정을 지닌 아프리카 사람 덕분에 깨닫게 된 삶의 가치.


아프리카 탄자니아 바가모요의 뜻을 아시나요?
Baga (내려놓다) + moyo (심장) = 심장을 내려놓다


바가모요(bagamoyo)라는 이름은 baga(내려놓다) + moyo(심장)이 합쳐진 것으로 '심장을 내려놓다.'라는 뜻을 가졌다. 바가모요는 흑인 노예무역이 활발하던 시기에 노예들이 노예선을 타기 전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으로, 이곳에서 흑인 노예들은 심장을 비롯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는 심정으로 떠났다고 한다. 어감은 예쁜데 뜻을 듣고 나니 마음 한편이 먹먹해졌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노예로 팔려가던 그때. 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심장을 내려놓고 떠났다.

바가모요는 탄자니아 경제적 수도인 다르에스살람에서 차로 2시간 정도 소요되며, 다르에스살람의 위성도시 느낌이지만 곧 무역의 중심지가 될지도 모르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작은 마을에 불과하다. 과거 숨은 역사가 있는 곳으로 군데군데 여행하면서 역사를 알고 다니다 보니 더 눈에 띄는 것들이 많았다. 오랜 시간 세월의 흔적이 녹아져 나오는 낡은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평생 잊지 못할 그녀. "마마 루시"를 만나다.


우리는 작은 재능을 기부하고 현지인의 집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workaway" 사이트를 통해 마마 루시를 만났다. 사실 우리에게 재능을 부탁한 분은 이 집의 주인이었고, 마마 루시는 주인의 친언니였다. 마마 루시와 그녀가 입양한 아들. 마이클. 나는 이 둘과 친해지기 작전을 펼치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그러나 뜻밖의 난관 앞에 봉착했다.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고 오로지 스와힐리어만 하던 그녀와 소통하기"가 제일 큰 난관이었다.


목이 말라 물을 달라고 하고 싶은데 water를 몰라 워터 워터 하다가 결국 온갖 몸짓으로 물을 표현하기도 했고,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아 샤워를 하고 싶다는 표현을 해야 하는데 바디 랭귀지의 한계를 느꼈다. 그녀는 "화장실이 더러워요"라고 이해를 했는지 갑자기 걸레를 들고 화장실을 청소해 주지 않던가. 난감한 순간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우리가 스와힐리어를 배우자!

그렇게 시작된 유튜브 강의와 구글 번역기를 통해 최대한 대소사를 표현할 수 있는 스와힐리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녀와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다.

흥이 많은 루시 아줌마

우리가 흥을 제대로 맞추기 시작한 건 매일 함께하는 저녁 식사부터였다. 맛있다는 표현을 스와힐리어로 했다. 그리고 뽀아! 뽀아! (좋아! 좋아!)를 수없이 외치며 온 몸으로 맛있다는 표현을 해 드렸다.

음식을 해 주며 갖은 몸짓으로 맛있다고 표현을 하는 우리가 귀엽기라도 하셨을까.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루시 아줌마. 그렇게 그녀의 흥은 한 시간이 넘게 지속되었고, 우리 모두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행복은 작은 것을 나누면서 시작된다.
" 바가모요 치타 아저씨에게서 얻은 삶의 가치"


치타 아저씨. 그를 만난 건 예술 작품이

즐비해 있던 바가모요 시장 골목 한 상점에서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치타 아저씨는 직접 만든 팔찌, 모자, 신발, 그림 몇 점을 놓고 판매보다

기타를 치는 데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모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 기타 연주를 하던 치타 아저씨의 선율에 방해를 놓았다.

"얼마예요?"

(무조건 깎아야지!라는 기세로 당당히 기준 가격을 물어봤다.)

"그냥 내고 싶은 대로 가져가! 우리의 가치를 사준다고 생각해줘"

헉.. 그의 대답에 한 대 때려 맞은 듯했다.

여태 외국인에게 어떻게든 돈을 부풀려 뜯으려고 했던 현지인들과는 아예 달랐다. 이 아저씨 뭐지...

돈에 관심이 없나...? 돈이 많나? 집주인이 아닌가?

별에 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리에 앉아 치타 아저씨에 대해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고, 그는 자신의 예술 작품이 단 돈 얼마 얼마로 정해지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든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제시한 금액을 그냥 받고 모자, 팔찌 등을 모두 선물로 주었다. 주위 시장가보다 더 저렴하게 불렀음에도 불쾌해하지 않고 흔쾌히 가져가라고 하는 모습이 너무 신선했다.


그리고 오랜 이야기 끝에 그와 진짜 친구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랬을까?

우리에게

"내일 우리 집에 갈래? 초대하고 싶어!"

우리도 흔쾌히 오케이. 했다. 그가 더 궁금했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치타 아저씨네 집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타고 조금만 가면 된다는 말을 믿고

대 낮에 자전거를 빌려 함께 이동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40분이 흘렀을까. 그의 집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물로 가지 않고 농장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너희 집이 도대체 어디야? "

"가깝다며!"

더위에 40분 정도 운동을 하니 온 몸에 땀이 베이고 괜히 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바로 여기야!"

응? 여기라고.....? 농장 안에 나무 오두막 하나가 있었는데 여기가 그의 집이었다.

"이 곳엔 없는 게 없어!"

사방이 뚫려있는 나무로 겨우 오두막 하나를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집 같지 않는 집이 그의 집이라고 했다.


잠깐만, 사탕수수를 줄게.

바로 옆 농장에 있는 사탕수수를 따더니 칼로 대충 잘라 우리에게 주면서 그 어떤 달콤한 음료보다 맛있는 음료수란다. 나는 그 순간, 아.. 나눈다는 것에 대한 진짜 의미를 안 것 같았다. 나눔이란 게 가진 게 많은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작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 나눔으로 인해 진정 행복해지는 그 마음을 아는 사람만이 나누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함께 사탕수수를 씹어 먹으며 이 사이로 흘러나오는 그 달콤함에 취해 그와 더 이야기를 나눴다.

이 농장은 외국인 소유의 농장인데 이 곳을 관리해주면서 소정의 관리비를 받으며 오두막 살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진짜 하고 싶은 꿈은 예술가라고 했다.

치타 아저씨는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한 달에 가게 월세로 나가는 돈 2만 원. 그 2만 원에 대한 부담감 없이 원 없이 예술활동만 하고 싶다고 했다.


누구나 안고 있는 매달 나가는 돈에 대한 부담감.

그게 2만 원이던 , 200만 원이던 누구나 안고 있다.

하지만 그 돈에 대한 강박 없이 행복하게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그런 사람을 만난 것 같아 흐뭇했다.

되려 행복했다. 치타 아저씨가 오두막에서 하루 자고 가라는데 그것만은 도저히 못할 것 같았다.

사방이 뚫린 곳에서 매일같이 생활하는 그의 삶을 조금이라도 엿보고 올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람을 통해.. 진정 나눔의 가치를 알았고, 행복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 이것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가치가 아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이기에 더 소중하다. 우리는 돈보다 더 귀한 가치를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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