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어비앤비 Mar 10. 2020

우리, 지금 아이슬란드

우리의 여행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돌아온 그 날 저녁, 나는 다시 아이슬란드행 비행기 티켓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곳에 있는 동안에도, 돌아오는 여정 내내,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계속 아이슬란드를 그리워하고 있다.


#우리지금아이슬란드


우리의 아이슬란드 여행 해시태그를 정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그곳에 있는 동안에도, 그리고 그곳을 그리워하는 지금도 #우리지금아이슬란드 ing.




왜 아이슬란드였는가?

여행을 결심할 무렵, 나의 그녀(서현, 13세 / 13년 동안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최고의 여행 동지)는 나에게 “왜 아이슬란드야?”를 물었다.


나의 아이슬란드에 대한 동경의 시작은 언제였을까. 한참 유행이었던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다룬 매체의 콘텐츠를 본 적이 없는 나다. 7년 전, 나의 젊은 친구들이 다녀온 아이슬란드가 담긴 영상 3 분이 내가 본 모든 아이슬란드였다. 그 짧은 영상에서, 내가 기억하는 것은 터져 오르던 게이시르도, 어마어마했던 자연의 풍광도 아니었다. 오롯이 남은 모든 것은 ‘그들이 있는 힘껏 감동하고 있다’였다. 끝도 없이 ‘우와’ 소리를 연신 지르며, 그저 커다랗게 웃어젖히는 그들의 감동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그 이후로, 하루하루 성장하는 나의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열 살이 되었던 해, 우리 둘만의 배낭여행을 시작하며 매 여행의 전후로 아이슬란드를 생각했다. 포르투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도,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도 나는 아이슬란드를 떠올렸다. 그때마다, 아직 그녀가 어리니까, 둘이 가기 어렵지 않을까, 지금은 겨울이니까 등등의 이유로 머뭇거렸다.


그러다 “같이 가요” 하는 녀석들 덕에 문득 용기를 낸 여행, #우리지금아이슬란드 여행의 시작이었다.




여.정. Journey, 점이 아닌 선을 그리는 여행

여행을 결심하면, 비행기와 머물 곳을 동시에 검색하며 여행의 경로를 그린다. 대강의 여정의 경로가 그려지면 비행기표를 끊는다. 그다음부터는 각 목적지의 점을 중심으로 머물고 싶은 곳들을 거침없이 찾아 나선다.


이번 아이슬란드의 여정은, 일단 무조건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슬란드였다. 각 목적지의 점을 찍으려던 여행 준비의 시작에, 아이슬란드 여행 책자에서 우리가 마주했던 문장 하나. 우리 여행의 시작과 끝을 표현했던 그 문장.


점이 아닌 선을 그리는 여행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단어 “여.정”을 그대로 담아주는 그 문장 때문에 우리의 아이슬란드는 이전의 그 어떤 여행의 스타일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올리부원정대, 나의 크루들

‘같이 가요’ 한마디로 이 여행의 용기를 주었던 나의 젊은 친구들. 울렁이는 마음 하나로, 세상 어디든 갈 수 있겠다는 나. 세상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은 나의 그녀. 어디든 같이 가요! 하고 힘주어 이야기해 준 디지. 나의 아이슬란드의 모든 장면을 선사했던 서른이 되어 다시 가겠다던 로이. ‘갈래요!’ 주저함도 없이, 기꺼이 동참해 준 나의 소울메이트 숭. 조금 큰 쉼표를 선물해주고 싶었던 유빈 대표. 그리고 출발 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아이슬란드가 필요하다고 느껴졌던 쏭감독님까지. (결국 그는 레이캬비크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야만 했지만, 우리의 여행 여정에서 항상 ‘감독님이 계셨더라면’을 생각했기에, 그는 여전히 우리의 아이슬란드 크루였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아이슬란드 여행의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모였다.




소중한 루틴을 선물해 준 공간들

모든 여행에서 머물 곳은 중요하다. 낯선 곳에 우리를 두고, 처음 마주하는 여러 순간들을 오롯이 즐기고 나면 찾아 올 편안함, 포근함 그리고 안정된 느낌의 그것.


아이슬란드의 겨울은, 아침 열 시가 되어서야 해가 뜨고, 저녁 다섯 시만 되면 해가 진다. 집에서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다른 어느 여행보다 긴 여행지였다. 게다가, 식비도 비쌀 뿐 아니라 중간중간 마을을 찾지 못하면 식사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하여, 더더욱 집에서의 시간이 중요했다.


2월의 겨울 아이슬란드라는 점. 그리고 6 명 중 5 명이 모두 처음인 이 곳. 그리고 곳곳의 도로 폐쇄 등을 감안하여, 우리는 아이슬란드 서쪽과 남쪽의 일부로 여행 동선을 잡았다.


레이캬비크(Reykjavik) – 서쪽으로 이동, 그룬다피요르드(Grundarfjörður) – 스나이펠스외쿨 국립 공원(Snæfellsjökull National Park) – 남쪽으로 이동, 검은 해변 근처 (Ölfus) – 골든 써클 (Golden Circle) – 셀라란드폭포(Seljalandsfoss) 근처 – 포스호텔 누파(Núpar) – 요쿠살론(Jökulsárlón) – 비크 (Vik) – 블루라군 – 레이캬비크(Reykjavik)

집 선택의 기준은, 6 명 (여자 3, 남자 3)이 머무르기 적당한지, 부엌이 좋은지, 화장실이 두 개인지, 집에서 오로라가 보이는지 등이었다. 모두가 여행이 끝나고 서로에게 물었다.


“어떤 집이 가장 좋았어?”


사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어디가 제일 좋았어?’ 묻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어떤 집’이었는지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고 일제히 우리는 각자의 최고의 집과 공간을 이야기하느라 또 한 번의 #우리지금아이슬란드 앓이병에 빠져들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우리는 “시간을 쌓으며” 함께 하는 여행을 했다.


긴 아침을 맞는 루틴, 밖이 밝아오기 전에 깨어나서 따뜻한 커피로 밝아오는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 함께 하는 ‘우리’를 위한 아침을 짓는 것. 여행 이동 중, 먹을 간식과 점심거리를 준비하는 것. 어느 날은,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이 곳에 한껏 취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를 아침부터 정주행하고, 그 길을 찾아 나선 것. 보드 게임으로 한껏 웃고 떠들었던 밤.


우리가 겪은, 그리고 앞으로 겪을 성공과 실패의 시간들에 대한 고민으로 맞이한 새벽. 아이돌 덕질의 세계란 무엇인가를 함께 경험해보던 어느 이른 저녁. 그리고 모두가 함께, 저녁 만찬을 준비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즐기는 식사 시간. 오로라가 보이는지, 창 곁을 서성이고 하늘을 쳐다보던 그 숱한 밤들.

그 모든 순간의 여행. 우리들의 ‘여행의 집’들이었다.


*이번 여행 이용한 아름다웠던 에어비앤비 집들

레이캬비크 이층집 https://www.airbnb.co.kr/rooms/4447586
그룬다피요르드 오로라를 봤던 바로 그 집 https://www.airbnb.co.kr/rooms/12068836
셀라란드 폭포 근처 타운하우스 Bláengi https://www.airbnb.co.kr/rooms/22104171
검은 해변 근처 Syðri-Rot https://www.airbnb.co.kr/rooms/673009




매일의 “정찬(正餐, 하루 중 가장 잘 먹는 식사)”

6명의 12일 치 식사를 위해, 햇반 150개와 카레 + 짜장 150개 + 밑반찬들과 김치, 라면, 누룽지를 짊어지고 간 여행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많은 분들의 조언처럼 아이슬란드 공항 면세에서 12 일간의 맥주를 구매했다. (아이슬란드는 전문 주류 매장에서만 2.5 도 이상의 술을 취급한다. Bonus와 같은 식료품점에서는 2.5% 이하의 Lite Beer만 구매할 수 있다.)


여행하면서 우리는 마을에 다다를 때마다, Bonus(아이슬란드의 이마트같은 존재)를 찾았고, 대부분의 식자재를 구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샀던 것은 닭고기, 돼지고기, 감자와 각종 야채들.

여행 중,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 우리의 매 끼니는 “정찬(正餐, 하루 중 가장 잘 먹는 식사)”이었다. 함께 만들고, 함께 즐기는 식사 시간이 여행의 한 부분이었던 아이슬란드.




로드트립 무비를 좋아하는 이유, 여행길 토크쇼

보이는 것은, 매 순간 새로웠고 매 순간 격한 감탄이었다. 마치 우리가 지금 로드트립 무비를 한 편 찍고 있는 기분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긴 길을 여행하는 그 영화들이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안에 가득 담긴 이야기들 때문이다. 감탄과 감탄 사이, 우리는 여행 중 끊임없이 서로를 인터뷰했다.


마케터의 자질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대해서.

좋아하는 연필들에 대해서.

선택들에 대해서.

꼰대에 대해서.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

친구에 대해서.

기록에 대해서.

자연에 대해서.

브랜드에 대해서.

책들에 대해서.

삶의 기준에 대해서.

그렇게 끊임없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여행, 아이슬란드.




여행의 생각들

생각 1. 아무 생각

여행을 하다 보면 일상 속 잠시 수면 밑으로 내려 두었던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편이다. 그 생각들을 곱씹기도, 다시 되감아 보기도, 새로운 결심을 하기도 하는 과정이 종종 여행 중에 일어나곤 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오롯이 그 순간, 내 앞에 선 자연에게 모든 마음을 빼앗긴’ 그런 순간들만 가득했다. 정말 말 그대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엇으로도 담을 수 없는 자연들이 우리와 거대하게, 담대하게 마주해주었다.

세상의 모든 빛을 거두어가는 듯한 강렬하면서 따뜻한 해 질 녘 검은 해변과, 앞에 선 거대한 바위들 정도는 작은 조약돌인냥 집어삼키는 거친 파도와, 하얀 지평선과 파란 하늘 사이 오묘한 파스텔풍 연한 하늘색의 그라데이션의 공간까지.


생각 2. 우리는 모두 자연 앞에 똑같은 존재다.

나의 그녀는 이때까지 다녔던 수 십 번의 여행 중, 왜 이번 아이슬란드를 가장 즐거워했을까. 여행지를 고르는 것의 처음은 대부분 나의 몫이다. 우리 여행의 우선순위는 그곳의 문화를 즐기는 것이다. 런던에서는 매일 밤 뮤지컬을 보았고, 로마에서는 마을 교회 무대의 트리오 중창을 보기도 하고, 바르셀로나에서는 캄프뉴로 달려가 F.C.바로셀로나 축구경기를 보기도 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MBA 농구 경기에 열광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그곳의 대학들, 도서관, 서점, 편집샵들이 우리의 동선을 이끈다.

아이슬란드를 출발하며, 그녀에게 나는 고백하듯 “여긴 정말 자연과 자연과 자연이 있어.” 속삭였다. 비행 중 착륙에 가까워지면서 아이슬란드 땅이 우리 밑에 펼쳐졌던 그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큰 흥분의 상태였다. 연신 카메라로 광경을 찍는 그녀를 보고, 조마조마했던 내 가슴이 더 쿵쾅거렸다.


여행 내내, 나의 그녀는 그 어느 여행보다 가장 충실히 여행을 즐겼고, 가장 즐거웠노라 대답하였다. 우리 앞에 있었던 것은 ‘자연’ 하나였는데 그녀는 왜 더 좋았을까.

‘우리는 모두 자연 앞에 똑같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구보다 더 많은 지식으로, 더 많은 경험으로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모두 똑같이 ‘아무 생각’없이 그저 그 자연 앞에 작은 존재로서 그 거대함과 담대함에 고개 숙이고, 감사했을 뿐이니까.


아이슬란드, 우리 인생의 최고의 여행이었다.

선으로 그린 우리의 여정, 그 모든 순간이 오롯이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순간이었다.


다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기록하고, 열심히 감동하며 그 마음을 움켜쥐고 왔던 여행이다. 여행 내내 우리는 다시, 이 곳의 여름이 보고 싶어 졌다. 함께 약속했다. 내년의 여름, 다시 아이슬란드로.


#우리지금아이슬란드


Isn’t it good just to be alive on a day like this?
이런 날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니?





에어비앤비 작가, 서은아(Olive)

디지털 광고 대행사, 야후,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현재 페이스북의 글로벌 비즈니스마케팅 한국 총괄을 하고 있다. 브랜드들의 탄생과 성장을 뜨겁게 응원하며, 여행과 책, 문구 등 소소한 것에서 담담한 영감을 수집한다.

인스타그램 @memyselfolive 

브런치 @oliveseo

매거진의 이전글 삶이 막막할 때 나는 인도로 떠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