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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보경 Apr 04. 2024

네 탓이 아니야(Don’t blame yourself)

피해자는 발 뻗고 잔다고?

2024.4.4. <맞은 놈은 발 뻗고 잔다>

‘때린 놈은 선잠자고, 맞은 놈은 발 뻗고 잔다’는 말이 있다. 누가 만든 말인지 모르겠지만, 말도 안되는 말이다. 헛소리도 이런 헛소리도 없다.


피해가 발생한 시점에서, 피해자의 세상은 사건의 전과 후로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엎어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이,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로 되돌릴 수 없는 변화다.


중학교 1학년 때였나, 같은 반 아이에게 이유 없이 맞은 적이 있다. 나보다 덩치가 큰 아이고, 싸움을 잘하기로 유명한 아이였기에 별다른 대항을 하지 못했다. 나는 서른살이 훌쩍 넘은 지금도, 그때 내가 왜 맞아야 했는지 궁금하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는 잊지만, 피해자는 기억한다는 것이다. 기억한다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잊지 못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피해자는 사건 되내이며, ‘내가 이랬다면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그 날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같이 그날의 일을 재구성하길 반복한다. 그 사건에 사로잡혀 마음과 생활이 피폐해진다.(물론 잘 극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 반대로 가해자는 어떨까. 그 날의 일을 잊거나 정당화한다.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선택지는 없다.


성인이 된 후, 그 아이가 중학교 동창이랍시고 나에게 친한척 다가왔던 적도 있었다. 마치 나를 때렸던 적이 없었던 사람 처럼. 설령 기억하더라도 내가 무슨 잘 못을 저질렀기에, 정당한 응징을 한 것 처럼 왜곡된 기억을 갖고 있으리라. 여태까지 그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던 나의 용기없음을 탓하기엔, 그때의 내가 너무 불쌍하고 가여워  구구절절한 변명거리를 찾지 않으려 했다. 앞으로도 그 물음표인 사건으로 남기려 한다.


정당한 폭력은 없다. 강력한 힘이나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 폭력은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더라도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렇기에 피해자는 당당해도 된다. 아니 당당해야만 한다. 잘 못 한건 내가 아니라 그 놈이기에. 벌을 받는 것도 그 놈이어야 하고, 불안에 떠는 것도, 세상의 눈치를 받는 것도 그 놈이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네 탓이 아니다. 부디 어둠을 벗어던지고 밝은 세상으로 다시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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