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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톱달방랑자 Apr 09. 2021

취향에 관하여.

들어가는 말.

이 글은 철저하게 개인의 취향,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될, 그런 취향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취향은 지극히 사소한 것일 테고, 어떤 취향은 얼핏 보기에 고상한 것일 테지만, 그마저도 그저 나의 취향과 관련한 이야기일 뿐이다. 소위 말하는 tmi 잔치가 될 확률이 매우 높을 테지만, 굳이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누군가는 예전의 나처럼 취향이라는 것 앞에서 작아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마 약 10년 전의 나였다면, 취향이라는 것에 관한 글을 쓰겠다는 생각조차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취향이라는 것이 딱히 없었고-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누군가 내게 취향을 묻는 것 자체가 내게 고역이었으니까. 어떻게 취향이라는 게 없을 수가 있지? 취향은 그냥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그런 이야기일 뿐인데. 라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때의 나처럼 취향이라는 게 확실치 않았던 사람은 더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모르고. 나는 그때의 내가 애틋하고, 안쓰럽고, 동시에 사랑스럽다. 그래서 그때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어떤 영화를 좋아해?” 라는 말에, 수많은 좋아하는 영화 중 어느 것 하나를 꼽지 못해 고민하는 게 아니라, 딱히 누군가에게 “나는 ㅇㅇㅇ 영화를 좋아해.” 라고 말할 만큼 좋아하는 것이 없어서 고민이던 사람이었다. 10년 전의 나는. 그렇다고 영화를 좋아하지 않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영화 보는 게 좋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꽤 오래 그 감상에 젖어있기도 했고. 어떤 영화는 극장에서 10번이 넘게 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누가 나에게 “너 그 영화 진짜 좋아하는구나?” 하고 물으면 “아니야, 그 정도는.” 하고 대답하게 되는 거다. 누군가한테 내가 좋아하는 걸 알려준다는 게, 꼭 내 알몸을 내보이는 것 같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까지’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강조하곤 했다.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이 책은 그런 내 취향에 관한 이야기다. 뭘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감추기 바빴던 아주 은밀한, 그렇지만 소중한 취향에 관한 이야기. 내 취향이 당신의 취향과 비슷하다면 괜스레 기뻐 박수를 치게 될 테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고 굳이 민망해하거나 속상해하지는 않을 테다. 이건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관한 이야기니까. 아, 아무래도 이렇게 서두를 길게 주절거리는 걸 봐서, 나는 아직도 내 취향이 누군가에게 “뭐야, 그게.” 라는 소리를 들을까 겁나는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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