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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희 Oct 25. 2021

쉬운 서브, 어려운 서브가 따로 있다

배구의 서브를 알아보자 (1)

    나는 딱 한 번 배구를 배워본 적이 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배구가 체육 수행평가 항목에 포함되었을 때이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서브와 언더 핸드 패스, 오버 핸드 패스를 배웠던 것 같다. 서브 수행평가는 배구 코트의 어택라인 뒤쪽 부분을 여섯 칸으로 나누어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번호의 칸에 서브를 넣고, n개 이상 성공하면 A를 받는 방식이었다. 아마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배구의 기본기를 배우는 곳이 있을 텐데, 그때 처음 배우는 서브 자세는 언더 핸드 서브일 것이다.

    언더 핸드 서브는 배구 입문자들이 처음 서브를 배울 때 익히는 방식이다. 프로 무대는 물론, 중고등학교 배구 경기에서도 언더 핸드 서브를 사용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언더 핸드 서브는 '서브'라는 용어의 원뜻에 가장 걸맞는 서브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서브는 서비스라고도 부르는데, 우리가 아는 영어의 그 serve, 그 service가 맞다. 식당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서빙한다고 하듯, 상대팀에게 공을 넘겨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더 핸드 서브는 서브 득점을 내거나 상대방의 리시브를 어렵게 만들기보단 공을 상대 코트로 넘겨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언더 핸드 서브 다음으로 익히는 것은 스탠딩 서브이다. 스탠딩 서브는 말 그대로 서 있는 상태로 서브를 넣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스탠딩 서브가 대부분이었고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들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스탠딩 서브가 공격적인 서브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언더 핸드 서브 보다는 더 까다롭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서브를 때리는 타점이 더 높기 때문이다. 언더 핸드 서브에서 공을 때리는 타점은 몸의 허리 부근인 반면 스탠딩 서브를 때릴 때에는 타점이 머리 위쪽이다. 더 높은 타점에서 서브를 때리면 공이 떨어질 때의 속도가 더 빨라지기 때문에 서브를 받는 입장에서 훨씬 까다롭다. 같은 이유로 스탠딩 서브보다는 이후에 다룰 점프 서브가 더 까다롭다. 두 번째로는 스탠딩 서브를 구사할 때 상대적으로 더 정밀한 코스 공략이 가능하다. (서브 코스 공략에 대해선 다음 글에…) 다시 말해, 선수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서브를 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서브 코스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그만큼 전략적인 서브를 구사할 수 있다.


    스탠딩 서브는 최근에도 중고등학교 대회나 프로 무대에서 종종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이젠 대부분의 선수들이 점프 서브를 구사한다. 이는 서브가 단순히 상대방에게 공을 넘겨주는 것 그 이상이라는 바를 의미한다. 이제 서브는 또 하나의 공격이라고 볼 수 있다. 점프 서브는 선수가 서브 토스를 올리고, 도움닫기를 한 후 서브를 때리는 것을 말한다. 점프 서브는 서브를 때린 공의 구질에 따라서 또 다시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각각을 스파이크 서브와 플로터 서브라고 부른다.

김연경 선수의 스파이크 서브. 최근엔 플로터 서브를 주로 구사하지만 이 날 기습적으로 스파이크 서브를 사용하였다.

    스파이크 서브는 말 그대로 스파이크 공격을 때리듯이 구사하는 서브이다. 스파이크 서브를 때리는 선수는 높은 타점에서 강하게 공을 때리기 때려 강한 힘과 빠른 속도로 상대 코트에 서브를 꽂는다. 공에 실린 파워와 공이 떨어지는 속도만으로도 서브를 받는 선수들은 어려움을 느끼는데, 이때 서브 코스 공략까지 잘 이루어진다면 서브 득점을 기대해볼 만하다. 국내 리그에서 스파이크 서브를 잘 때리는 선수로는 GS 칼텍스의 강소휘 선수, IBK 기업은행의 김희진 선수, 흥국생명의 김미연 선수, 한국도로공사의 문정원 선수 등이 있다.


같은 날 김연경 선수의 플로터 서브. 공이 네트를 넘자마자 뚝 떨어진다.

    플로터 서브는 무회전 서브로 서브 궤도가 일정하지 않고 급격하게 변화한다. 조금이라도 빗맞으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기 때문에 서브를 때릴 때 손과 공이 닿는 면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공이 천천히 떨어지면 궤도가 바뀌더라도 상대에게 대응할 여유가 생긴다. 따라서 플로터 서브를 구사할 때에도 강한 힘으로 때려야 공의 궤적이 급격히 변화하여 상대 리시브를 더 괴롭힐 수 있다. 플로터 서브에 장점이 있는 선수로는 KGC 인삼공사의 박은진 선수와 GS칼텍스의 안혜진 선수 등이 있다.


여러 선수들의 서브 자세히 보기1 ▶ https://www.youtube.com/watch?v=GqQrFp-KXEw
여러 선수들의 서브 자세히 보기2 ▶ https://www.youtube.com/watch?v=V3YZXnXTS-M


    점프 서브는 그 위력이 강한 만큼 위험 부담이 큰 서브이다. 도움닫기, 서브 토스, 그리고 마지막에 공을 때리는 순간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네트에 걸리거나 엔드라인을 벗어나 아웃이 될 확률이 높다. 배구 경기를 보다 보면 해설위원들이 "범실이 나오더라도 이런 서브는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브 범실은 되도록 줄이는 것이 맞지만, 강한 서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범실은 용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범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강한 서브를 계속 시도해야 상대 리시브 라인을 압박할 수 있고, 좋은 서브를 통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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