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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희 Nov 08. 2021

페퍼저축은행이 불러올 기분 좋은 바람

개막전 리뷰 ④ 페퍼저축은행 (2021. 10. 19. KGC인삼공사전)

    2021-22시즌 정규 리그가 이전 시즌과 가장 달라질 점을 한 가지 꼽는다면 페퍼저축은행의 창단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3월 22일 창단 의향서를 제출하여 4월 20일에 창단을 확정하였다. 불과 한 달만에 국내 여자배구 제 7구단의 창단이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처음 창단 확정 기사를 봤을 땐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페퍼저축은행 측의 강력한 의지로 빠른 기간 안에 창단이 확정되었다고 소식을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달이라니. 창단이라는 게 그렇게 뚝딱 성사될 일인가? 이렇게 급하게 만들어진 구단이 제대로 운영이 될까 싶었다.


    그러나 10월 19일 페퍼저축은행의 개막 첫 경기, 페퍼저축은행은 신생팀 창단을 둘러싼 모든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뒤집었다. 경기 결과는 3대1로 KGC인삼공사의 승리였지만 페퍼저축은행이 경기의 흐름을 주도했던 것은 분명하다. 센터 포지션으로 출전한 하혜진 선수의 블로킹 득점을 시작으로 세터 이현 선수와 라이트 엘리자벳 선수의 호흡이 잘 맞아 들어갔다. 엘리자벳 선수는 모든 구단에서 1순위로 지명하고 싶어했던 선수인 만큼 높은 타점에서 빠르게 공을 때려내며 인삼공사의 수비를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실업팀에서 영입한 레프트 박경현 선수와 리베로 문슬기 선수, 신인 리베로 김세인 선수의 몸을 날리는 디그도 관중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페퍼저축은행 vs KGC인삼공사 (1라운드) 다시보기 ▶ https://tv.naver.com/v/23054945


    KGC 인삼공사는 아직 외국인 선수 옐레나 선수와의 호흡이 부족했지만 이소영 선수의 공수 양면에서의 활약으로 시즌 첫 승리를 따냈지만 페퍼저축은행의 기세와 예상치 못한 선전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아마도 여섯 개의 구단 중 어떤 팀이라도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개막전 첫 경기를 치뤘다면 인삼공사와 같은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이 날 페퍼저축은행이 많은 배구팬들에게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각인시켰던 것은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거나 화려한 세트 플레이를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니다. 공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득점 하나 하나에 코트를 뛰어다니며 기뻐하는 모습, 경기 자체를 즐기며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주장 이한비 선수는 개막전 경기 이후 인터뷰를 통해 "사실 1세트에는 점수 볼 시간이 없었다. 우리끼리 포인트 하나 나면 좋아하고 서로 기뻐하다 보니 1세트가 끝났더라." 라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선수들이 실제로도 코트 안에서 정말 즐기며 경기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한비 선수 인터뷰 원문 보기 ▶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1069519?ref=naver#csidx4f9030246647a2dbc8a3f563673be7a 


    페퍼저축은행의 개막전은 코트 위에서 배구를 하는 선수들도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도 저절로 웃음이 나는 배구, 말 그대로 '행복 배구' 그 자체였다. 그리고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이들과 함께 경기를 치르는 다른 팀의 선수들에게도, 더 나아가 여자배구의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퍼저축은행의 창단이 2021-22시즌 여자배구에 어떤 영향력을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미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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