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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희 Oct 02. 2021

박정아 선수에게 공이 올라갈 거라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배구의 로테이션을 알아보자 (1)

    최근 방송한 라디오스타 여자배구 특집에서 박정아 선수는 도쿄올림픽 한일전 마지막 득점에 대해 "우리팀도, 상대팀도 나한테 공이 올라올 것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어떻게 득점해야 하는지만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말하며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박정아 선수의 말처럼 한국 코트에서 두 번의 토스는 모두 박정아 선수를 향했고, 일본 선수들 역시 기다렸다는 듯 박정아 선수 앞에 두 명의 블로커가 촘촘히 따라붙었다. 어떻게 모두가 박정아 선수의 공격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로테이션에 있다.


   로테이션은 선수들의 위치와 관련한 규칙이다. 랠리가 시작할 때마다 배구 선수들은 코트에서 각자 정해진 위치에 서 있어야 한다. 코트 위에 있는 여섯 명의 위치가 로테이션 규칙에 따라 정해져 있고 서브권을 얻을 때마다 로테이션이 돌아간다. 지금부터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차근차근 설명해보고자 한다.

별 거 없지만 열심히 그렸다.

    왼쪽 그림처럼 1번부터 6번까지 코트 위에 선수들의 자리가 정해져 있다. 어떤 선수가 어떤 위치에 서 있을지는 매 세트가 시작할 때마다 감독이 작성하여 심판진에게 제출한다. 로테이션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1번 자리에서 세트를 시작한 선수는 첫 번째 랠리에서 서브를 때리고, 다음 로테이션에서는 6번 자리, 그 다음 로테이션에서는 5번 자리로 이동한다. 선수들은 각 랠리마다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르다.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전위와 후위이다. 후위에 있는 선수들은 어택라인 안쪽에서 공격을 시도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블로킹에 참여할 수 없고, 백어택을 때릴 때에는 어택라인의 뒤쪽에서 도움닫기를 하여 공격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선수들이 어떤 로테이션으로 서 있는지에 따라서 가능한 공격 패턴의 종류, 블로킹과 수비 라인이 달라진다. 포지션에 대해 설명할 때 세터 선수가 항상 우리 팀과 상대 팀의 로테이션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던 것이 이러한 이유다. 로테이션을 인지하고 있으면 어떤 선수에게 공격이 올라올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다시 이 글의 시작으로 돌아가보자. 도쿄올림픽 한일전 마지막 랠리에서 박정아 선수에게 공이 올라갈 것이라고 모두가 알고 있었던 이유는 당시 한국팀의 로테이션에서 중요한 득점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박정아 선수뿐이었기 때문이다. 5세트 15:14 상황 한국의 로테이션을 살펴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랠리에서 이 글이 시작되었다. 지금 봐도 짜릿하다.
5세트 15:14 상황에서의 로테이션

    이 랠리를 시작할 때의 우리나라 대표팀의 로테이션은 왼쪽 그림과 같았다. 전위에는 센터 김수지, 레프트 박정아 총 두 명의 공격수가 있었고 김연경 선수가 후위에 있었다. 리베로 오지영 선수가 후위 수비에 가담하고 있었으며 세터인 안혜진 선수가 원 포인트 서버로 교체되어 서브를 맡았다.

    이전 글에서 포지션에 대해 설명할  날개 공격수들이 중요한 상황에서 수비 후에 연결되는 공을 책임진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랠리가 바로  중요한 상황의 대표적인 예라고   있다. 경기를 끝낼  있는 매치포인트이며 우리나라의 서브로 랠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상대의 공격을 수비한 이후에 우리가 득점을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때 레프트 김연경 선수는 후위에서 수비 위치를 지키고, 라이트 김희진 선수는 안혜진 선수와 교체되어 코트 밖에 있었다. 따라서 전위에 있는 레프트 박정아 선수가 공격을 책임져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경기 상황과 당시 로테이션을 종합하여 고려했을  박정아 선수에게 마지막 공격을 맡길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할  있었다.


    배구 경기에 있어서 로테이션은 매우 까다로운 규칙이지만 로테이션을 이해하면 여러 공격 패턴과 플레이 상황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도 여러 편에 걸쳐서 로테이션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로테이션을 통해 경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지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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