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희 Oct 15. 2021

양효진 선수는 주전인데 왜 벤치에 있어?

배구의 로테이션을 알아보자 (2)

        배구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고서야 국제대회든 국내 리그든 가리지 않고 모든 배구 경기를 챙겨본다. 약속이 생겨도 경기 시간을 피해서 약속 시간을 잡고 시험 기간에도 배구를 보려고 공부도 미리 하곤 했다. 그리고 스포츠는 역시  화면으로 봐야하지 않겠는가.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도  수는 있지만 그래도 배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미리 리모컨을 선점해서 거실 티비로 배구를 즐긴다.  덕분에(?) 우리 가족들도 어쩔  없이 배구를 즐겨 보게 되었다. 아빠는 원래 스포츠를 좋아하는 편인데  중에서도 배구를  많이 보게 되었고, 원래 김희진 선수한테만 관심이 있던 동생도 여러 팀의 경기를 두루두루 보게 되었다. 스포츠도 배구도  모르던 엄마까지도 국내 주전 선수들은 대충 얼굴과 이름을   정도로 배구에 관심이 생겼다. (특히 이소영 선수를 좋아하게 되었다.)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보는데  중에서도 아빠가 항상 하는 질문이 있다.


    "양효진이 왜 벤치에 있어? 오늘 컨디션 안 좋대?"

    "아니, 지금은 후위라서 빠져 있는 거지."

    "아, 김수지랑 교체한 거야?"

    "아니! 김수지랑 양효진이 둘다 주전이지. 센터는 주전이 두 명이잖아!"

    "뭔 소리인지 모르겠음."

    "후위 양효진 자리에 리베로가 들어온 거라니까?"

    "음… 뭔 소리인지 모르겠음."


    대충 이런식으로 대화가 이어진다. 로테이션이 이렇고 저렇고, 리베로랑 교체를 하는게 뭐가 어떻고, 설명을 하기엔 배구 경기의 빠른 호흡을 따라가기 바빠서 결국엔 "아 됐고 그건 나중에."라고 대화를 마무리짓는다.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싶어도 당장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랠리를 보는 게 급선무 아닌가. 이러한 이유로 매번 미뤄왔던 '이렇고 저렇고'와 '어떻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선 선수들이 코트에 있을 때 로테이션을 다시 살펴보자. 쉬운 이해를 위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주로 주전으로 나왔던 라인업을 기준으로 작성해보았다.


실제 배구 코트 비율에 맞춰서 새로 그려보았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김양김 전위 라인업이다. 상상만 해도 든든하다. 그런데 이 로테이션 그림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는가? 딱 보자마자 알아차렸다면 이전에 업로드 했던 포지션과 로테이션에 관한 글을 열심히 읽었거나 혹은 이미 배구의 규칙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정답은 바로 후위 센터이다. 이전에 말했듯 후위 센터는 리베로와 교체되고 이후에 전위로 올라올 때 다시 코트로 복귀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코트 안의 로테이션은 어떻게 될까?

    바로 이렇게 된다! 후위에 있는 센터 김수지 선수가 리베로 오지영 선수와 교체되어 김수지 선수는 코트 밖에서 대기하고 오지영 선수가 후위에서 수비를 담당한다. 김수지(오지영) 선수의 로테이션이 다시 전위 4번 자리로 올라갈 때까지 김수지 선수는 웜업존이나 벤치에서 대기하게 된다. 앞서 소개한 아빠와 나의 대화에서 예를 들었던 "양효진이 왜 벤치에 있어?" 대신에 "김수지가 왜 벤치에 있어?"라고 물어보곤 하는 상황이다. 로테이션을 보면 알겠지만, 이때의 김수지는 같은 센터 포지션인 양효진 선수와 교체된 것이 아니다. 센터 포지션의 로테이션이 후위이기 때문에 리베로 선수와 교체되어 코트 밖으로 빠진 것이며, 여전히 주전으로 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센터 선수들은 주전 선수로 경기를 뛰더라도 후위에서 리베로 선수와 교체되는 동안 코트 밖에서 머무른다. 이때 센터 선수들은 벤치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감독이나 코치로부터 작전 지시를 받기도 한다. 혹은 웜업존에서 대기하면서 경기 감각을 잃지 않도록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주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후위로 내려와서 코트 밖으로 빠진 센터가 어떻게 다시 코트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지, 그리고 전위에 있던 센터가 어떤 과정으로 리베로와 교체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이전 그림의 다음 로테이션이다. 선수들이 시계 방향으로 한 자리씩 이동하여 박정아 선수, 김희진 선수, 양효진 선수가 전위에 있게 되고 여전히 전위에 공격수 3명이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김연경 선수가 후위 1번 자리로 이동하여 서브를 넣는다. 이전 로테이션과 동일하게 김수지(오지영) 선수의 로테이션은 후위이기 때문에 오지영 선수가 계속해서 코트에서 자리를 지키고 김수지 선수는 코트 밖에서 대기한다. 여기서 이 다음 로테이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디어 후위에서 자리를 지키던 김수지 선수가 코트로 복귀한다. 이전의 김수지(오지영) 선수의 로테이션이 후위 3번 자리에서 4번 자리로 이동하면서 김수지 선수와 오지영 선수가 교체하여 오지영 선수는 코트 밖으로 빠지고 김수지 선수가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이때 대각에 있는 양효진 선수는 후위 1번 자리로 이동한다. 그런데 이전에 로테이션을 설명할 때 말했듯이 리베로는 공격을 할 수 없는 포지션이고, 서브 또한 공격의 일부이기 때문에 리베로 선수는 서브를 넣을 수 없다. 따라서 양효진 선수가 후위 1번 자리로 이동한 후 우리 팀이 서브권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양효진 선수가 후위에 있는 센터 선수지만 계속해서 코트 안에서 자리를 지킨다. 한편, 김수지 선수와 교체하여 코트 밖으로 빠진 오지영 선수는 코트 밖에서 양효진 선수가 서브를 넣는 동안 대기한다. 이때 리베로 선수 또한 벤치나 웜업존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감독과 코치진들로부터 작전 지시를 듣기도 한다.

    이렇게 센터 선수가 서브를 넣는 로테이션은 리베로 선수가 코트에 없는 로테이션, 즉 수비에 약점이 있는 로테이션이다. 따라서 이 로테이션에서는 상대팀이 후위에 있는 센터 선수에게 공격을 때릴 확률이 높고, 그 수비 하나를 성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팀의 전력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감독들은 이때 수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수비가 좋은 선수들을 후위 1번 자리에 있는 센터 선수와 교체하여 수비를 보강한다. 따라서 수비에 장점이 있는 비주전 선수들이 서브 코스를 날카롭게 때리거나 강한 서브를 구사한다면 원 포인트 서버로 경기를 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센터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강한 서브를 연습하여 자신의 서브 차례에 교체되지 않게 하는 것이 스스로 코트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그 다음 로테이션, 이 로테이션이 이 글의 제목과 같은 양효진 선수가 주전인데 벤치로 빠지는 상황이다. 우리 팀이 실점하여 상대팀에게 서브권을 넘겨주면서 양효진 선수의 서브 차례가 끝나면 다음 랠리가 시작하기 전에 오지영 선수와 양효진 선수가 교체하여 오지영 선수는 코트로 복귀하고, 양효진 선수는 벤치로 빠진다. 그리고 양효진 선수는 전위 4번 자리로 올라갈 때까지 코트 밖에서 대기하고 오지영 선수는 김수지 선수가 다시 1번 자리에서 서브를 넣을 때 다시 코트 밖으로 교체된다.

    주전 선수들은 한 세트에 6번 주어지는 교체 카드를 통해 교체되지 않는 이상 세트가 끝날 때까지 계속 경기를 뛴다. 오직 센터와 리베로 포지션의 선수들만 로테이션이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코트 안과 밖을 오간다. 이 선수들은 코트 밖에 있는 동안 코치들,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선수들과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고, 코트에 들어와서는 코트 밖의 상황을 코트 안 선수들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센터 선수와 리베로 선수가 서로 교체되면서 코트 안팎을 오가는 과정이다. 이번에 설명했던 후위 센터가 서브를 넣는 로테이션은 수비에 약점이 있다고 언급했었다. 이 말인즉슨, 각 로테이션마다 특징이 다르며 약점이 되기도 하고 강점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다음 글에서는 여러 로테이션별 특징에 대해서 말해볼 예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박정아 선수에게 공이 올라갈 거라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