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이 의미 있으려면, 결과와 수치로 증명할 것’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결과로 증명하라는 거대한 현실이 나타났다. ‘내가 하면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은 어느새 ‘내가 해서 안 되는구나’로 변해있었다. 계획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던 나에게, 예상치 못한 모든 일과 예상에서 벗어난 일들은 어딘가 모나고 삐뚤어진 사람으로 변화시켜주었다. 그래서 모나고 삐뚤어진 마음으로 실패는 지극히 사소하고 익숙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현실과 내가 주고 있는 실패에 관한 심적인 모든 압박을 반사하고, 실패는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이다. 언젠가 a32 두 대표님에게 사업실패담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제 막 1년이 지나가는 새싹 자영업자는 콘텐츠 제공, 운영 체제, 인간관계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일에 사소하거나 크게 실패하여 심드렁해 있을 때였다. 비교적 일찍 시도해본 실패 경험담이 예능에 나오는 웃기지만 진정성 있는, 농담 같지만 궁서체로 쓰인 위로의 말 같았다. 실패에 공감과 위안이라는 미묘한 응원이 숨어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실패라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모든 의미 없는 일에게 의미를 부쳐주고 싶었다. 아주 서툴고 어설프게 ㅋㅋㅋ 이 간행물이 정우성처럼 너무 멋있어지면 어쩌지 고민했는데... 이미 충격 방지용 과대포장도 충분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마쳐야겠다. 아무튼 그래서 만들었다. 실패보다 더 자연스럽고 섹시한 주제는 없으니깐.ㅋㅋㅋ (한강각)
지금 생각해보면 크고 작은 실패들이 좌절이기도 했고, 성장이기도 했다. 과정이 실패 자체로 남지 않아서 중요했다. 누군가 나와 같은 실패를 겪었을 때, 이 간행 지를 통해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일어나기도 한다면 의미 있을 것 같다. 물론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은 꿈나무로서, A32 대표가 아닌 내 안에 솔직한 루저의 모습을 꺼내, 나의 새로운 모습처럼, 새로운 고객도 만나보고 싶다. 만약 이 간행지가 실패한다면, 다시는 간행물을 만들지 않겠다. (한강고와 한강감)
큰 실패만 실패가 아니다. 함께 동업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갔을 때, 일은 계속 진행되었고, 회사는 잘 돌아갔다. 그때는 몰랐는데 돌아보니 실패였다. 물질적인 결과로 실패와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모든 과정을 통해 태도나 인성 등의 다양한 실패를 인정하고, 각성해야만 했다. 각성은 반성을 딛고 넘어가는 과정이다. 실패 안에서 나를 직관적으로 마주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실패의 인정과 각성이 실패 월간의 효능이 되지 않을까? (한강고,감)
실패에 관한 부담을 떨쳐내고, 정신승리를 이룰 수 있다. 경험을 포장하고, 여유롭게 커피한잔 가격으로 수다를, 껌보다 싼 가격으로 껌보다 잘 씹을 수 있다. #실소주의 (한강각)
이건 답이 아니니 몰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같은 상황에 당신은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개개인의 가치와 과정은 누구나 다르므로, 당신의 실패와 나의 실패는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사업이든, 경험이든 주관적인 정보만 믿지 말고 최대한 힘을 빼되, 끊임없이 의심하며 봐주었으면 좋겠다. (한강고,감)
한 달에 한 번, 손발이 쪼그라들 수 있다. 당신의 실패에 건배~ 술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를 드리며… #찌질주의 (한강각)
쓸데없는 고민을 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나는 매우 심각하다. 이 껌같이 가벼운 신문을 너도나도 씹겠다며 비 온 뒤 자라버리는 대나무 우후죽순마냥 커버린다면, 나는 매우 곤란하다. 일단 내가 그냥 좀 작기도 하고, 실패의 초심을 잃어버리면 더 이상 루저 외톨이 상처뿐인 겁쟁이로서 나의 정체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한잔의 여유 3000원으로 흥하게 된다면 역시 그를 만나 꼭 인터뷰하고 싶다. #핑크동석 마동석이면 되지 더 원이 있겠는가? (한강각)
성공하면... 자만할 거다. 제발 좀 만끽하고 싶다. 우리 그간 무수한 실패로 고생했다. 즐길 준비가 되어있닼ㅋㅋㅋㅋㅋ #포르쉐 #협찬도환영 (한강고,감)
실패자 : 책방열음 대표 이미지
실패내용 : 여름 신메뉴 실패
실패년도 : 2018년 여름
<책방열음 이미지 대표>
"책과 음료를 팔고 있어요. 저에게는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저 같이 실패한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편한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언제였을까? 그를 처음 만난 게…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강렬했던 그의 첫인상만큼은 잊히지 않는다. 구릿빛 피부, 화려한 스타일, 가시 돋친듯한 까칠함. 도무지 나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느낌. 뜨거운 태양 아래 꼿꼿하게 서 있는 그를 볼 때면, 모래사장이 떠올랐다. 붉은 태양을 좋아하던, 그는 해변이 무척이나 어울렸다. 그렇게 운명같이 그를 만났다. 그리고 그런 겉모습과 달리 그의 속은 노오란 햇살같이 따스했다. 묵직함이 있었지만, 새침하고, 다정했다. 과한 다정함은 간혹 상대방에게 진심을 의심받게 만들기도 하는데, 침이 고일 듯한 그의 새침함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다정함을 꽉 잡아주었다. 그렇게 두 모습은 늘 완벽하게 중심을 잡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매력은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하였다. 중심에서 혼자 빛나기보단,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해주었다. 상대방이 누구이든지 말이다. 시련 앞에서도 강했는데, 감당하지 못할 뜨거운 일 앞에서, 결코 녹아내리거나, 쓰러지지 않았다. 되려 그의 다정함이, 유순함이 한껏 발휘되었다. 태양 아래에서 반짝이며 빛나던 그의 모습처럼… 그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늘 그와 함께했다. 여느 커플처럼 레스토랑에서 피자나 카레를 먹기도 하고, 카페에선 함께 주스도 마셨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일상이 되었다. 나는 누구보다 그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확신했고, 초여름 많은 사람 앞에서 공식적으로 우린 하나가 되었다. 나는 누구보다 그를 잘 맞춰준다고 생각했다. 늘 맞춰주기만 했던 그이지만 내가 그와 함께했을 때, 그는 혼자서도 빛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반짝였고, 사람들도 그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좋아했다. 행복했다. 내가 인정받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커져만 가는 사랑의 감정이 그를 향한 것인지, 그를 만들고 있는 나 자신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 그해 여름은 무척이나 길었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기도 전에 그는 변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사실 이미 변해있었다. 더위 앞에 늘 활력이 넘치던 그를 너무 믿어서였을까? 아니면 이기적으로 타오르던 나의 사랑의 온도가 그를 다 타버리게 만든 것일까? 자신을 더욱 세심히 신경 쓰지 않았던 나를 비웃는 듯이, 그렇게 한순간 변해버렸다. 이미 자신을 한 번 더 분해해 시큼하게 날 쏘아붙이고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그의 곰 삭힌 모습에 내 마음은 점점 부패하여만 갔다. 변해버린 그를 받아들이기에 나는 너무 미숙했다. 더 이상 취해있을 수 없었다. 그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미스터 파인애플. 그리도 좋아하던 파인애플 티 에이드를 매우 아임파인하지 않게 말이다.
#이구역의귀여니는 #나야나
2018년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카페의 첫 여름, 에이드 같은 톡톡 튀고 청량감 있는 메뉴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바로 새로운 메뉴 개발에 돌입했다. 에이드 맛집을 향한 열망을 품고 수제 청 만들기 수업도 들으며 매우 엄격하고, 근엄하며, 무척이나 진지하게 임했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파인애플로 청으로 담그고, 색을 내려고 티 베이스도 핑크빛으로 우려냈다. 그에게만 과일의 고유명사가 아닌 형용사를 사용해 ‘아임파인티에이드’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노란 파인애플의 지평선 위로 핑크빛 저무는 노을 같던 아임파인티에이드는 무더위에 순항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청을 만들던 무척이나 덥던 그 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날은 설탕이 다 녹기 전에, 냉장고에 보관했어야 했다. 아니면 잘 녹이기 위해 더 잘게 썰었어야 했다. 여하튼 무엇보다 무지함을 내세워, 원칙을 고수하던 내가 가장 문제였다. 그날은 파인애플이 발효되기 알맞은 날씨였다. 새 김치를 꺼내듯 기분 좋게 파인애플 청을 열어 맛도 보지 않고, 손님상에 나갔다. 그리고 손님이 나가며 물어보았다. “칵테일인가요?” 식은땀이 흘렀다. 두려움에 휩싸인 채 부랴부랴 청을 열어 먹어보았다. 파인애플 청이 딱 알맞게 발효되어 알딸딸한 술맛이 났다. 망했다. 다 마신 손님이 탈이 나진 않았는지, 고민과 걱정은 매일 밤잠을 설치며 부풀어만 갔다. 많이 송구했고, 정말 미안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되기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파인애플 청을 폐기했다. 하나도 괜찮지 않은 마음으로 아임파인티에이드를 메뉴에서 지워버렸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청에 대한 트라우마로, 설탕이 쉽게 녹지 않는 청이 베이스인 에이드 메뉴를 모두 제거했다. 오랜 시간 그를 잊지 못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를 탓하다가도, 모든 화살을 파인애플에게 돌리기를 반복했다. 눈에 보이는 파인애플은 모두 눈 밖으로 치웠다. 메뉴 실패. 무더위에도 파인애플 청만 생각하면 오한에 떨던, 공포스럽던 그해 여름도 어느샌가 노을처럼 저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여름이 돌아왔다. 올해는 신메뉴에 도전하지 않아, 실패가 없는 무탈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가끔 파인애플 청을 폐기한 걸 뼈저리게 후회한다. 오늘같이 월세가 나가고, 텅 빈 통장 잔액을 확인하면 간절하게 그 한잔이 생각난다. 그렇다. 결국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
#내가하면잘할줄았지 #생각처럼안됨 #근데아직까지하고는있네 #언젠간 #이것또한지나가리라
2018년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시도였다. 가장 좋아하던 과일인 파인애플로 카페의 여름 메뉴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한계절도 다 못 채우고 신메뉴를 떠나 보냈구나.
-지금까지 뭐하나 실패가 없던 것이 없었구나.
-많은 사람들이 나의 실패를 대수롭지 않게 눈감아주었구나.
-그래서 아직까지 장사를 할 수 있었구나.
책방열음
서울 광진구 광장로 59-1 1층
실패자 : 디자인스튜디오 A32 대표 신금용, 박정민
실패내용 : 유튜브 제작, 여행잡지 창간 실패
실패년도 : 2017년
"2017년 3월 우리는 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떠났다. 우리는 한 달 동안 베트남에 지내며 여러가지 콘텐츠를 제작을 계획했다. 떠나기 전 우리는 거창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원대했던 목표들
-영상촬영장비들을 가지고 유튜브를 해보자.
-필름카메라를 이용해 감성 터지는 사진들을 직어보자.
-그것을 활용하여 여행잡지를 만들어보자.
원대한 꿈을 안고 베트남에 도착했다. 그런데... 베트남은 너무 더웠다. 나와 동료는 뙤약볕을 맞으며 영상 촬영 장비를 한쪽 어깨에 지고, 또 다른 어깨에는 부속품을 담은 가방과 필름 카메라를 장착하고 다녀야 했다. 난생처음은 아니지만 두 번째 해외여행을 이렇게 허탈하게, 더위와 씨름하며 마칠 생각을 하니 앞으로의 남은 시간들이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가 왜 사업을 시작했나. 그것은 경제적 성공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행복해지려는 욕구에서 시작한 것은 아닌가. 나는 그때 큰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조금식 내려놓게 되었다. 첫째로 우리는 영상장비들을 내려놓았다. 영상장비로 삼각대와 슬라이더, 그리고 거치할 수 있는 문어발 거치대를 가지고 다녔었다. 그것을 내려놓자 우리의 몸은 조금 가벼워질 수 있었다. 그제서야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필름 카메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감성 터지는 사진들을 조금씩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내려 놓음으로써 얻게 된 작은 깨달음이었다. 둘째로 멋을 내려놓았다. (그렇다고 원래 멋있던 것은 아니다.) 멋진 장면들을 연출하기 위해 우리는 나름 꾸밈을 유지하며 여행 중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내면의 행복을 위해 과감하게 멋을 내려놓았다. 셋째로 계획을 내려놓았다. 어디에서 무엇을 찍고, 무엇을 기록하고, 그러한 세부적인 계획들을 내려놓고 발 닿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유는 여행 도중 카메라가 고장 나는 등,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무수히 펼쳐졌기에 계획이 더 이상 무의미해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 무언가를 내려 놓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마음은 점점 평온해졌고, 베트남에서의 한 달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일들의 반복으로 우리의 계획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A32 스튜디오
서울특별시 광진구 뚝섬로 508 2층
실패월간 1호 사업실패 끝.
크고 작은 실패를 응원하는 실패 각성 잡지 실패월간.
by 도시비둘기
문의 : fffail09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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