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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준 Jun 01. 2023

23살에 IT 사업 시작하기 #2

평생 마케팅만 하던 사람이 IT로 섞인 이야기

º 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그렇게 나는 마케팅팀의 업무를 하나하나 뜯어보고 직접 해보며 더 나은 '전략적 바이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사전 작업 시작

담당자들의 업무를 뜯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공수(工數)가 들어갔다. 우선 업무를 항목별로 나누고 파편화해서 점 단위로 만들었다. 점 단위는 하나의 단편적인 행동까지 쪼개졌다. 예를 들면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하나의 업무라면 점은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엑셀을 키는 것, 작성할 데이터를 보는 것, 입력하는 것 등이 될 수 있다.


점단위로 분리된 업무들은 충분히 자동화할 수 있는 영역들이 많았다. 단순한 개발 기술들로 충분히 풀 수 있었고, 점과 점을 연결하는 부분만 Back-Office를 통해 연속성을 만들어 하나의 업무가 될 수 있게끔 구성했다. 


사람이 꼭 해야만 했던 업무는 파편화했을 때 정말 단순한 행위 정도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그것을 위한 자동화만 구현하고 연결만 시켜주면 '행위+행위=업무'라는 공식이 가능했다.


그렇게 마케팅팀이 하루에 대부분을 투입하던 리소스를 자동화해 나갔다. 아직은 사내에서 개발비에 대한 부담과 단가 저항이 조금 있었던 분위기여서 개발비를 아끼기 위해 모든 알고리즘과 로직, UI 인터페이스까지 직접 다 기획해서 개발자에게 내가 할 수 없는 부분만 아웃소싱을 통해 맡겼다.

 


작업 결과

작업에 착수한 지 2-3주 정도 되었을까, 이미 내가 만든 시스템은 우리 마케팅팀 4명의 리소스를 대부분 대체하게 되었다. 성과 또한 담당자 4명이 정성, 정량을 밀도 있게 투여했을 때만큼 나왔다. 


IT산업에서 오래 종사한 PO, PM분들이 보았을 때는 어설펐을지는 몰라도 한 달 안 되는 시간 동안 4명의 시간이 복제되었다. 이렇게 확보된 시간 자원은 그동안 집중하지 못했던 다른 마케팅 영역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내 리소스는 박살났다. 사무실에서 이때부터 잤다.

그렇게 나는 새롭게 확보한 리소스를 담당자별로 재투입할 수 있게끔 세부 직무를 조정하며 성과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마 이 시기가 내가 입사한 이후 최고 최고 매출 실적을 찍었던 적이었던 것 같다. 재고가 순식간에 바닥났고 예약 배송까지 걸어가면서도 잘 팔았던 기억이 있다.


각 담당자들은 더 이상 단순 반복 작업을 하지 않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고관여 업무를 담당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마케팅팀의 생산성, 부가가치는 자연스레 높아졌다. 


기분 좋았다.


또 다른 발견

팀원들과 함께 높은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가며 평화롭게(?) 지내던 중 갑자기 의문이 하나 들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이미 해가 한참 전에 지고 어둠이 짙게 깔린 사무실 앞에서 꽃샘추위가 주는 차가운 밤공기를 맡으며 흡연하던 중이었다. 별 생각이 없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 다른 회사들은 아직도 이렇게 하지 않나? "

 

관련된 서비스를 취급하는 업체들은 이미 시장에 엄청나게 많았다. 그러나 이미 시장은 정체된 지 오래되었고 서비스 간에 차별점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고객인 브랜드 기업 또한 별 다른 점을 못 느끼고 그저 어쩌다 알게 된 업체들과 일을 했다. 


물론 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하는 브랜드 기업들은 과거의 우리 보다도 더욱 기초적이고 원시적인 방법을 통해 진행했다. 공수는 공수대로 투입되고 아웃풋은 정비례하지 못했다. 


정리해 보면 해당 서비스를 취급하는 에이전시들은 더 이상에 상품 변별력은 중요하지 않았고, 영업사원이 전체 인력에 대부분인 기형적인 구조로 돌아선 지 오래되었다. 소비하는 고객기업들은 바이럴이 주는 힘을 경험하기 힘든 환경에서 바이럴에 대한 기대를 내버린 지 오래인 상황이었다. 그저 안 하면 찝찝하니까 기계적으로 조금씩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새로운 시선으로 복기해 보니 이 시장은 악순환이 지속되다 못해 하나의 기형 생태계로 굳어버린 시장이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내게는 참 설레는 모습이었다. 기회였고 기회로 보았다. 나를 거쳐갔던 대부분의 브랜드와 주변에 많은 브랜드, 에이전시 기업들이 대부분 저런 모습이었단 걸 기억했다. 

한창 강의, 컨설팅 많이 뛰던 시절이 많이 기억났다. 다들 막막해하던

우리 브랜드만 이렇게 이런 인프라를 누리는 게 아까웠다. 매출이 조금이라도 아쉬운 브랜드 기업들은 참 많다. 대부분이 그럴 거다. 그러나 '퍼포먼스', '그로스'라는 이름에 탈을 쓴 Paid Channel만을 올인하던 기업들에게 더 높은 부가가치가 가까운 곳에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비딩형 DA 특성상 불안정하고 경쟁에 의해 ROI는 지속적으로 하방을 그릴게 뻔했다.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은 더욱 그렇지만, 많은 브랜드 기업은 마케팅을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컨설팅을 한참 많이 다닐 때에는 눈뜨고 코베여 갔던 대표님들도 많이 보았다. 우리는 이제 월의 억 단위 예산을 집행하는 회사가 되었지만 우리 또한 초기엔 굉장히 열악했고 담당자들은 막막해했다. 예산의 볼륨이 작고 더욱 소중한 초기 스타트업과 영세 브랜드 기업이 자꾸만 떠올랐다. 


설레는 준비

나는 우리 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일을 하다가 아예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머릿속에서 생각 하나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동시 다발적인 파생 연상이 일어났다.


담배를 그 자리에서 7~9개비 이상 태웠을 때 즈음에 생각을 멈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모델의 구조는 어때야 하는지, 어떤 UI와 시스템이 들어가야 하는지, 세일즈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모두 구상했다. 


즉시 전화를 걸었다. 내가 믿을 수 있고, 내게 냉정하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발견한 기회와 함께 이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와 형태, 전략 등을 설명했고 피드백을 요청했다. 내가 항상 아이디어를 얘기하면 날카롭게 비판의 피드백을 주던 지인도 이번엔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다. 


그렇게 경영자와 지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본격적인 작업 착수를 서둘렀다. 엄청난 도파민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내가 잠깐 찰나에 순간 떠올린 생각에서 기회를 발견했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서두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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