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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골드 Jan 03. 2020

스타트업은 돈을 쓰지 않고도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

수 많은 스타트업들을 만나면서, 가장 빈번하게 느꼈던 부분이고 말 하고 싶었지만 참았던 내용이다.

초기 스타트업, 그리고 투자 유치를 원하는 스타트업 임직원분들이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초기 런칭 이후 궤도에 올리기 까지는 어떻게든 자생적으로, 돈 없이 모객이 필요!


(0) 스타트업들을 많이 만나보며 느낀점 


초기 스타트업들은 대부분의 경우 제품의 유저 수가 충분하지 않고, 그에 대한 이유로는 돈이 없어서, 마케터가 아직 안 뽑혀서, 제품이 더 고도화 되어야 해서 등이 가장 많이 꼽힌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이 유저 수가 충분하지 않아도 (비교적) 괜찮은 경우는 딱 2가지일 것 같은데, (i) ARPU가 높아서 적은 수의 유저로도 이미 충분한 revenue를 창출하고 있거나, (ii) retention이 너무 좋아서 그 자체로 제품의 매력도가 검증된 경우가 있겠다 (안 쓰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쓴 사람은 없는...) 

그 외의 경우에는, 유저 수를 어떻게든 끌어올리는 것이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들의 지상 과제라고 보이고, '돈이나 사람이 없어서' 등의 이야기는 충분한 defense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



(1) 돈 안 쓰고도 모객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스타트업과 VC 심사역의 대화 패턴 중 서로 가장 답답한 경우는 아래과 같은 경우일 것 같다 :


VC 심사역 : 이걸 사람들이 많이 쓸지 모르겠는데요...

스타트업 대표 : 분명히 시장에 기회와 니즈가 있습니다, 투자를 받아 마케팅을 하면...

VC 심사역 : 그러면 시장 기회와 니즈를 조금이라도 더 검증해서 보여주시는게...

스타트업 대표 : 그거는 투자를 받아서 마케팅을 해야...


이렇게 되어버리면, 그 뒤에 BM을 어떻게 붙이고, 어떤 기업들과 제휴를 하고, 언제 해외 시장을 진출을 한다 등의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긴 매우 어렵다.

VC들은 스타트업들보다 훨씬 회의적이고 시니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돈 없이 (혹은 최소한의 돈으로) 가설을 검증하고, 그에 대한 결과로 충분한 수의 고객을 모았다면, 가장 근본적인 것에 대한 회의를 없애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단순히 VC들이 보기 좋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초기 단계에서 증명해야 하는 것은 결국 product-market fit인데, 이것에 대한 검증은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유저 수를 얼마나 빠르게,  적은 resource로, 많이 모았냐로 된다. 



(2) 그렇다면 '충분한 고객의 수'는 어떻게 정의하나 


당연한 얘기지만 시장, 제품, 경쟁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반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rule of thumb이지만, 아래 기준 정도를 잡아두면 되지 않을까 싶다 :   

    추가 인력/자본 투입 없이, 전월대비 매달 고객 수 50%씩 성장하는 것이 정말 불가능한 시점의 고객 수   


이게 되고 나면, 돈을 쓰지 않으면서 당길 수 있는 레버들을 다 당겼고, 노가다와 몸빵으로 고객들을 유치할 만큼 했고, 더 이상 해당 스타트업의 임직원들이 이 방식으로 hustle 하는 것이 도무지 효율이 나오지 않는 시점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투자금을 통해, 혹은 paid marketing을 통해 성장을 꾀해야 하는 것이 말이 되며, 투자사들도 어느 정도 검증된 product-market fit을 확인하고, 보다 진지하게 투자 검토를 할 수 있게 된다. 



(3) 그러면, 어떻게 돈을 안 쓰고 고객을 모으나 



'Beg, borrow or steal’이라는 표현을 개인적으로 되게 좋아한다. 말 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허슬과 맥스 화이팅의 뜻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이것도... 너무 case by case지만, 말로만 이야기 하는 것은 너무 쉬우니 최소 몇 가지 실제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편이 좋겠다. 

판교 IT 기업에 다니던 시절, 점심시간에 맞춰서 오피스 앞에서 누가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었다. 식당 개업을 했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알던 선배 (유명 컨설팅펌, 미국 MBA 졸업)가 창업을 하시고, 우리 회사 직원들이 해당 서비스의 타겟 고객에 부합하여 직접 발로 뛰면서 홍보를 하고 계시던 것이었다. 너무 멋있었고, 실제로 그 회사는 지금 꽤 잘 되고 있다. 

자랑할만한 성공 사례는 아니지만 (회사가 잘 되진 않아서...), 나도 스타트업에서 고생하던 시절에, 친분 있는 모든 스타트업/서비스들과 traffic barter, 타겟 고객이 있을법한 모든 네이버/다음 카페에 아이디 10개씩을 확보해서 광고 아닌척 하는 광고 글을 매일 게재, 매일 점심 시간에 신촌역에 나가 설문을 가장한 서비스 홍보, (완전 돈을 안 쓴건 아니지만) 비슷한 서비스들끼리 ‘무료 어플 추천’ 컨텐츠를 기획해서 트래픽 많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광고를 올리고 광고비를 n빵 (바이럴이 엄청 나서 효과는 거의 n제곱) 등을 했었다. 

초기 스타트업이, 특히 초기 유저 모객을 함에 있어서 ROI를 따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절대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압도적으로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멤버들의 피,땀,눈물이 들어갔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할 것이다. 

품격 있게 허슬하는 방법은 없다. 허슬은 본질적으로 손에 흙을 묻혀야 하고, 매끄럽지 않고, 짜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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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스타트업들은 충분한 resource가 주어지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어떤 스타트업이 더 잘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며,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과 실행이 있던 팀이 이미 성과도 좋을뿐만 아니라 실제로 투자를 받아서 다음 단계로 성장할 확률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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