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VC 사람들이 말하는 'Scalable 하다’, ‘Scalability가 있다’, ‘Scale-up이 가능하다’ 등은 사실 굉장히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복합적인 표현 같다.
도대체 Scalable하다는 것의 실체가 뭔지 파헤쳐보고자 한다.
Scalability라는 개념은 결국 'J-Curve를 그릴 수 있냐’라는 것과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J-Curve는, (1) y축의 높이, (2) x축의 넓이, 그리고 (3) 곡선의 기울기 -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1) y축의 높이 = Size : 최대로 성장했을 때의 크기가 충분히 큰가?
(2) x축의 넓이 = Speed : 5-7년 내에 빠르게 위 size에 도달할 수 있을까?
(3) 곡선의 기울기 = Slope : 성장세가 더 가팔라 질 수 있는 구조인가?
각 항목에 대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표적인 사례들로 살펴보고자 한다.
> Case Study
국내의 SaaS 회사들이 가장 많은 challenge를 받는 부분은 이 size 관점에서의 scalability가 아닐까 싶다. 미국에는 작년에 Series C 이상 funding을 받은 회사들 중 20-30%가 SaaS 회사일 정도로 SaaS 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아직 충분히 큰 규모에 도달한 SaaS 회사가 별로 없어 보인다.
실리콘밸리에서 승승장구하며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Sendbird가 일찌감치 코파운더들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미국 시장 공략하는데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 최근 많은 국내 SaaS 회사들이 동남아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 모두 이 Size와 관련이 있다.
(i) 기업고객의 숫자도 미국처럼 절대적으로 많지도 않고, (ii) 소프트웨어를 돈 주고 써야 한다는 인식이 약한 편이어서 높은 침투율을 가져가기 쉽지 않고, (iii) 돈을 쓰더라도 (이미 없이도 수십년 오퍼레이션을 해왔기 때문에) 큰 돈을 지불하지 않는 이유들로 인해 국내에서만 승부를 보기에는 시장이 다소 작아 보인다.
물론, SaaS 나름이고, 어떤 시장이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대개 그런 것 같더라-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 Checklist
Size 관점에서의 Scalability는 크게 아래 3가지 요소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
현재 시장이 충분히 큰가?
앞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인가?
해당 시장 내에서 회사가 높은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인가?
보통 하나만으로는 안 되고 2개 정도는 충족되어야 하는 것 같다.
우리 회사의 사업은 과연 Size 관점에서 scalable 할까? 만약 그렇다면, 이미 시장이 충분히 커서일까? 아니면 가만히 있어도 몇 배가 되는 성장하는 시장이서일까? 아니면 우리가 어떤 이유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져갈 수 있어서일까?
> Case Study
VR이 언젠가는 대세가 되고 매우 큰 시장이 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텐데, 문제는 ‘그래서 언제?’에 대한 것이다. 앞으로 5-7년 내일지, 아니면 10년, 15년 이후에서야 될지? 3-4년 전까지는 스타트업도 많이 나오고 투자도 많이 이뤄졌는데, 최근 2년 내에 VR 스타트업이 생기고 투자 받는 사례를 보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왜 VR이 아직 대중들에게 일상화되지 않았냐에 대해서, 디바이스 가격도 아직 너무 비싸고, 컨텐츠도 충분하지 않고, 앱스토어 같이 강력한 플랫폼이 나오지도 않았어서, 통신 환경이 충분히 좋지 않아서 등 다양한 이유가 거론되는데, 어느 하나에 이유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이 시장은 CPND (Contents, platform, network, device) 각각의 영역이 비슷한 속도로 발전되어야 하고, 전반적인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업체가 특출나게 잘해서 시장을 혼자 키우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성장이 더 더딘 것 아닐까?
하지만 이 Speed라는 건, 만기 있는 펀드를 운용하는 VC들이 더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창업자와 주주들이 몇 년이 걸리든 믿음이 있고 버틸 의지가 있다면 아무 상관 없다.
> Checklist
크게는 다음 3가지를 체크해볼 수 있겠다 :
시장/회사가 성장하는 데에 있어서 외부 의존도가 높은지? (i.e. 규제, 인프라 등)
회사가 기존의 시장에서 많은 것을 직접 바꿔야 하는지? (i.e. 가치사슬, 시장 질서 등)
없던 니즈를 만들거나, 기존 유저 행태를 많이 바꿔야 하는지?
대체로 회사가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거나, 아니면 반대로 너무 많은 것들을 통제하고 바꿔야 하는 경우 속도가 더딜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If'와 가정이 얼마나 많을까? 얼마나 외부 환경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을까?
> Case Study
공유오피스의 경우, 규모의 경제 (Economies of scale)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새로운 지점을 낼 때 들어가는 비용은 아무리 많은 지점을 내더라도 dramatic하게 절감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노하우가 쌓이고, 협상력이 일부 더 생길 수는 있지만 전체 금액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것).
네트워크 효과나 바이럴 효과도 아예 없다고는 말 할 수 없겠지만, 매우 미미한 수준일 것이다. 입주사가 더 많아짐에 따라 기존 입주자에게 효용이 더 커지지 않고 (제휴 서비스나 일부 입주사 혜택이 조금 추가되는 것 정도 외에는), 입주사가 늘어남에 따라 참고하는 회사는 많아질수 있어도 직접적으로 입주사 증대로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패스트파이브는, 시장은 충분히 클 수 있어도, 성장의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투자를 더 많이 받아서 돈을 더더 많이 쓰는 방법 외에는)
Exponential 하지 않다고 해서 나쁜 비즈니스는 절대 아니다. 패스트파이브는 매우 훌륭하게 사업을 잘 하고 있다.
> Checklist
보통 아래의 특징들이 강하게 존재하면, exponential growth가 나타난다 :
Economies of Scale : 동일한 output을 생산하는데에 들어가는 한계비용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Cost 관점)
Network Effect : 특정 제품/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가 1명 추가됨에 따라, 기존 유저들의 효용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User Retention, ARPU 관점)
Virality : 유저가 늘어날수록, 신규 유입되는 유저의 수가 늘어나는 효과. (CAC 관점)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이미 큰 size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회사를 상장하거나 매각함에 있어서 '가속도'와 '성장세'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크게/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미래가치의 driver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사업은 하면 할수록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을까?
세상에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이란 없을 것이다. 각 비즈니스별로 시장 상황, 업의 구조 등으로 인해서 태생적으로 scale-up에 한계를 가지는 부분들이야 1-2개씩 있기 마련이겠지만, 그걸 뚫어내고 J-curve를 그리는게 결국 스타트업의 숙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 모두 Scale-up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