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육아일기 (1)
롱 베케이션
입사 12년만에 처음으로 2주가 넘는 긴 휴가를 쓰게됐다.
아이의 예정일은 8월 22일, 아직 50여일이 남은 시간이지만 조금은 일찍 휴가를 쓰기로 했다.
임신 33주차,
대개 출산휴가는 예정일보다 한달전쯤 쓰고, 출산하고 나서 아이와 조금이라도 더 있어줄 계획으로 뒷쪽으로 휴가를 더 길게 쓴다. 하지만 나는 출산휴가에 들어가서 바로 그 주에 낳게됐다는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와 지하철 1호선을 타고 혼잡한 출퇴근 길에 오르는 여정이 너무 벅차게 느껴져 이른 출산휴가를 쓰기로 했다.
출산휴가에 들어가기 전, 회사에서 나의 짐을 온전히 비워야 했다. 나중에 복직하면 어느 팀으로 배치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퇴사하는 심정으로 나의 묵은 짐들을 정리했다. 지난 12년동안 한 회사를 줄곧 다니면서 같은 컴퓨터, 책상 서랍을 사용하면서 서랍 깊숙한 곳에 나도 모르게 넣어둔 물품들과 이제까지 팀을 이동하며 사용한 명함들이 나왔다. 책상 위 언젠가 보겠지 하며 보관했던 서류들도, 모두 미련없이 버렸다.
그렇게 7월 1일,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나는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아이를 맞을 준비 본격 시작
병원 검진에 갔더니 남편과 함께 백일해주사를 맞아야한다고 했다.
면역력이 생기지 않은 아이를 위해서, 엄마 아빠 그리고 돌보는 사람까지 맞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둘이서 육아를 할테니, 남편과 둘이 가서 맞았다.
졸리야 엄마 아빠는 준비됐으니 건강하게 태어나줘
셀프만삭촬영
부지런한 엄마들은 스튜디오에 가서 만삭촬영을 하게 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집은 일단 남편이 스튜디오 촬영을 너무 질색해서 나조차도 스튜디오에 가는 게 꺼려졌다. 그렇게 만삭촬영이 잊혀지고 있었는데, 휴가를 쓴 김에 네컷사진 셀프만삭촬영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혼자 옷을 챙겨입고 옆단지에 있는 네컷사진관에 갔다. 걸어가기엔 15분 정도 시간이 걸려서, 따릉이를 타고 갔다. 남편은 위험하다고 걸어서 가는 편이 좋겠다 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맞게되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지기에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갔다. 부른 배 때문에 페달 밟는게 너무 힘들지 않을까 했지만,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은 여전했다. :)
낮에 사진관을 도착하다보니,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실루엣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서, 이리저리 배를 들어낼 수 있는 자세로 촬영을 했다.
역시 할까말까 할때는 해야한다.
다시 없을 순간의 모습은 하나하나 기록해 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만족감이 큰 촬영이라 남편에게 사진을 보냈다. 이만하면 만족스럽다.
나만의 태교, 동화책 만들기
뱃속의 아기에게 태교를 하는게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뱃속의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대화를 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엄마가 행복해야 뱃속의 아이도 행복하다는 진리는 같지 않을까.
나는 별다른 태교는 안하고, 동화책 만들기 수업에 등록을 했다. 코엑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한 수업이었는데, 매주 한번씩 10주 가까운 수업을 들어야 했다. 다른 수강생들은 스토리가 있는 동화책을 만들었는데, 나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볼 수 있는 ABC Affirmation 보드북을 만들었다.
수업의 마지막 일정이 예정일이랑 비슷한 시기여서, 선생님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하신다.
그림을 잘 그리진 못하지만,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에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고 단어를 선택한다.
A_ adorable
B_ brave
C_ creative
...
아이에게 심어주고 싶은 긍정적인 기운들을 하나하나 모은 보드북이다. 아이가 좋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