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 남에게 먼저 인사를 잘하지 못한다.
글쎄, 이렇게 말하면 모르는 사람은 내가 꽤 교만하거나 낯가림이 심한 줄 알 것이다. 물론 그 정도는 아니고 친하거나 나 보다 연배가 높거나, 나의 인사를 잘 받아 줄 만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먼저 인사하기도 한다. 내가 말하려 하는 건,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나만 가지고 있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거의 그러지 않을까. 외국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눈만 마주쳐도 눈인사를 한다는데 말이다.
최근 나는 같은 건물에 사는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에게서 인사를 받았다.
처음엔 그 아이가 나와 같은 건물에 사는지도 몰랐다. 나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데 그저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한다. 나는 금방 기분이 좋아져, "음, 그래. 안녕?"하고 받아줬다. 흔히 하는 대로 고개만 까닥거려도 되겠지만 그 아이도 역시 기분 좋으라고 그렇게 인사를 했다. 그래야 또 다른 사람에게도 인사를 잘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그렇게 인사를 잘하는 아이가 있으면 뭔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부모가 잘 키웠나 싶기도 하고.
어제도 나는 아는 지인의 집에 가느라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먼저 타고 있었던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불쑥 내게 인사를 한다. 여느 사람처럼 서로 모른 척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그렇게 인사를 하니 나도 얼른 맞받아 인사를 했다. 나는 먼저 인사는 못하더라도 잘 받아 주자는 주의자니까. 그러고 보니 요즘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인사를 잘하는 것 같다. 가끔 버스를 타다 보면 버스 탈 때 운전기사한테 먼저 인사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보기도 하니까.
근데 난 확실히 옛날 사람인가 보다. 남이 인사하기 전엔 절대로 인사를 하지 않으니. 이것을 뼈저리게 깨달으라는 듯 그 청년은 엘리베이터를 내리는 내 뒤통수에 대고 또 한 번 인사를 한다. 아, 어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