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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ntie Oak Dec 24. 2023

나의 판타스틱 결혼 어드벤처

나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기로 했다! Ep 1


나는 나의 결혼이 이리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았다. 나는 늘 어딘가에 묶여 있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특히 연애에서는 늘 한 발을 빼고 서서 관망하면서 여차 하면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이었다. 늘 이별이 준비된 사람. 그래서 6년 여의 연애 기간에도 나는 늘 떠날 기회만을 찾는 쪽이었다.

그러나 꿀단지는 나의 모진 말과 행동들을 묵묵히 견뎌내며 나에게 발을 뺄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았다. 언제나 눈 비를 맞으며 그 자리에서 그대로 있는 거대한 바위 같은 꿀단지였다. 돌아보면 정말 남편에게는 미안함이 가득하다.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꿀단지가 네 시간 거리로 떨어진 도시로 대학을 옮기면서 우리의 장거리 연애사가 시작되었다. 그 먼 네 시간의 거리를 2주에 한 번씩 오가며 늘 설렘 가득한 얼굴로 나를 만나러 왔던 꿀단지였다. 내가 가끔은 귀찮아하며 약속 장소에 늦게 나타나도 불평 한마디 없던 꿀단지였다.


연애 중간에 우리 집에 계속 불행이 닥쳐왔다. 당시에 나는 캐나다로 잠시 공부하러 가려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나와 꿀단지를 이어 준 여동생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 버렸다. 여동생은 남자 친구의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당했고 그날 그 음주의 시작이 꿀단지가 동료들과 함께 살던 아파트였단 이유로 엄마는 꿀단지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저 날벼락같은 동생의 죽음에 이유를 찾고 싶었을 뿐이었을 테다.


동생의 죽음 후 엄마의 남동생인 외삼촌이 우리 집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두 달 만에  갑자기 위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다. 당시 혼자셨던 외삼촌이기에 돌 볼 사람은 엄마뿐이었다. 나는 동생의 죽음 후 곧이어 외삼촌의 위암 진단으로 혼비백산 정신이 나간 엄마를 대신해 외삼촌의 병간호를 거의 도맡았다. 당연히 꿀단지를 만날 시간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꿀단지는 괜찮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삼촌이 1년여의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그러나 곧이어 또다시 엄마의 하나뿐이었던 언니인 이모가 외삼촌의 49제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 지셨고 1주일 만에 돌아가셨다. 정말 너무도 한순간에 엄마는 친형제 둘을 잃고 몸도 정신도 만신창이가 되셨다. 나는 또다시 캐나다행을 미루고 엄마를 돌봐야 했다. 당연히 꿀단지를 만나는 시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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