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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ntie Oak Feb 02. 2024

나의 판타스틱 결혼 어드벤처

우리의 시작 1


 

꿀단지를 만난 건 내가 "화려한 싱글이 되어야겠다" 다짐을 하던 스물아홉 말이었다. 누군가를 만나 새로이 호구 조사를 하고 취미를 알아가며 관계를 시작하는 것에 질려가던 시기였다. 그리고 나는 원래부터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늘 달아나던 사람이기에 어차피 또 헤어지는 만남은 시작하기도 싫었다.    

  

혼자서도 즐거운 싱글 라이프를 서서히 계획해 가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막내 여동생이 슬쩍 물어왔다. "언니, 외국인 한번 만나 볼래?"라고. 나는 "싫어. 귀찮아!"라고 답했다.      

며칠 후 동생은 다시 물어 왔다. "정말 안 만나 볼래?"라고. 나는 "그냥 다 귀찮아!"라고 답했다. 또 며칠 후 동생은 다시 물어 왔다. 나는 다시 거절했다. 동생은 "영어 좀 한다더니 들통날까 싶어서 그러는 거지?" 라며 슬쩍 내 자존심을 긁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엄마도 "만나서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영어도 더 잘하겠지!" 하셨다. 엄마는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전개되어 갈지는 꿈도 못 꾸셨으리라.      


그렇게 등 떠밀리 듯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얼떨결에 날짜를 잡았다. 당시에 바로 아래 여동생의 결혼 준비가 한창이었다. 약속을 잡은 날은 공교롭게도 동생의 웨딩드레스 가봉 날이었다. 서울에서 가봉을 하고 내려오는 길이 가을 나들이 인파로  막혔다. 거의 두 시간이나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늦게 도착한 약속 장소엔 다행히 꿀단지의 룸메이트들과 막내 동생네 커플까지 함께 모여 있었다. 내가 들어가 동생을 부르자 나를 보며 커다란 덩치와는 다르게 순수하게 활짝 웃던 남자가 꿀단지였다. 나는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앉았다. 꿀단지는 큰 키에 맑고 투명한 푸른 눈의  선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첫만남은 여럿이 함께 모여 놀아서인지 소개팅의 긴장감보다는 친숙한 파티 같은 분위기였다. 노래방까지 가서 신나게 놀고 헤어지는 순간 꿀단지는 나에게 전화 달라며 자기 번호를  손에 쥐어 주었다.     

 

즐거운 만남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새로운 만남은 귀찮게 느껴졌다. 받아 온 전화번호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며칠 후 여동생은 슬쩍 꿀단지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는지 물었다. 나는 괜찮았다고만 답했다. 동생은 괜찮았으면 전화 한번 해 주라고 했다. 나는 그저 번호를 적어 준 종이를 잃어버렸다 답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토요일이었다. 동생은 파티에 가자며 꿀단지의 집으로 나를 끌고 갔다. 이미 집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외국인들도 많았고 한국인들도 많았다. 꿀단지는  나를 너무 반갑게 맞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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