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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ntie Oak Feb 14. 2024

나의 판타스틱 결혼 어드벤처

우리의 시작 2


 
그날 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던 그 파티에서 나에게 선뜻 다가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아니, 인사 정도만 하고는 남자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나는 "뭐지?" 싶은 맘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꿀단지가 먼저 작업을 해 놓았던 거였다. 내가 도착하기 전에 친구들에게 "내가 영*에게 관심이 있으니 방해하지 말아 달라" 부탁을 했단다.

꿀단지는 그날 내 옆에 붙어 앉아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파티가 끝나 갈 무렵 다음 날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 내가 별일 없다고 하자 영화를 보러 가 다. 나는 선뜻 받아들였고 시간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약속 장소인 영화관 앞에서 꿀단지와 만났다. 나는 서로 청청 패션을 맞춰 입고 나온 우연에 깜짝 놀랐다. 청바지에 청자켓 그리고 안에는 하얀 티셔츠를 입은 우리 둘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꿀단지는 자기가 좋아하는 카페가 있는데 함께 가자고 했다. 나는 그러자며 꿀단지를 따라갔다. 가는 길에 혹시... 혹시 하면서 따라갔다. 큰길 신호등을 돌아 모퉁이로 들어서면서 나는 "거기"! 하고 확신했다. 바로 내가 좋아하던 산티아고라는 카페였다. 꿀단지는 "바로 여기" 하면서 나를 안내했다. 청청 패션에 이은 두 번째 우연이었다.

나는 꿀단지에게 "산티아고"가 나의 최애 장소라 말해 주었다. 꿀단지도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 했다. 취향의 우연에 놀라며 우리는 카페로 들어갔다.

산티아고는 2층짜리 카페였다. 우리는 계단을 올라가 2층의 창가 자리에 앉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창가 자리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고 앉은 우리 둘. 처음 자세히 들여다본 꿀단지의 얼굴. 나를 바라보던 꿀단지의 그 투명한 푸른 눈동자는 순수함 그 자체였다.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며 우린 서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 했다. 꿀단지는 6남매 중 넷째였다.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고 컸다고 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서로 사이가 좋은 분들이셨다고 했다. 무엇보다 부모님들이 사랑을 듬뿍 주신 분들이라 했다. 형제가 많은 다복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꿀단지였다.

우린 성장 배경까지 비슷했다. 나는 4남매 중 맏이이다. 특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했다. 내 부모님 역시 서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셨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셨다.

그날 산티아고에서 오랫동안 서로에 대해 많은 정보를 교환했다. 세 시간이 넘었던 시간이 마치 10분처럼 느껴졌다. 꿀단지와의 첫 데이트는 너무도 익숙한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만났던 사이인 듯 편안하고 미소가 넘쳐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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