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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armony Oct 28. 2023

66. 너는 몇 학년 몇 반이니?

선생님도 헷갈려


# 학기 중 유예


올해 우리 학교에 입학해서 3월~ 6월 내내 학교 적응하느라 나와 씨름하며 지냈던 1학년 학생 S.

1학기 말 즈음부터 나와 티키타카가 되기 시작해서(아직 충분한 발화가 되지 않는 학생이어서 대화보단 행동을 통한 소통의 티키타카) 2학기부터는 "이제 됐다. 공부하자!" 싶었었는데

9월즈음 어머님께서 갑자기 '유예'를 희망하신다고 하셨다.


사실 입학초기부터 유예를 염두해두셨던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나와 통합학급 담임 선생님, 지도사님 모두가 점점 안정되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숨을 고르고 있을 때였던지라 당황스러웠다.

어머님께서 생각하시는 이런 저런 나름의 이유가 있으셨을테지만 내게 크게 설득력이 없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보호자가 희망하는 배치이기에 교사의 입장에서 내 의견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고, 결국 아이는 유예신청을 승인 받아 갑작스럽게 교육과정 참여를 멈추게 되었다.

처음해보는 '학기 중 유예'에 대한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얼레벌레 일을 진행하면서도 '과연 이게 잘한 행동인가' 싶었는데 유예 결정에 기뻐하시는 어머님을 보니 마음 한켠이 아쉬움과 안타까움, 동시에 묘한 안도감이 들기도. 참 이상복잡한 심정이었다.


아이의 유예가 결정되고, 통합반 담임선생님께 그 사실을 전하러 교실에 방문했다.

"선생님, 00이 유예가 승인되었어요. 내일부터 등교를 안하게 될 거에요."

생활연령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셔서 학생의 유예를 원치 않았던 선생님이신지라 안타까움을 표하시면서도 '내년에 또 1학년으로 들어오면, 그때는 우리반이 되지 않겠죠?'라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

물론.. 특수교육대상학생을 맡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힘든 일이다. 꼭 그 학생이 아니더라도 각 반마다 선생님을 힘들게하는 학생들이 꼭 있기도하더라. 일반 초등교사를 하고 있는 지인의 입장을 들어보면 충분히 그런 반응이 돌아올만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말씀이 너무나도 솔직한 마음임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나는 뭘 그리 놀라고 속상했을까.

그 아이가 통합반에서 담임선생님께 이해받지 못하는 걸로 느껴졌던걸까? 아이를 부담스러워하시는 듯한 늬앙스가 서운하게 느껴졌고 곧 나를 무시하는 것으로도 느껴졌다. 지나친 동일시인걸까.

  

# 대체강사


나의 결혼을 앞두고, 교감선생님께서 일주일간 나를 대체할 강사님을 찾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 지원하신 분들은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출근을 해야하는 '엄마'이셨다.

아이 문제로 1교시 출근이 어렵다고 하시는데, 그렇게되면 1교시 동안에는 우리반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는 아이들이 각 반에 올라가있어야 한다. 이 경우, 지도사님이 계시기에 1명 정도는 원반에서 수업 지원이 가능하지만 그 외의 지원인력이 없기에 불가피하게 혼자 교실에 올라가있어야 하는 아이가 발생하게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장 최적의 방법은 담임선생님께서 일주일동안 1교시에만 아이를 데리고 수업을 하시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 선생님의 의견을 들어가 교실에 방문해서 나의 사정을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난감한 표정이셨다. 평소 아이가 교실에 와서 하는 행동에 대해 언급하시며 '솔직히 지원 인력 없이는 부담스럽다.'라고 하셨다. 이 역시 예상했던 대답이기는 했다.

대체강사는 모든 시간 지원할 수 있는 분으로 또 지원받고 모시면 된다. 전혀 아쉽지 않았다.

다만 곧바로 부담스럽다고 대답하시는 담임선생님의 태도가 나도 모르게 나에게 상처가 되었다.


# 소속감


특수교사가 일반학교에서 갖는 소속감과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된다.

학교나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아이들은 우리 반이지만 우리 반이 아니기도하고, 교내에는 같은 초등교사들이 많지만 이 학교에서 나를 대체해줄 교사는 없거나 구하기가 쉽지않다. '통합'과 '협력'이라는 공동의 목표(공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를 가지고 일반학교 안에 들어온 '작은 특수학교'같은 특수학급은 지금 과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걸까. 학부시절에 배웠던 '바람직하지 않은 특수학급'의 사례가 지금 나의 상황과 오버랩이 되는 는것 같아 늘 마음한켠이 무거운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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