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1달, 아니 2달여간을 약을 먹으며 지내고 있다.
두통, 어지러움, 복통, 근육통 등으로 인해 소화기내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한의원까지 두루두루 병원을 다녔다. 실비보험이 없었으면 어쨌으려나 싶을 정도.
지금은 나의 동반자 비염 때문에 비염약을 먹고 있는 중이다.
평소에도 약이라면 두 눈 질끈 감고 겨우 먹는 내가 이렇게 장기간동안 약을 먹으며 살아야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 것 같다.
어딘가가 조금만 불편해도 화가 나려고한다거나 일상이 귀찮아진다고 느껴졌었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카페에 갔다.
카페 출입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은은한 커피향과 함께 카페 점원분의 밝은 인사가 조금은 낯설었다.
주문을 받는 카운터에서 점원은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을 건넸고 곧이어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며 내 음료 주문을 받았다. 그 잠시동안 어찌나 명랑한 톤과 표정을 유지하시던지, 그냥 앞에 서 있기만했던 내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 후 카페에 머물면서 내 감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카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좋고, 음료도 맛있고, 카페 분위기도 더할 나위 없다고 느껴졌다. 배달 나가기 위해 진열대 위에 올려져 있는 음료들을 보니 음료 봉투 밖에 고객들의 닉네임과 함께 예쁜 글씨체로 '당신이 있는 곳이 0000입니다'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워낙 유명하고 흔히 있는 프렌차이즈 카페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우중충하게 아프고 힘들었던 날들을 보내고 너무 오랜만에 카페에가서 여유를 느끼는 순간이어서 그랬을까. 그동안은 딱히 눈여겨 보거나 특별하게 느껴지 않았던 것들이 그날 따라 유난히 더 크게 느껴졌다.
고객 유치를 위한 유통업계의 심리전략이라고까지 할 필요도 없이, 그저 상대의 '친절한 말과 미소'만으로 내 기분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험을 하고보니 그게 얼마나 큰 힘을 가진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 역시 일종의 서비스업의 성향을 가진 직종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자기 역할을 해내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어떤 표정과 말투를 사용해왔을까? 비단 일터에서 뿐만이 아니라 가정에서 만나는 내 사람들에게 나는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었을까?
생각보다 힘든 방학기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다시 웃으면서 조금은 더 밝은 나로 돌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