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흘려도 손으로 집어먹어도 괜찮아
우리 사랑반은 그동안 점심을 우리 교실 안에서 먹었다.
여러 학년과 반이 혼재되어있는 아이들을, 매 급식시간마다 교실에 혹은 급식실에 따라가서 보조할수는 없었기에 내가 오기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했다.
그러던 우리가 올해부터는 모두 급식실에서 식사를 해보기로 했다.
모든 학년이 급식실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는 등 학교 전체의 시스템이 바뀌기도했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올해 6학년이 된 두 녀석이 중학교에 가서도 급식실 이용을 하지 못할까봐 내심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개학 첫날부터 급식이 시작되었기에 우리는 무언가를 설명하고 연습할 틈도 없이 점심시간에 급식실로 향했다. '줄은 잘 서있을까? 식판과 수저를 같이 잡아야 하는걸 알까? 식판 정리하는것도 처음일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다.
1학년 1명, 6학년 2명과 함께 급식실에 들어가서 줄을 서는 것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나보다. 내가 시키기도 전에 6학년들은 서로 손을 잡고 줄을 서 있었고 1학년은 시끌시끌한 급식실의 분위기가 낯설었는지 슬그머니 내 손을 잡았다.
어느새 수저와 식판을 들어야 하는 곳까지 다다르자 나는 목소리가 커졌다.
"00야 숟가락 하나, 젓가락 2개 잡아요." "한 손으로 수저를 다 잡고 식판까지 잡아야해." "조리사님께 식판 드려야지?" 나도 아이들도 우왕좌왕이었지만 옆에 계시던 영양사님과 조리사님이 우리를 알아보고 도와주신 덕분에 음식을 받는데 성공!
지정된 우리의 식사 자리까지 가는 것도 한 세월이 걸렸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이 밥을 잘 먹어서 다행스럽고 기쁜 마음이 컸다.
이튿날에는 영양사님께 부탁을 드려서 식판과 수저를 교실로 받아왔다.
줄서는 법, 수저와 식판드는 법, 다 먹은뒤에 음식물 정리하는 법까지 아이들과 연습도 해보았다.
국을 흘릴까봐 세상 천천히 걸어서 뒷사람을 조금 기다리게 하기도 하고, 다른 학년 식사 자리에 가서 앉기도하고, 옆 사람 음식에 손을 대려고 하기도해서 급식실에 있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게 하는 아이들이지만 금방 적응해서 스스로 밥을 두 그릇씩 받아오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고마운 마음 뿐이었다.
이러한 변화 중에 한 가지 유난히 크게 체감되는 것이 있다면 우리를 보는 비장애 아이들의 시선이었다.
조금은 특별한 모습으로, 혹은 알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식사를 하는 우리를 보는 시선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 시선이 긍정적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나와 다르다'고 느끼는 대상에 대한 시선이라고 해야할까.
처음에는 '그만 쳐다보라'고 말해야하나 싶다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겠다' 싶기도했다. 진작에, 더 일찍 급식실에 나와서 식사해볼걸. 우리 아이들에게 친숙한 몇몇 6학년 아이들은 우리반 아이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기도하고 말을 걸기도 했다.
일반교사 분 중에 한 분이 내게와서는 "왜 급식실에서 밥먹어? 힘들지 않아?"라고 질문을 해주셨다. 넓은 급식실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보조해가며 밥을 먹어야 하는게 이전에 비해 힘들어보이는게 당연하기에 나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하시는 말씀 같아서 감사하기는 했으나 차라리 "애들이 급실실에서도 적응을 잘하고 밥을 정말 잘 먹네. 예쁘다."라는 말이 더 듣고 싶은건 내 욕심이겠지.
새삼 내가 특수교사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동안 너무 교실 안에서만 우리 아이들과 지내왔구나.
학교 수준의 장애이해교육에 더 힘써야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점점 더 나의 도움 없이, 내게서 멀어져도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