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의 지난한 현실
며칠 전, 과밀학급에서의 지나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이한 인천의 한 특수교사에 관한 뉴스를 보았다. 나이도 나와 비슷하고 학급 환경도 참으로 유사했다.
기사만 보았을 뿐이고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있었던 것도 아니며 그 사람을 잘 아는 것도 아니었는데 눈물이 났다. 직접 보지 못했을 뿐 그 사람이 처했을 상황이 눈에 선했다.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보니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대략 90여개의 초등학교가 있는데 그 중 30개 정도의 특수학급이 과밀학급이다. 법적으로 정해진 학생 수가 있지만 1/3이라는 많은 수의 학교에서는 그 법을 온전히 지키지 않고 있다.
이미 과밀학급인데도 계속 신규 학생을 배치시키는 교육청은 '필요한 경우 지원이력을 배치하겠다'에서 그치고, 진정으로 교사와 학생에게 필요한 '교사' 배치에는 소극적이다.
그리고 특수학급의 신증설과 감축은 특수교육대상학급 소속 학생의 수나 교사의 의견 보다도 학교장의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되고 있는 현실속에서 감축은 쉽지만 신증설은 쉽지 않은일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지금 내가 소속된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나 역시 완통학생 포함 9명이 배치된 학급에서 나홀로 특수학급의 일을 하고 있으며 지난 학기 학부모의 민원으로 협력강사를 겨우 배치 받았으며 자원봉사자를 요청한지 1년만에 자원봉사자도 확보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났으니 그 전보다 아이들이 좀 더 많은 지원을 참여할 수 있게된 점은 좋았지만 아이들의 가르치는 업, 각종 행정업무 외에 협력강사 채용, 복무를 관리, 심지어 급여까지 처리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나에게 협력강사가 필요했나. 이게 내 일인가'라는 자괴감을 느꼈었다.
또 교내에 활용할 수 있는 여분의 교실이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특수학급은 늘어나선 안된다. 학급을 일단 늘리게 되면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이 더 들어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아주 당당하게 내앞에서 하던 관리자들과 그 말에 동조하는 일반 선생님들을 보며 외로웠다.
내가 맡은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구나
지난번 교직원 회의 때,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그런가, 우리 학교 병설유치원의 원생이 점점 줄어들어 유치원 존망의 위기"라며 "선생님들께서 주변에 아는 예비 유치원생들이 있다면 우리 학교 병설유치원을 적극 추천바란다."고 말씀하시는 관리자의 말을 들으며 '유치원 학생들과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은 저 사람에겐 다른 존재인가보다. 똑같은 학교라는 지붕 아래 사랑하고 보호해야할 아이들로 보지 않는가보다'라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많은 특수교사들이 포함되어있는 단톡방에서 그 인천교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현장에서 무엇이 문제였을지에 대해 울분을 토하는 글들을 보면서 위로를 얻어버렸다... 그 말씀 하나하나가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님에도 나에게 하는 말 같이 들렸다.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악한 업무환경에서도 그래도 잘 묵묵히 일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힘들었던 것이다. 위로와 관심과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학습 활동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소변 처리를 도와주어야 하는 학생, 의사소통이 어려움이 있어 웅얼거림이나 울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학생, 불편한 상황에서는 물건을 던지는 학생, 계속 소리를 내는 학생, 친구들과 관계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정말 다 적을래도 적을 수 없는 다양한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과 매일 만나면서 드는 생각은 양가적이다.
내가 어떻게해서든, 작은것 하나라도 더 나아지게 만들어주고 싶다
vs
나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너무 많다. 너무 힘들다.
아이들끼리만 교실에 두고 있을 수 없어 화장실도 제때 못가고 참는 것이 습관이 된 나는,
폭력적인 아이의 행동과 막무가내로 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학부모 때문에
그 학생이 우리반 문을 두드리는 것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렸던 나는,
지난 학기에 정신과에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어제 초등교사 임용시험이 있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주변의 동기나 선생님들에게 응원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길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뛰어들길 바라는' 마음도 솔직히 있었다.
개인으로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적절한 시스템과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그 개인이 맡은 업이 무엇이든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특수교육 뿐만 아니라 교육계 전체가 그 책임감과 무게를 교사 개인에게 지우고 있다고
느껴지는 점이 안타깝고 슬플 뿐이다.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여전히 어렵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아이들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특수교육 현장의 무모한 현실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