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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딸 May 14. 2020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

 내가 머물렀던 공간에서 그때 스친 감정들, 스며든 느낌들이 어쩌면 나의 일부를 드러내 주리라 믿는다.


   오륙도

    부산에서도 아주 구석진 곳에 있다. 조수간만의 차에 보이는 섬의 개수가 다섯 개였다 여섯 개였다 하여 오륙도라 이름 지어진 곳. 오륙도는 끝없는 바다와 비교하면 아주 작지만, 존재감은 바다보다 넓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버스에 내릴 때면 미묘한 달빛에 비친 밤바다, 익숙한 바다내음, 고요함에 더욱 선명해진 파도소리가 실로폰 치듯 내 감정을 두드린다. 태풍이 칠 때, 휘몰아치는 파도는 나를 무한히 작은 존재로 만들고, 묘한 경외감을 심어준다. 부산항 근처의 달동네는 밤이 되면 까만 바닷속에서 반짝거린다. 촘촘한 주택들의 불빛을 보니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 모두 '별'이었구나. 오륙도에서 나는 바쁜 일상 속 잊고 지낸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익숙함, 편안함, 고독, 겸손, 경외감, 세상의 아름다움... 나는 순간의 감정들에 집중하기 위해 글을 쓴다. 감정이 독이 되지 않도록, 감정을 품고도 현명하게 살아가고 싶어서 글을 쓴다.


  프랑스

   몇 해 전까지 나는 사람들 속에서 삶의 의미를 느끼고, 늘 새로운 것을 원하며 반복되는 일상은 지루하다 여겼다. 나를 외향적이고 새로운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 그때 나는 그렇게 믿었다. 프랑스에 도착해서 완벽한 이방인으로 세상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파리 스튜디오 속 고요함이 나를 압도하고, 세상에 이질감을 느끼며 모든 것을 관조하기만 하던 시기를 지나 보내며, 드디어 고독을 즐기게 되었다. 공원, 공터, 강가는 혼자서 적당한 외로움을 느끼기 좋은 곳이다. 매일 걷는 똑같은 산책 길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영원히 반복되는 삶을 살고 싶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속삭이면서, 그 순간에 갇히기를 바랐다. 파리라는 공간에 머물다보니, 나는 더 이상 내가 알던 유형의 사람이 아니었다. 내 안의 '모순' 발견한 것은 참 다행이다.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자기만의 방에 차곡차곡 채워 넣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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