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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Nov 03. 2023

탈미술 철회

"미술계를 탈출하고 말 테다!"


투정과 푸념사이 올 한 해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51:49로 꽤 진지한 농담이었다. 20살이 되던 해 생소한 미술산업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설계하고, 공부하는 내내 재밌기만 했는데 느닷없는 탈미술이라니?!


요사이 여러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진지하게 되물었다. 나는 왜 미술계가 지긋지긋 해졌을까?


이유는 많고, 해결되지 않는 현실은 답답하다. 근데 이번주 내 마음의 변화가 천둥번개처럼 스쳤다.


작가를 만나고 작품의 이야기를 듣고 지금까지 작가로서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을 듣고 있노라면 새로운 세상에 들어선 것처럼 즐겁다. 내가 가지지 못한 작가님들의 반짝이는 창의성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이 직업이 주는 가장 근사한 경험 아닐까.


작업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시도, 성공과 실패로 말할 수 없는 과정의 여러 도전들을 보고 있노라라면 전시기획자인 나도 덩달아 예술가가 된 듯하다.


오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여러 전시를 봤다. 같은 미술계지만 내가 속한 유통사의 아트사업은 상업성이 정체성과도 같은 곳이다. 하지만 상업적이라고 하여 가볍기만 한 작가와 전시를 다룰 수밖에 없다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다.


상업과 비상업의 기준이 아닌, 본질과 비본질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화려한 수사와 기교, 눈에 띄는 예쁜 이미지로만은 따라갈 수 없는 예술의 본질에서 오는 힘이 이 시대와 대중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예술가의 방법으로, 예술가의 시점으로 유연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부디 나도 그런 역할에 일조할 후 있는 전시기획자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지독하게 멋진 예술가들의 태도에 매료당했으니 당분간 탈미술은 어려울 것 같다.


#가을밤 #탈미술선언철회 #MMCA #현대차시리즈 #정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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