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온 지 8일이나 됐다.
내 계획은 매일 하나의 전시를 보고, 한 편의 미술여행기를 브런치에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둘 다 실패했다.
하루에 하나 이상 최소 3-4개의 크고 작은 전시를 봤고, 인스타에는 짧게라도 전시기록과 코멘트를 남겼으나 브런치에는 놓쳐버렸다.
두 실패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나는 일 중독에 가까운 사람이며, 매우 FM적 성향이다. 그런 내게 느긋함은 정말 가지기 어려운데, 아니나 다를까 쉼을 위해 온 여행에 나는 여전히 분초를 다투며 전시를 보고 있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가ㅋㅋㅋㅋ 누굴 위해 열심히 사는가 ㅋㅋㅋ
애초에 여행을 떠날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내게 함께 가자고 제안했지만 나는 칼같이 거절했다. 조금이라도 쉬고 싶었기에 내가 누군가를 챙기기는 버겁고,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결국 동행자가 생겼는데, 나와 조금 다른 스케줄이었으나 7일은 함께 지내야 했다.
3일 정도는 같이 있으나 내 할 일을 우선했지만, 함께 있는데 나만의 시간에만 빠져있는 게 영 미안하고 불편하여 우선은 브런치 1일 1 글은 포기하기로 했다. 계획이란 언제나 변동될 수 있으니 마음 편히 여행하자며 나의 FM적 성향도 좀 고쳐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동행자 R씨는 느꼈을 것이다. 나의 불안한 마음을, 종종 거리는 마음을 ㅋㅋㅋㅋㅋ 막상 그녀가 가고 나니 미안한 마음에 후회가 되었다. 그냥 그 순간에 더 집중할걸, 어차피 하지 못할 일은 잊고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마음을 다할걸. 사람은 언제나 실수를 반복한다. 다음엔 좀 더 성숙한 태도로 살면 되지 뭐 어쩌겠어…! (라며 애써 위로해 보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사실 여행기의 컨셉을 너무 무겁게 잡아 글을 대충 쓰는 것도 싫었고, 짧은 시간에 봐야 할 것들이 많아 시간을 내기가 쉽지도 않았다. 그냥 앞으로 천천히 만족할만한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일개미여, 나에게도 여유와 쉼을 주자고.
여행 중 재밌는 에피소드는 많았는데, 그중 제일은 세 번이나 길거리에서 눈물을 쏟은 일이다. 다 큰 처자가 그것도 외국에서 왜 맨날 폭풍 눈물을 흘렸는지 평생의 놀림감인데, 많은 사람들이 짠하게 생각하여 최대한 재밌게 그때를 기억하고 싶다.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면 신파로 가니 거참.
가볍게 살자. 무거운 짐은 좀 벗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 행복해지자!
*재미는 없지만 상하이미술여행기가 궁금하신 분은 인스타에서 사진으로 여행기를 즐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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