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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Dec 16. 2023

갑자기 암환자가 되었다.

장르 급 전환.


11월 휴가로 상하이미술여행을 다녀오고,

상반기 프로젝트 중 해결되지 않은 오래된 문제로 업체에게 연락을 받았고, 내가 전화를 받은 이유로 소환되어 실장님과 팀장님에게 시달리던 중이었다.


소문만 무성했던 임원 인사로 실장님이 갑자기 짐을 싸셨고, 단 하루 만에 사무실이 비워졌다. 퇴임식과 회식 그리고 현재까지 조직개편 중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어김없이 바쁜 전시 준비로 오후 미팅을 가는 중이었다.


택시를 타 핸드폰을 확인하니 부재중 전화가 몇 통 있었고 그중 문자를 한통 받았다.

    

"전화 못 받으시는 것 같아 문자 보냅니다. 갑상선세침검사 결과상 '악성'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상급병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시간 되실 때 연락 주시면 다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오잉…?


지난주 건강검진을 할 때 갑상선 초음파에 혹이 있어서 외래를 보게 되었고 의사 선생님은 조직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외래 선생님을 뵐 때도 난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선생님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면서 떼어 내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근데 설명을 듣고 내가 한 첫 질문이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어이가 없다.


“회사 가야 하는데 떼어내면 회사 언제 복귀할 수 있어요?”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조직검사를 위해 누웠다. 가느다란 바늘로 내 목을 쑤시는 순간 너무 아프고 놀라 소리를 질러버렸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소리를 내면 혹이 움직여 검사가 잘 안 될 수 있으니 잠깐 참으라고 하셨다.


그 순간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 아프다는 소리도 못 내고 참아야 하다니… 올 한 해 내가 뭘 위해 이렇게 열심히 아등바등 일을 한 거지?‘라는 생각으로 검사하는 1-2분 사이 나는 반듯이 누워 눈물을 줄줄 흘렸다.


검사가 끝나고 의사 선생님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혹시라도 내가 암에 걸릴 수 있는 건가?라는 마음에 본격적으로 눈물이 났다. 내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니 의사 선생님은 너무 당황하시면서 휴지를 가져다주셨다.


“지금 환자분 너무 앞서가는 것 같은데, 아직 암인지 모르고 혹시 암이라고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암 아니니 울지 마세요.”


50대 초반 정도의 남자 의사 선생님은 당황하시면서 나를 격려해 주셨다. 너무 걱정 말라고…


그렇게 일주일 뒤 택시 안에서 의사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어떤 암인지 이 암의 특징이 무엇인지 등등 자세히 설명해 주셨고, 나는 담담하게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어 받아 썼다. 전화의 말미에 의사 선생님은 ‘제가 지난주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병원 가서 수술받으시면 괜찮아집니다.’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차갑고 딱딱한 태도가 아니고 다정하고 따뜻한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감사하다. 약간 멍하고 혼란스러웠지만 담담히 전화를 끊었다.


택시에는 같이 미팅을 가던 동료가 있어서 더 담담히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또 일 이야기를 시작했다.


“큐레이터님, 저 내일 오전부터 작품 철수 해야 하는데 어쩌죠?”


옆에 앉아있던 동료는 지금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일 걱정을 왜 하냐고 그런 거 다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주르륵 눈물이 나더니 나중에 엉엉 울었다.


미팅을 가던 중이었지만 동료는 나 보고 택시를 타고 바로 집에 가라고 했다. 미팅 가던 곳에 동료를 내려주고 나는 집으로 갔다.


택시 기사님은 이 모든 과정을 조용히 듣고 계시다가 동료가 내리고 나서 아주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어떤 슬픈 일이 있으셔서 그렇게 우세요?”

“저 암이래요!”


택시 기사님은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걱정 말라고 위로해 주셨다. 아내도 몇 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했는데 지금 멀쩡하다고, 매일 약 하나만 먹으면 되지만 그거 아무것도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단호하지만 따뜻하게 이야기해 주셨다.


동료가 내리고 택시기사님과 5분여를 가는 동안 기사님은 나를 진정시켜 주셨고, 나는 택시를 내리며 기사님에게 “위로해 주시고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씀드리고 내렸다.


분명 택시기사님의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되었지만 집에 집에 도착해서는 엉엉 울어버렸다.


“내가 암 환자라고???!!!

내가 진짜 암환자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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