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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Feb 04. 2024

수술 D-1

수술 하루 전,

병원에 입원을 했다.


사실 지난 병상일지를 쓴 날은 내 생일이었다.

생일을 맞이하여 엄마와 오랜만에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그간 코로나와 코로나 후유증으로 고생을 해서 고작 3-4시간이지만 간만의 외출이 신이 났다.


하지만 외출을 다녀온 날 밤부터 다시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기침과 열 그리고 허리 통증이 시작되어 가만히 침대에만 누워 있느라, 아쉽게도 병상일지를 계속해서 남길 수가 없었다.


나는 12월 말에 부모님이 계신 지방에 내려와 요양 중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허리 디스크로 조금만 움직여도 허리가 아팠기 때문에 혼자 지내는 게 여러 가지로 불편했기 때문이다.


수술 전 밥도 잘 챙겨 먹고 우울한 마음도 떨쳐 내려면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사실 갑상선암을 발견하기 전 나는 아빠에게 엄마랑 같이 살고 싶다고 계속 징징댔었다. 아마도 내 몸과 마음이 본능적으로 사랑을 쏟아주는 주체를 찾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서울에서 혼자 지낼 때 나는 늘 걱정과 불안을 달고 지냈고 지나친 피로와 부담감으로 인해 불면증의 증세가 심했다. 새벽 3-4시에 되어야 간신히 눈을 붙였고 그마저도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선잠을 자거나 새벽 내 여러 번 깼다 잠들었다를 반복했다.


아침 7시면 기상해서 출근해야 하는 내게는 턱없이 부족한 수면의 양이었다. 게다가 빈혈과 편두통을 달고 지냈기 때문에 갑상선암 판정을 받기 두서너 달 전에는 신체리듬이 완전히 깨진 심각한 상태라 인지를 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7시 30분 즈음, 한두 시간 눈을 붙이고 밤 9시가량 잠에서 깨어나 저녁 요기를 했다. 자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옷도 못 벗고 그대로 침대에 기절해 있었다는 게 맞는 표현.


배달음식, 간편식, 과자 나부랭이 등등 … 밥을 챙길 여력과 체력이 없으니 고픈 배를 채울 수 있는 무엇이든 먹었다.


그렇게 악순환의 반복이 스스로에게 무척이나 괴롭고 고되었고 또한 두려웠다.


"분명 내 몸이 이상한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의지가 약한 사람이었나...? 아무리 노력해도 왜 변하지가 않을까… 변할 힘도 기력도 없다… 휴…“


뭔지 몰라도 분명 내 몸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하루하루 사는 게 바빴고, 회사에서 여러 일들로 들볶이고 있었기에 내 건강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수술을 하루 앞둔 오늘,

지난 23년의 나를 되돌아보니 참 어리석었다.


내 몸과 마음은 분명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흘려 들었다. 아니, 참으면 될 거라고 생각하며 바보처럼 몸에 힘을 꽉 주고 버티고만 있었다.


팽팽해진 고무줄은 그렇게 터져 버렸고, 나는 암병동에 입원한 암환자가 되었다.


수술이 실감 안 나던 나는 입원해서 교육도 받고 저녁 배식도 받고 샤워도 끝내고 침대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병실 생활이 신기하다며 한껏 들떴다가 내일 수술을 위해 주사 바늘을 꽂은 바로 지금 바로 실감이 난다.


주삿바늘은 엄청나게 굵었고, 악소리와 함께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걸 보니 수술이 무섭구나 느껴진다.


아픈데 뭔가 또 검사를 다녀오라고 하니 수술 전 마지막을 이렇게 끝내야겠다.


암 덩어리를 때고 나면 좀 더 즐겁고 행복한 미래가 나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으리라….! 기다려라 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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