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입사 30주년 기념여행으로 원래는 몽골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10월 1일 출발하는 상품이 없는 관계로 집에서 가까운 무안공항에서 출발하는 장가계 (노옵션, 노팁, 쇼핑센터 2회 방문) 상품을 선택했다. 성수기 상품이어서 가격은 비수기 대비 두 배이상 차이가 났고 하필 여행 일정이 중국의 국경절(공산당 창당 기념일, 올해는 75주년으로 10월 1일부터 10월 7일까지가 중국 연휴였다)이 겹쳐 있었다.
무안공항에서 장가계 우한 공항 직항은 사천항공으로 비행시간은 세 시간, 기내식 지급에 기내 좌석은 넓은 편이었지만 비행기 자체는 다른 항공사에서 은퇴한 친구를 데려온 것처럼 연식이 있어 보였다.
원래 장가계 직항인 우한공항이 생기기 전에는 버스로 세 시간에서 다섯 시간까지 이동해야 하는 장사공항으로 입국을 했다고 하는데 장사공항을 이용하던 시절에는 도로가 정체될 경우 출국하는 비행기를 놓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했다.
중국은 특이하게도 입국심사를 단체 비자로 하고 있어서 내가 포함된 12명의 단체비자를 첫 번째 여행자가 제출하면 마지막 열두 번째 여행객이 그 단체비자를 입국심사대에서 받아서 만나는 가이드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입국심사는 굉장히 더디게 진행되었고 장가계 여행객의 연령대가 고령인 관계로 입국심사 요구사항대로 진행(오른손 4지를 인식시키라는데 왼손을 올린다든지.. 그런데 다른 여행객이 도와주는 것도 못하게 함 )이 안 되는 사람이 대다수다 보니 입국심사를 통과하는 데만도 시간이 엄청 걸려서 가이드를 만나 공항에서 삼십 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 도착해 보니 밤 9시가 넘어 있었다.
우리 팀을 맞은 가이드는 조선족 3세로 할아버지 고향은 경남 마산인데 독립운동을 위해 상해로 넘어오셨다가 38선으로 남과 북이 갈린 뒤에는 국내로 돌아올 방법을 찾지 못해서 부득이하게 연변에 정착했다고 했다.
패키지여행은 일행도 잘 만나야 하지만 가이드도 잘 만나야 하는데 나와 동생 중 누가 복이 있었는지 몰라도 여행 내내 VIP 티켓팅으로 장시간 대기 없이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었다.
3박을 한 선샤인호텔은 여행사 말로는 5등급이라고 했는데 객실 크기는 5등급 같은데 침대 협탁 위에 올려놓은 재떨이와 성냥을 볼 때부터 직감했듯이 침구와 객실에 담배냄새가 박혀 있었다. 자려고 하면 풍겨져 오는
스멜에........ 아~~~~~~ 이건.... 특히 음식이...... 참고로 난 흰 죽과 깍두기로 일정을 버텼다.
하루에 이만 오천보, 둘째 날 이만 삼천보 이런데 흰 죽에 깍두기라.... 어쩐지 아침 조식에 컵라면 들고 오는 사람이 많더라는....... 호텔만 놓고 보자면 두 번 다시 걸음 하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그리고 장가계 여행글 보고 필터 샤워기 가져갔는데 마지막날 필터 버리고 왔다. 삼일 만에 갈색 변색..!!!!
장가계는 일 년 삼백육십오일 중에 삼백일이 비가 온다는데 어쩌면 이렇게 수질이 안 좋을 수 있는지 미스터리했다. 그래도 우리가 일정 내내 비가 오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왜???? 장가계 여행 사진 중 대부분이 안개 자욱 내지는 복장이 우비였으므로.... 암튼.. 날씨는 덥지고 춥지도 않고 딱 좋고 적당히 그늘져서 좋았다.
가이드 말로는 우리가 입국하기 일주일 전만 해도 낮 최고 온도가 42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뉴스는 최고온도가 항상 40도를 넘지 않는 39도라고 한다. 왜냐면 여긴 공산권이니까 공산당이 그렇게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공산당 창당 75년에 빛나는 중국 공산당의 역사 중 그 시작은 모택동(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말씀하신 분)이 공정분배의 기초를 놓았고 이후 등소평이 공정분배의 문제점을 국가주도 대규모 경제개발을 통해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그 성공의 기초 위에 시진핑이 현재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냈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그래서 장가계는 현재 관광지의 95% 정도가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며 국가에서
개발을 시도할 경우 그에 관한 민원은 접수되지 않으며 그로 인한 소요사태 또한 없다고 한다. 왜?? 공산주의니까..... 공안이 잡아간단다. 아참.. 돌아다니면서 보는데 공안이. 정말 포스가 ㅎㄷㄷ하더라.
우리나라 경찰 친근한 그 포돌이 포순이하고는 전혀 게임이 안된다는.......
진짜 말 안 들으면 일단 잡아넣을 듯한 분위기.
그 짧은 이동시간 삼십 분 동안 이것저것 주워듣고 담배냄새 은은한 객실에서 전날의 숙취로 뒈질 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