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특허출원을 위해 명세서를 영문으로 번역할 때 신경써야 할 점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로 특허출원을 하기 위해서는 특허명세서를 그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이때, 특허명세서의 번역이 잘못된 경우 결과는 아주 치명적이다. 작게는 거절이유가 발생해 비용이 추가로 들고, 크게는 등록을 받을 수 없거나 등록을 받아도 소송에 쓰기 어려운 특허가 탄생한다.
그런데 그 번역에 대해 크게 고민하는 출원인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는 번역을 엉망으로 해서 미국으로 보냈던 명세서가 그대로 출원되어 해외대리인이 중간사건에서 명세서를 다시 쓰자고 제안한 사례를 본 적이 있다. 당시 미국 대리인은 번역 수정에만 수천 불을 청구했었다.
또한 번역이 잘못된 채로 중국에 출원된 사건을 중간단계에서부터 맡은 사례도 있다. 그 사건은 거절결정을 받고 복심단계를 거치고 있다. 청구항에 기재된 내용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는 거절이유가 통지되었는데 이를 명확하게 하는 보정을 하니 최초 명세서에 없었던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하여 거절한 것이다.
중국은 기존 명세서에 없었다고 보이는 사항을 추가하는 ‘신규사항 추가금지’ 규정을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엄격하게 적용하여 번역이 잘못된 경우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부터 번역을 명확하게 해서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은 사건이었다.
결국 이 사건의 등록을 위해서는 몇 배의 비용을 더 쓰게 되리라 예상된다. 이처럼 번역의 질에 따라서 천만원만 들어야 할 비용이 이천만원이 되기도 하고, 1억 원의 가치가 있는 특허가 무의미한 특허가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작성한 특허명세서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진다.
① 번역을 지정국의 특허대리인에게 맡기는 것
국내대리인의 입장에서는 가장 편한 방법이다. 출원을 지시하면서 번역을 함께 해달라고 하면 된다. 더욱이 번역 단계에서 문제가 될 만한 사항들을 걸러내므로 중간사건에서 곤란해질 수 있는 문제도 줄어 든다. 특히 지정국의 특허대리인은 특허출원부터 등록까지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므로 문제가 될 만한 용어나 청구항을 출원 단계부터 걸러낼 수 있다. 외국대리인의 입장에서도 비용을 많이 청구할 수 있어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다.
다만, 그 비용은 국내에서 번역을 해서 보내는 것보다 몇 배 비싸다. 가장 안전하지만 가장 비싼 방법이다.
② 번역을 국내 번역업체에 맡기는 방법
국내 번역업체들은 해외 출원을 위한 번역을 많이 경험해 왔고,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다만 국내 번역업체들은 해외 출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절이유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므로 해당 국가의 특허용어를 어떤 식으로 번역하면 되는지 알기 어렵다. 특정 국가에서 어떤 방식으로 청구항을 작성하는지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 종종 문제가 생기곤 한다.
③ 해외 지정국의 번역업체에 맡기는 방법
①과 ②의 경우에 비하면 자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조선족이 번역 분야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운영하는 번역업체를 잘 찾는다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번역을 할 수도 있다.
위의 어떤 경우에든 가장 중요한 것은 번역된 명세서를 해당 국가의 특허전문가가 출원 전 리뷰하는 것이다. 만약 리뷰과정을 건너뛴다면, 아낀 비용의 몇 배를 등록과정에서 지출할 수 있고, 등록되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특허가 나올 수 있다.
좋은 특허번역에 대해서 물론 대리인도 신경써야겠지만 출원인도 신경을 쓴다면 좋은 해외특허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율특허법률사무소
신무연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