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M Aug 16. 2024

여긴 프랑스니까 너는 프랑스어로 얘기해야 돼!

프랑스에서 쓰는 일기

파리에 도착한지도 어느덧 6개월이 되었다. 정신없이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시간이 벌써 반틈 지났다. 그간 있었던 일들, 메모장에 흘겨 써놓은 것들, 일기장에 힘주어 눌러쓴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자. 시간의 순서는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 하나씩 정리하는데 집중해 보자.



1er Juillet, 2024



프랑스에서 쓰는 일기 #1, 여긴 프랑스니까 너는 프랑스어로 얘기해야 돼!




“여긴 프랑스니까, 넌 반드시 프랑스어로 말해야 돼.”

뜨문뜨문 불어로 이야기하다 그만 말문이 막혀,

어쩔 도리 없이 영어로 말해버린 내가 중년의 프랑스인으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나의 프랑스인 동료들은 왜 바로 손가락 욕을 날리지 않았냐고 원통해 한다.


그러나 나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

심지어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여긴 프랑스니까, 내 국적과 관계없이 프랑스어로 말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노력하는 와중에 있을 뿐.

내가 ‘프랑스어로 말하기’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외국인에게 친절해야 할 필요는 없다.

법으로 반드시 그렇게 하라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이제 과거처럼 성벽을 높이 올려서 타자를 모두 추방시키고 오직 ‘우리’끼리만 사는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당신과 우리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당신도 우리도 어디서든 이방인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토마스 홉스의 절대적 군주제와 궤를 같이 하지는 않지만 그가 말한 리바이어던, 즉 한 몸으로서의 국가를 위해 우리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함께 살아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프랑스어 정말 어렵죠?” “너 정말 잘 하고 있어!” “좋은 시도였어!” “괜찮아요 나도 프랑스어 밖에 못 해요.” “너의 악센트 정말 듣기 좋아” 와 같은 말로 나를 응원하는 수많은 친절 속에 이 나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비선택적 불쾌도 사실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