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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추나무집손녀 Aug 21. 2022

추억 돋는 첫 사랑놀이

영화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것은 한순간이다.

하지만 그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한 세월이 걸린다.

작년부터 그 재미와 희열 그리고 고통을 배우고 있는 나는 지난주 미워 죽겠지만 미워할 수는 없는 나의 담당 선생님(a.k.a 스타 PD)에게 스치듯 일본 영화 추천을 하나 받았다.


제목이 신기하기도 하고 나와는 감성코드는 별로 아니 맞으시는 것 같은 선생님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와이 슌지의 초기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찾아볼 가치는 충분하다 여겨져 시작한,

영화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우리의 주인공


초등학생... 아니 저때는 국민학생인 주인공 노리미치.

그는 꽤나 신바람 나고 평범한 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어 보인다.

(시대적 배경을 보아하니... 내가 초등학생 시절 때랑 거의 겹치는 듯.. 많아봤자 나랑 2살 차이일 것 같은..)

개성만점인 친구들과 함께 그 나이에 맞는 유치뽕짝 한 내기와 장난을 거듭해가면서 말이다.

그들은 불꽃놀이 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학교가 유난히 시끌벅적 흥분된 분위기다.



하지만 그 시절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설렘. '좋. 아. 하. 는. 여. 자. 친. 구'


노리미치는 같은 반 여학생 나즈나를 좋아하고 있지만 고백은 하지 않고 있는 상황.

사실 그의 친구인 유스케도 나즈나를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그 시절 무스 마들이 모두 다 그러했든


서로 아닌 척 장난 인척... 여자에게 보이는 관심은 친구끼리의 허세이자 농담처럼 그렇게

서로 한 마디씩 걸치며 지나갈 뿐이다.


노리미치의 그녀 나즈나


그러던 어느 날. 수영장 청소를 함께 하게 된 노리미치, 유스케, 나즈나.

수영 내기에서 노리미치의 안타까운 사고(?)로 경기에 이겨버린 유스케는

엉겁결에 나즈나의 '불꽃놀이 데이트' 신청을 받게 되고.

핵 당황한 유스케는 어버버 하게 혼이 나갔는데...


그때 하필 친구 일당들은 '쏘아 올린 불꽃놀이의 불꽃이 납작한지 동그란지'에 대한 내기를 시작하게 된다.

의견은 양갈래로 나뉘고... 급기야  나즈나와 만나기로 한 시간에 이중약속을 잡게 되는 유스케.

(생각이 없는건지, 정신이 없는건지...알수없는 유스케의 속마음...하지만 그것이 초딩 남자의 설레임과 당혹스러움의 표현이라면 할 말은 없다)


약속 시간 5시. 유스케를 찾아온 나즈나


이 상황을 알 턱이 없는 우리의 노리미치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녀가 지 친구랑

데이트 약속을 잡은 것도 모르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유스케.

돌발적인 나즈나와의 약속을 피하고만 싶은 유스케는 결국, 약속 장소로 나가기 보다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핑계로 그녀를 피하는 것을 선택한 듯 보인다.


결국 자신을 대신해 노리미치에게 치료를 핑계로(수영 내기를 할 때 노리미치를 패배케한 요인)

자신의 집(병원)으로 보내는 유스케.

그리고 혹시 나즈나를 만나면 자신을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임을 대신 전해달라고 시키는 지경에 이른다.



치료를 받으로 병원에 도착한 노리미치는 정말 나즈나가 그 곳에서 유스케를 기다리고 있자..어안이 벙벙.

알고 보니, 나즈나는 노리미치가 수영에 이길 것을 예상하고 수영에 이기는 사람에게 불꽃놀이 데이트를 신청하려고 결심했었다는. 하지만 유스케가 이겨버리니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결심을 실행했던..나즈나.

(그 결심을 바로 유연하게 바꿀순 없었니...)

하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져 버렸고. 나즈나도 유스케의 어이없는 행동에 배신감을 느낀 듯하다.

실망한 나즈나에게 '자신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외쳐보는 노리미치..


하지만 그도 잠시, 나즈나는 무서운 표정을 짓는 엄마한테 잡혀 집으로 질질...끌려가게 된다.

나즈나는 불꽃놀이를 핑계로 큰 가방을 들고 가출을 감행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상상해보지만...

어쨌든. 끝나버린 상황.


후회가 되는 노리미치.

자신이... 수영만 이겼더라면.... 하고 상상하는데...

그때 다시 수영 내기를 하던 순간으로 돌아간다.



노리미치는 그 전과 다르게 사고도 없이 무사히 수영 내기에서 이기고.

유스케가 이전에 받았던 나즈나의 불꽃놀이 데이트 신청을 받으며 나름 순탄한 두 사람의 사랑의 도피(?)가 시작된다.


두 사람이 도피를 하는 동안, 노리미치 외 일당들은 불꽃 모양을 확인하기 위한 탐험을 시작하는데,

현실에서의 유스케는 나즈나를 피해 다니느라 바쁘지만, 노리미치의 상상 속에서

유스케는 노리미치와 나즈나의 데이트에 약이 올라 죽는다. (ㅋㅋㅋ 귀엽다 귀여워)


맹랑하기 짝이 없는 언어 구사력
체격 차이가 어마어마한 초등학생의 사랑


어쨌든 유스케가 그러거나 말거나 노리미치와 나즈나, 두 사람의 시간은 버스 안에서부터  기차역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도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특별할 것 없는 잔잔한 시간 속에서 황당하고 도발적인 나즈나의 행동도 행동이지만, 어이없는 행동을 하는 나즈나를 좋아하는 여자 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해하고 받아주려는 노리미치의 캐릭터도 너무 귀엽고 정이 갔다.


보면 볼 수록 노리미치보다 훨씬 성숙하고 커 보이는 나즈나의 덩치..

그런데 그 시절 우리도 다 그렇지 않았던가.

여자애들보다 체격도 신체발달도 더딘 쪼그만 남학생들이 겁도 없이 자신보다 키보다도 훌쩍 큰 여학생을

좋아하고 애태웠던 기억이...


두 사람의 티격태격, 어른이나 다름없는 말투지만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화와 행동들을 보고 있자니

잊고 있던 초등학생 시절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는...


어른 흉내를 내 보는 나즈나


결국 두 사람의 도피는 처음 시작되었던 학교 수영장에서 끝이 난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씬인 수영장 씬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장면에 흐르는 음악은... 정말 강추다.

(이 영화를 추천했던 선생님이 말했던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인가 싶다)


영원했으면 하는 나즈나와의 행복한 시간은 딱 거기까지.

나즈나는 마지막에 '다음 학기에 만날 그날이 기대된다'라고 떠나는데.

그 장면은.. 사실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멍하니 수영장 물속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서 있는 노리미치를

나 역시 뚫어지게 볼 수밖에 없었다는....


다음 학기에 노리미치와 나즈나는...다시 만날 수있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역시,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묵직한 한방이 있는데..

짧지만 영원히 기억에 남을 불꽃과 어린 청춘들이 닮아있는 것 같아 더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나의 어린 시절... 추억도 되새겨보면서 말이다.



노리미치는 불꽃의 아래에서, 그의 친구 일당들은 불꽃의 바로 옆에서 같은 시간, 같은 불꽃 놀이를 마주한다.  바라보는 위치와 장소는 다를지 몰라도 그들은 같은 불꽃을 평생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게 되겠지.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간간히 추억의 서랍 속에서 꺼내어 볼 것이다.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신기루처럼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그

때 그 시절의 나도 몰랐지 뭐..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영화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상기시키기에 좋은 영화.

잔잔하지만 마음에 오래 남을 영화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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