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Love, 하츠코이
'당신이 내 첫사랑입니다.'
로맨스를 쓰기엔 힘든 세상이라고 누가 말했었다.
현실은 온전히 '사랑'에만 기대기엔 너무 막막하고,
자신이 품은 마음을 온전히 '사랑'이라 말하기엔 지금의 청춘들은 너무 지치고 약았다고 했었나.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의 10대 때 꿈꾸었고, 기다려왔던 그 사랑은 지금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요즘 세대에게 어울리는.. 그들이 원하는 로맨스는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니 쓰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로맨스라는 장르...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요즘 이 시대의 연애물들은 모두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것들이 많다.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그랬고 <20세기 소녀>도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또.. 이 작품.
로맨스를 보고 싶었지만, 별 감흥 없던 쏟아지는 콘텐츠들 속에서
우연히... 정말로 우연히 마지막 엔딩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는
역작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를 만났다.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에서 영감을 받은 스토리라는데..
왓씨.. 나도 언젠가는 내 추억의 노래로 작품 하나를 완성해보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선수를 빼앗기다니..ㅠㅠ
삿포로를 배경으로 한 새하얀 눈의 절경.
진짜 찐으로 내 또래 주인공들이 등장해서, 나의 10대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처음에는 소중한 꿈을 간직한 사랑스러운 두 사람이
성인이 되어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재회하게 되며 전개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진부한 척 시작하지만 절대 진부하지 않은 설정이 '어라랏' 하게 만들었달까.
거기다 왠열... 두 사람의 첫사랑 시절이 너무 설레고 사랑스럽다.
아무런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백의 사랑이랄까...
온전히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아껴주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 짠하고 사랑스러웠기 때문일까.
현실 속 성인이 된 두 사람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더 찢어지더라.
그동안 어쩔 수 없는 오해로 헤어진 첫사랑,
죽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첫사랑, 수 없는 첫사랑 스토리가 많았는데
퍼스트 러브 하츠 코이는 좀 달랐다.
나는 기억하지만, 상대방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내 앞에 첫사랑이 있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와 소용이 있을까...
나와 너만이 기억하는 특별한 나날들이 오직 나만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면 얼마나 슬프고 고독할까.
무엇보다 이 작품을 보면서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생각 하나.
누군가가 나를 위해 선택해 준 인생은(그것이 정말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진짜 내 인생이 될 수 없다는 것.
내 운명을 거스르는 역행일 수도 있다는 것...
본인의 인생은 본인의 선택과 의지로 선택하고 나아가야 그게 진짜라는 것.
그걸 다시 한번 더 깨닫게 된 작품이었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두 사람.
두 사람은...
꿈과 사랑, 모두를 제 자리에 돌려놓고 함께 할 수 있게 될까....?
마음을 울리는 사랑 이야기에 목말라 있었던 사람에게 추천하는
혹은 영화 <러브레터>의 감동을 2022년의 12월에 새롭게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 추천하는 영화,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우다타 히카루- First Love 中
마지막 키스는 담배 맛이었어요.
씁쓸하고 아련한 향기.
내일 이맘때쯤에는 당신은 어디에 있을까.
누구를 생각하고 있을까.
당신은 언제나 내 사랑으로 남을 거예요.
언제 누구와 또 사랑에 빠지더라도
사랑하는 법을 기억할게요.
당신이 가르쳐준 그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