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엄마, 호박 인절미가 맛있다는데 하나 주문해 줄까?”
혼자 저녁 끼니를 대충 때우는 엄마가 걱정이었다. 식사 대용으로 괜찮다는 추천 상품을 봤는데 그중 엄마가 좋아하는 떡이 보였다. 호박도 인절미도 좋아하는 엄마에게 딱이겠다 싶어 전화를 걸어 물었다. 하지만 엄마는 떡이 널렸다며 고사했다. 회사에서도 운동 모임에서도 아줌마들 사이에선 늘 떡을 돌려 먹느라 매일같이 떡을 먹는다며. 그 말을 듣고 나는 엄마들은 왜 그렇게 떡을 좋아하냐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떡을 먹어버릇해서 그런가 하며, 젊은 사람들은 떡 말고 빵을 좋아하는데 엄마들은 참 떡 사랑이 유별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엄마는 갑자기 발끈했다.
“얘, 떡이 싸니까 그런 거 아니야. 몇십 명이 나눠 먹으려고 해봐. 떡은 2~3만 원이면 한 박스인데 하나에 1~2천 원꼴이잖아. 빵은 하나에 1천짜리가 어딨니. 누구는 빵 못 먹어서 그런 줄 아니. 나도 비싼 빵 먹을 줄 알아.”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당황했다. 마침, 나는 다크 초콜릿이 들어있는, 프랑스 밀가루와 버터로 만들었다는 하나에 5천 원이나 하는 ‘뺑 오 쇼콜라’가 먹고 싶어서 몇 개를 사서 유유히 집에 도착한 참이었다. 아, 나는 머쓱해서 엄마에게 웃으며 그러게 엄마들은 짜장면을 진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네 라고 말했다. 엄마도 웃겼는지 그러게 애들은 엄마들이 다 생선 머리랑 꼬리만 좋아하는 줄 알잖니,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을 반성했다. 아, 나는 엄마를 아직도 정말로 잘 모르는구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고, 생선 머리와 꼬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애가 다름 아닌 나구나 싶어 자꾸만 부끄러워졌다. 엄마도 이제 환갑이 훨씬 넘었고, 남은 날은 그래도 즐기면서 살아야겠다 싶은 건지 예전보다는 원하는 걸 말도 하고 더 솔직해졌다. 엄마를 몰라준 내가 미안하기도 했지만, 속마음을 말해주기 시작한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 만큼.
말로 표현해 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정말이지 알 수가 없는 게 맞나보다. 나름 나는 엄마를 많이 위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따져보면 아직도 모르는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많을까. 엄마들은 (당연히 아빠들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솔직한 마음을 말해주는 게 자식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훨씬 이로운 점이 많지 않을까. 어렵지만 그것도 조금씩 연습을 해보면 좋겠다. 옆집 아들은 보일러를 놔줬는데 나는 굳이 필요하진 않단다 라는 말처럼 둘러서 표현하더라도 말이다.
다음에 만날 땐 내가 가고 싶었던 파인다이닝 집을 남편이나 친구가 아닌 엄마와 함께 가야겠다. 아니, 그 전에 요즘 그 흔한 크로플도 나와 처음으로 먹어봤다는 엄마에게 마라탕과 탕후루부터 같이 먹어보자고 하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