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모여볼래요?
좋은 팀워크를 만드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방법
"잠깐 모여볼래요?"
직장에서 하루 동안 여러 번 듣게 되는 상사의 이 말에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11년이 되니, 어느새 나는 3명의 팀원을 이끄는 리더가 되었다.
처음에는 나와 팀원들 모두 새로운 팀과 업무에 적응하느라 리더가 대수인가 싶도록 서로 알려주고, 서로 배우면서 8개월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우리 팀의 업무는 세 차례 바뀌었으며, 나를 포함해서 3명이었던 팀이 한 명이 늘어 4명이 되었다. 기존의 멤버들은 어려운 고비들을 여러 차례 넘어가며 동지애가 생겨있는 상태었지만, 우리의 새로운 멤버는 이제 합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새로운 멤버는 배우려는 태도가 확실했고, 다른 팀원들과도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가장 최근까지도 실무자 었다.
실무자는 그야말로,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하면 인정받는 위치였고, 나는 실무자라는 위치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무자가 아닌 관리자, 즉 팀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가 되고 보니,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팀원들의 업무에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어야 하고, 팀원들끼리 조합이 잘 되도록 관계를 조율도 해줘야 한다.
팀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소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 8개월을 돌아보면, 스트레스로 한 달에 한두 번을 꼭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다녀야 했고,
출근하기 너무 싫어서, 회사 문 앞에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그렇게 치열하게 그 시간들을 지나고 보니, 회사 내에서 우리 팀은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만큼 팀워크가 좋은 팀이 되었고, 각각의 업무능력도 많이 성장해서, 본인의 몫은 물론 그 이상을 해내는 팀이 되었다.
좋은 팀워크를 만들 수 있었던 방법이 궁금한가?
그 방법은 바로 리더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나오는 팀원들의 따스한 배려이다.
나는 처음에 팀원들보다 새로 주어진 업무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심지어 팀원 중 한 분은 이 업무에 대한 이전 경력이 2년 이상 있었다.
내가 처음 접하는 개념들과 업무들에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나의 팀원들은 이런 나를 믿고 기다려 주었다.
모든 의사결정은 리더인 나와 상의하고자 했으며,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는 업무임에도 나에게 설명해주며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이렇게 리더가 성장하도록 팀원이 기다려 주는 것이 쉬워 보이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리더보다 본인이 더 잘 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리더를 무시하거나, 리더를 거치지 않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팀원들은 생각보다 많다. 설령 리더가 의사결정을 내려 주는 순간에도 그 의사결정을 의심하는 팀원들도 있다.
팀원들의 믿음과 기다림을 알기에,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
그들의 의견을 꼭 듣어보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려고 했고, 혹시 내가 내린 결정이나 요청한 업무들이 무리한 요구는 아닌지 수시로 체크하고 업무 속도를 조절하였다.
진심은 행동에서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사람의 진심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하는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알기 위한 나의 최선의 방법으로 그들의 행동을 살펴볼 때가 종종 있다.
우리의 팀이 좋은 팀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있다.
바로 내가 회의를 제안할 때다.
리더가 되고 보니, 왜 이렇게 공유할 일들은 많고, 나누어서 분담해야 하는 일들은 많은지 수시로 회의를 해야 할 순간들이 온다.
다들 업무로 바쁜데 회의를 제안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누가 바쁜 시간인지 사전에 체크하고,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에, 아니면 더 이상 회의를 미루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오면 나는 의자를 돌려 팀원들에게 말한다.
잠깐 모여볼래요?
순간, 나의 마음속에는 '바쁘다고 하면 어떡하지'와 '잠깐인데 괜찮겠지'의 이중적인 마음이 오간다.
부스럭, 부스럭, 덜컥, 덜컥,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러시죠' 라며 수첩을 챙겨 나보다 먼저 회의실로 향하는 팀원들을 보면,
나는 그렇게 힘이 난다.
본인의 업무가 바쁜데도, 리더가 회의를 하지고 했다고 해서 바로 일어나는 건 쉽지 않다.
잠시 회의를 미루자는 제안을 하거나, 또 회의냐며 인상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리더를 믿고, 팀을 생각해서 우선순위 맨 위에 팀을 놓는 것,
그것이 바로 좋은 팀워크를 만드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아닐까?